졸업과 국가고시를 앞둔 약학과 4학년.
가끔씩 열리게 되는 술자리에서, 친구들은 하나 둘씩 시험에 관한 걱정거리를 터놓습니다.
어려워하는 과목, 낙방에 대한 불안감, 남들보다 늦은것 같다는 조바심등 여러 이야기가 오갑니다.
그러다 이야기는 자연스레 ‘돈’ 이야기로 넘어갑니다.
한번 국가고시에 떨어지면 1년동안의 시간을 ‘허송세월’하게 됩니다.
그 시간이면 사회에 나가서 새차 한대 뽑을 수 있을 정도로 경제적인 손해가 막심하다는군요.
평소에 공부를 게을리한 저의 이야기로만 들려 한숨이 절로 나왔습니다.
그런데 저보다 더 표정이 어두워보이는 친구가 있었습니다.
그 친구는 평소 성적도 그리 나쁜편이 아니고, 시험공부를 저보다 훨씬 더 많이 해놓은 것 같은데..
밤이 깊어지고, 술잔들이 오가다 보니 그 사정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 친구에게는 이미 새차를 한대 뽑고도 남을 만한 빚이 있었습니다.
매 학기마다 신청하게 되어 있는 학자금 대출은, 교육부에서 약간의 이자를 지원해주는 형식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합니다.
국립대보다 비싼 사립대 등록금, 그리고 다른과 보다 높게 책정되는편인 저희과의 등록금 고지서는 벌써부터 제 친구의 가슴 한켠에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무상교육, 무상의료가 왜 필요하고 중요한지..
그날 그 술자리는 저에게 많은 것을 느끼게 해 주었습니다.
이 글을 쓰기 며칠 전, 도서관 휴게실에 놓인 신문지를 뒤적이던 친구를 보았습니다.
누구는 얍삽해 보이고 누구는 질리는 얼굴이고 누구는 어떻다고 조잘대던 그 친구에게,
이제 권영길을 이야기해주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