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아지가 불쌍해
건강권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기획국장 변혜진
“소는 육식동물인가요? 초식동물인가요?”
얼마 전 한미FTA와 관련하여 보건의료학생들을 대상으로 강연을 하는데 학생들의 답변이 바로 나오질 않았다. “어 질문이 너무 쉬우세요?” 했더니 몇 몇 학생들이 작은 소리로 “초식 동물 아닌 가요” 한다. 거대 다국적제약기업의 실상에 대한 폭로를 한참 하던 참에 물어 답변이 늦었거나 그냥 알아도 모른 척 해서 일수도 있겠다. 하지만 사실 우리는 소가 초식동물인지, 육식동물인지 답할 수 없는 현실에 살고 있다. 교과서에서 배우고 암기한대로 하면 소가 초식동물인 건 맞는 거 같은데, 초가 풀만 먹고 자란다는 것을 증명하라면 현재로는 증명 할 도리가 없다. 대게들 푸르디 푸른 초장에서 소들이 여유롭게 거니는 모습을 상상 하지만 이건 ‘교과서적 진실’ 일 뿐이다.
남양산업(주)가 90년도에 들어와 경쟁업체에 밀리자 일동제약이 남양산업을 인수해 일동후디스로 회사명을 개명했다. 일동후디스는 일약 제일 비싼 분유로 분유업계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데 이들의 마케팅 전략을 거꾸로 읽으면 실상 “광우병이 안 걸리는 소로만 키워요”다. 일동후디스 선전 마케팅의 주요내용은 이렇다. “세계적 청정지역 호주에서 자연 방목하여 스트레스 없는 젖소의 원유로 만들어, 농약․인공사료․항생제․성장 호르몬 걱정이 적고, 깨끗하고 신선합니다” 적다고 한걸 보니 안 쓰는 건 아닌가 보다. 암튼 일동후디스가 내놓은 고가의 분유는 ‘수퍼 프리미엄’ 인데 한통의 가격은 26.800원이다. 이유식 전에 간난아이가 한 달에 4통 이상의 분유를 먹으니 신생아를 둔 한 가구가 분유 값으로만 한 달 들이는 돈은 약 12만원이 넘는다. 모 잘 사는 사람들 몇 퍼센트만이 그렇지 않겠냐 생각하는 분들 있겠지만 일동후디스나 남양유업은 ‘청정 분유’ 마케팅으로 분유판매의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첫 아이를 낳은 부모 중 ‘갓 태어난 송아지 때부터 갇혀 자라고, 농약, 항생제, 인공사료 먹이고, 성장호르몬 주사 놓은 젖소로 만든 분유’ 를 자기 아기에게 먹이고 싶은 부모는 길을 막고 물어도 아무도 없을 것이기 때문.
여기서 우리는 다시 광우병은 왜 발생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해야 한다. 광우병은 영어로 말하면 Bovine Spongiform Encephalopathy(BSE)이고 소의 해면양뇌증이라 불리는 병이다. 너무 어렵나? 간단히 말해 ‘소의 뇌에 수세미처럼 구멍이 숭숭 뚫려, 거동이 불편해지고, 소가 갑자기 미친 듯이 포악해지고 난폭해져 미치다 죽는 병’ 이다. 인간광우병도 마찬가지. 인간에게 감염되면 뇌에 허연 굳은 덩어리가 생겨 뇌 기능이 마비되어 죽는 것, 이게 ‘인간광우병’이다. 그리고 사람에게 발병할 경우 4개월에서 1년 안에 사망한다.
이 미친 질병은 인간이 만든 질병이다. 조류독감도 자연의 재앙으로 보이지만 사실상 각 나라에 맞는 ‘토종닭’ 을 없애고 거대 농가기업들이 온통 동일한 종으로 닭을 ‘세계화’ 하면서 시작된 질병이니, 자연의 재앙으로 보이지만 알고 보면 기업들의 떼돈을 벌기위한 세계화 작전으로 진행된 또 다른 전염병의 세계화인 셈이다. 광우병은 거대 축산기업들과 제약자본들이 연대해 소에게 소를 먹이고 소의 사료에 소만이 아니라 각종의 성장호르몬과 항생제를 투여해 발생한 질병이다. 앞서 뉴질랜드에서 ‘방목’ 해서 키운 소, 그리고 항생제와 신경안정제등을 투여하지 않은 소로 만든 분유가 고가인 이유는 여기에 있다. 미국의 거대 축산기업과 공장식 축산업이 그 대표적 사례다.
거대 축산기업들은 소들을 더 빨리, 더 많이 살찌우기 위해 소가 새끼를 낳으면 송아지 때부터 가두어 키운다. 푸른 초원에서 소들이 여유롭게 풀을 뜯으며 자라는( 일명 “방목”)모습을 생각한다면 이참에 그 상상력을 거두길 바란다. 미국의 대부분의 소들은 태어나자마자 자신의 몸 크기와 동일한 공장식 축사에서 앉아서 자지도 못한 채 키워진다. 조금 크면 조금 더 큰 틀 지워진 축사에, 조금 더 크면 또 크기만큼의 축사에서 제대로 다리를 구부리고 자지도 못할 만큼 살이 끼는 상태로 길러진다는 이야기다. 왜? 운동을 하면 살점이 떨어질까 봐. 왜? 근육질이 많으면 고기 맛이 떨어질까 봐.
