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식의 종말 – 제레미 리프킨, 시공사
1986년 맥도날드로 대표되는 패스트푸드에 반대해 슬로우푸드 운동이 시작된 이후 “우리가 먹는 음식들이 정말 인간과 환경에 유익한 것인가”라는 의문이 중요한 화두로 떠올랐다. 최근 SBS의‘잘먹고 잘사는 법’이라는 프로그램이 방영된 이후 채식 열풍이 우리 나라를 강타하고 있다. 산모의 모유에서 허용 기준치의 14배가 넘는 다이옥신(인류가 만든 최악의 독성 물질인 다이옥신 1그램이면 몸무게 50킬로그램의 성인 2만 명을 죽일 수 있다)이 나오는 현실에서 매일 티스푼 두 개 분량의 화학성 식품첨가제를 먹어야 하는 현대인들이 안전한 먹거리를 찾으려고 하는 것을 호사스런 사치로 치부할 수만은 없다. ≪노동의 종말≫, ≪엔트로피≫의 저자 제레미 리프킨이 쓴 ≪육식의 종말≫은 육식 위주의 음식 문화에 대한 비평서다. 이 책은 출판되자마자 몇 주 동안 의학·건강 분야 베스트셀러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리프킨은 육류 중에서도 단백질 사다리 꼭대기에 위치한 쇠고기 식생활을 집중적으로 비판한다.
리프킨의 논점은 단순하다. 쇠고기 대량 소비는 근대 산업사회의 특징이다. 쇠고기 위주의 육식 문화는 환경을 파괴하고 인류를 병들게 만들며 기아를 부채질한다. 따라서 육식이 아닌 채식 위주의 식생활로 바꾸자는 것이다. 소를 뜻하는“cattle”은 자본을 뜻하는 “capital”과 어원이 같다. 근대 산업사회 이전만 해도 소는 신성한 동물로 여겨졌고 소수 유목민이나 특권 지배 계급의 음식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미국 축산업자들은 대규모 축산 단지 건설을 위해 인디언들을 쫓아내려고 인디언들의 식량이 되는 버펄로를 대량 도살했다. 남미의 축산업자들은 열대우림 파괴를 저지하려던 치코 멘데스를 살해했다. 오늘날 지구상에 존재하는 소는 12억 8천마리로 추산한다. 이 소들의 사육 면적은 전세계 면적의 24퍼센트를 차지하며 세계에서 생산되는 곡물의 3분의 1을 먹어치운다. 특히 미국에서 생산된 곡물의 70퍼센트가 소의 사료로 소비된다. 소의 사료로 사용되는 곡물을 인류가 섭취한다면 10억의 인구를 먹여 살릴 수 있다고 한다. 한 쪽에서는 수백만의 인류가 기아로 죽어 나가고 인류의 다른 일부는 과도한 육식 때문에 암, 당뇨병, 심장질환으로 죽어 간다. 1984년 에티오피아는 기근으로 하루에 수천 명이 죽어나가는데도 농경지의 대부분을 가축 사료용 아마씨를 재배하는 데 사용했다.
소가 처음부터 곡물을 먹었던 것은 아니다. 지방질이 촘촘히 박힌 부드러운 쇠고기를 생산하기 위해 미국의 축산업자들은 소에게 옥수수를 먹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소는 원래 초식동물이기 때문에 곡물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해 위에 농양(고름)과 같은 질병이 생긴다. 그러면 그 쇠고기와 함께 농양도 갈려 햄버거 패티가 된다. 대규모 축산단지에서 뿜어져 나오는 메탄가스는 지구 온실가스의 12퍼센트를 차지하며 열대우림을 파괴한다. 햄버거 한 개를 만들기 위해서는 약 0.9제곱미터의 목초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먹는 햄버거 한 개를 만들기 위해 대략 75 킬로그램의 생명체가 파괴되고 20∼30종의 식물, 100여 종의 동물이 파괴된다. 현대 축산업에서 소가 사육되고 도축돼 식탁에 오르는 과정은 인간의 생명이나 안전과는 거리가 멀다. 축산업자들은 어린 송아지를 유순하게 길들이기 위해 거세를 하고 화학연고제로 뿔을 태운다. 6개월에서 11개월 동안 성장한 뒤에 살을 찌우기 위해 기계식 비육장으로 보낸다. 살을 찌우기 위해 소들은 움직일 수 없는 비좁은 콘크리트 우리에 갇히고 최단 기간에 무게를 늘리기 위해 항생제와 살충제, 호르몬제와 스테로이드제가 사용된다. 여기서 사용되는 물질들은 그대로 인체에 축적되어 암을 발생시킨다. 심지어 축산업자들은 소를 살찌우기 위해 마분지와 신문, 톱밥, 돼지나 닭의 분뇨를 사료로 먹이고 시멘트 가루도 먹인다. 1904년 업톤 싱클레어는 <정글>이라는 소설에서 시카고의 비위생적인 도축 산업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폭로해 미국인들을 경악하게 만들었다. 이 소설이 준 충격으로 도축 과정의 위생기준이 강화되었지만 그 뒤 신자유주의의 등장으로 검역 제도와 위생 기준이 대폭 완화되었다. 그 결과 “쥐들은 모두 냉각기 위에 올라가 있다가 밤이면 고깃덩이 위를 내달리며 마구 갉아먹는다.”이 책은 축산업의 형성 과정, 쇠고기의 생산과 소비 과정을 통해 이윤과 시장 효율성 위주의 사회가 어떻게 인간의 생명과 환경을 위협하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