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트푸드의 제국≫ 에릭 슐로서, 에코리브르 / 김은영

≪패스트푸드의 제국≫  에릭 슐로서, 에코리브르 / 김은영

 이 책은 미국의 저널리스트인 에릭 슐로서가 패스트푸드 산업의 대명사인 맥도날드 음식이 만들어지는 전 과정을 추적한 보고서다. 저자는 맥도날드에 대한 꼼꼼한 현장 조사와 인터뷰를 통해 참깨가 송송 박혀 있는 먹음직스런 햄버거의 어두운 비밀을 파헤친다.  
 이 책의 부제 ‘패스트푸드가 당신의 생명을 노린다’처럼, 패스트푸드는 소비자들의 건강과 생명을 위협하는 아주 위험한 음식이다.
 목축업자들은 값싼 먹이를 위해 초식 동물인 소에게 동물성 사료를 먹였다. 1997년 8월까지 미국에서 사육된 소의 75퍼센트는 죽은 양과 소의 버려진 사체를 먹으면서 사육됐다. 이렇게 패스트푸드 업체는 광우병에 걸렸을 수도 있는 소를 햄버거용 고기로 사용해 왔다. 여러분들은 한창 광우병 파동이 일어났을 때 맥도날드 주가가 대폭 하락했던 것을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로빈 쿡의 베스트셀러 소설 <독 O-157>은 실제 존재하는 현실이다. 그 소설은 한 외과의사 아들이 O-157 대장균에 감염된 햄버거를 먹고 신장과 시신경, 급기야 심장까지 파괴돼 죽음에 이르는 과정을 끔찍하리만치 자세히 묘사한 책이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O-157 대장균으로 93년 이후 지금까지 50만 명이 고생하거나 수백 명은 사망했다.”(268쪽) 비위생적이고 더러운 비육장과 도축장, 햄버거 고기 분쇄기, 제대로 익지 않은 고기는 대장균의 천국이다. 이 책의 9장 ‘햄버거 고기 속에는 무엇이 들어 있나’를 읽으면 더 이상 햄버거를 입에 대고 싶지 않을 것이다.  
 오죽하면 십대 패스트푸드 종업원들이 자신이 직접 만든 것이 아니면 패스트푸드를 절대 먹지 않는다고 할까? “밀크세이크 기계 속에 들어 있는 바퀴벌레와 쥐떼들이 나와 햄버거에 온갖 오물을 배설해 놓기도 한다.”(298쪽)

탐욕과 착취 위에 건설된 맥도널드 제국

 자본가들은 이윤이 줄어들까 봐 두려워 검역 시스템을 반대한다. 위생 시설에 투자하지 않는다. 그들은 평범한 사람들의 건강과 생명에는 눈꼽만치의 관심도 없다.
 1967년 해외에 진출한 맥도날드는 현재 전세계 120개 국가에서 2만 8천여 개의 매장을 열고 있다. 거대한 맥도날드 제국이 탄생할 수 있었던 근본적인 배경은 비위생적인 값싼 재료와 정경유착, 저임금 노동 착취다.    
 오래 전부터 미국의 국회의원들은 패스트푸드사로부터 많은 액수의 후원금과 재정 지원을 받아 왔다. “1972년 맥도날드사는 16세, 17세 직원 급료를 최저 임금보다 20% 낮게 지급하기 위한 법안 통과를 위해 닉슨의 재선거에 25만 달러나 기부했다.”(55쪽)  
 ”패스트푸드 체인점들은 종업원들의 훈련 과정을 줄이기 위한 연구와 기술 개발에 엄청난 돈을 투자하면서 ‘종업원 훈련’이라는 명목으로 정부로부터 수억 달러의 보조금을 받고 있다.”(104쪽) 이 회사들은 고용을 창출할 때마다 세금을 공제해 주는 각종 연방 정부 프로그램을 통해 세금 혜택을 받았다.
 저자는 민주당이 공화당과 달리 패스트푸드 식품 안전에 의지와 열의를 갖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저자가 모순되게 밝혔듯이, 클린턴의 민주당 정부 시절 “농무부는 회사의 ‘사업 기밀’을 보호하기 위해 오염된 육류가 어디에서 유통되는지 자세히 밝힐 수 없다고 주장했다.”(286쪽)  
 미국에서 새로 생기는 일자리의 90퍼센트를 맥도날드가 차지한다. 하지만, 패스트푸드는 대부분 저임금 십대 노동에 의존한다. 노동자들은 열악한 근무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노조를 결성할 수 없다. 노조를 만들 때마다 맥도날드 자본가들은 노동자들을 해고하거나 직장을 폐쇄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맥도날드 제국의 탐욕과 착취는 평범한 사람들의 건강을 해치고 생활 수준을 하락시킨다. 그렇다면 사악한 맥월드에 반대하기 위해서 우린 무엇을 해야 할까? 저자는 말한다. “의미 있는 변화를 위한 첫걸음은 너무도 쉽다. 사지 않으면 된다.”(360쪽)
 그러나 사람들은 편리하고 값싼 음식인 패스트푸드를 자주 찾는다. 때문에 개인적 불매 운동보다는 패스트푸드의 비위생·저임금 착취·환경 파괴에 반대하는 모든 사람들의 대중 시위·노동자들의 파업과 결합돼야 한다. 그래야만 안전하고 깨끗한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가능성이  커질 것이다.
 저자도 소비자들의 항의와 행동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1990년 맥도날드는 10여 년 동안 환경 운동가들의 끈질긴 시위와 문제제기로 인한 비난을 면하기 위해 심각한 환경 오염을 일으키는 폴리스티렌 용기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358쪽)
 지난 8월 12일, 프랑스의 농민 운동가이자 반세계화 운동의 기수인 조제 보베는 수천 명의 시위대를 이끌고 남부 미요 지방의 맥도날드 패스트푸드 식당 입구를 봉쇄했다. 비단 프랑스 농부들뿐 아니라 세계 곳곳의 환경 운동가, 노동조합 활동가, 교육자, 소비자 운동가 등 반세계화 활동가들은 맥도날드 반대운동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1999년 한 해에만 23개 국가, 345개 도시에서 425건의 맥도날드 반대 행동을 했다.
 동시에 자본주의 체제에 근본적인 물음을 던질 필요가 있다. 저자가 직접 언급한 바는 없지만, 이 책은 맥도날드의 폐해McDollars(돈),  McGreedy(탐욕), McCancer(암), McMurder(살인), McProfits(이윤), McGarb-age(쓰레기) ― 가 인간보다 이윤을 중시하는 자본주의의 산물임을 너무도 잘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