이뿐만이 아니다. 거대 제약기업이 인간의 치료제를 특허 내 떼돈을 벌기도 하지만 전 세계 500대 기업에 든 10위 권 안의 거대 제약기업인 노바티스나 화이자 같은 회사들은 또 거대 농화학기업이기도 해서 농약과 제초제, 항생제 등으로 떼돈을 번다. 높은 글리벡 약가로 한국에서 유명해진 노바티스는 농약판매 1위 기업이기도 하다. 이 기업들이 또 한군데서 떼돈을 버는 곳이 있는데 바로 공장식 축산업이다. 축산 기업들은 자상하게도 소들을 좁디좁은 축사 안에 가두어 두어 발생하는 스트레스를 없애주기 위해 신경안정제를 투여하고, 초식동물인 소에게 소나 가금류를 갈아 만든 동물성 사료를 먹이기 위해 동물사료의 부식을 방지하기 위해 다량의 방부제를 넣는다. 또 초식동물인 소가 육식사료에 안 먹을까봐 각종 첨가물과 향신료를 넣는다. 초식동물인 소가 육식을 먹이면 면역계와 신경계가 약해져 질병에 걸리기 쉬워지고 이에 따른 질병을 막기 위해 다량의 항생제를 소에게 직접 투여하기도 한다. 이 모든 약, 이 모든 항생제는 거대 제약기업들의 이윤이고 이 때문에 거대 농업기업이나 축산기업과 제약기업이 하루가 멀다 하고 회사를 합병하거나 분사하는 방식으로 이름만 바꾼 기업들을 탄생시킨다. 그러니 사실상 다리나 팔이 네 다섯 개로 보이지만 실상 머리는 하나인 괴물인 셈이다.
개인적으로 어린 것들에 대한 정이 많은 필자로서는 젤 불쌍한 게 송아지다. 송아지가 태어나면 위와 같이 길러진 소의 우유를 먹이다 조금 지나 이유식이라고 하는 것의 색깔은 갈색이란다. 약해서 죽은 친구 송아지나 소를 갈아 동물 사료를 만들고 남은 피들을 우유와 섞여 먹여서다. 이러한 식우종이 되지 못해 죽은 친구 송아지나 소들은 결국 다른 친구가 식우종이 되게 하기 이위한 식량이 되는 현실, 이것이 바로 거대 축산기업들이 만든 공장식 축산업의 본질이다.
한국정부는 한미FTA 조속한 협상을 위해 올해 1월 미국산 쇠고기를 다시 수입하겠다고 발표했다. ‘30개월 미만의 뼈없는 쇠고기’만을 수입한다고 하자 언론이나 방송에서는 광우병이 ‘30개월 이상 된 소의 뼈’ 에서만 발생하는 것처럼 일단 확증하고 30개월 미만이니 98년 4월 이후 출생한 소니, 10살 이상 이니 하면서 국민을 헷깔리게 만들고 있다. 그도 그러할 것이 언론이나 방송 진행자나 광우병이 왜 발생하는지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고, 몬가 저렇게 살 떼 내고 개월 수 적으면 안전한갑다 하는 수준으로 이해를 하고 있으니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여기서 미국정부는 한 술 더 떠 뼈건 혀건 내장이건 조건 없는 미국산 쇠고기 전면 수입을 요구하고 나섰다. 미 무역대표부 농업협상대표 리처드 크라우더는 지난 4월 12일 한미 FTA 본 협상 시작되는 6월 전에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결정되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한국정부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재개하겠다고 발표한 후 미국 앨라배마에서 3번째 광우병 소가 발생하자 당황하면서 4월 수입재개 일정을 일단 유보했다. 그러면서 농림부는 큰소리를 쳤던 것이 “이 세 번째 광우병으로 발견돼 죽은 소의 나이를 측정하는 것은 미국의 몫이기에 아쉬운 놈이 몇 년 된 소인지를 밝힐 문제” 라고 했다. 그런데 그 말의 잉크가 채 마르기도 전에 농림부는 미국이 해야 할 ‘아쉬운 놈’ 의 역할을 우리가 대신 해 주겠다고 나서고 있다.
이번에 미국에서 발견돼 죽은 우리의 이 불쌍한 광우병 소는 그 출생일자 조차 기록되지 않은 소였다. 출생일자가 없다면 그나마 간접적으로 소의 나이를 측정할 수 있는 것은 이빨이었건만 미국정부는 이 불쌍한 소의 머리를 그대로 땅에 묻어 버렸다. 결국 미국에게 쇠고기 수입 재개 압력을 받고 있는 여러 나라에서 죽은 소의 나이를 캐묻자 소의 머리를 땅에서 파내 치열 사진을 찍어 보내왔으나 그 사진으로는 이미 우리의 불쌍한 소가 몇 살 인지를 구분할 수가 없었다. 그래도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있어 그 사진으로 곰곰이 연구해 본 결과 소의 나이는 최소 8살 이상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런데 여기서 하나 더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미국이 광우병 소를 그냥 땅에 묻어 버렸다는 사실이다. 최근 쥐에게도 광우병이 발견된 사실이 보고됐다. 무슨 말이냐면 광우병의 원인이 되는 프리온은 수천도의 고온으로 가열을 하거나 놓은 기압으로 압력을 가해도 감염력이 사라지지 않는다. 심지어 땅에 파묻어도 그 감염력이 사라지지 않고, 한 마리의 소에서 나온 광우병 위험물질을 20,000마리의 소를 감염시킬 수 있다. 쥐에게 광우병에 감염된 사실은 광우병이 걸린 소를 결국 박박 태워 재로 만들어 땅 깊숙이 파묻고 그 땅을 파내지 않아야 안전하다는 것이다.
또한 한국정부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조속히 진행하기 위해 미국 현지에 가서 죽은 소의 나이를 재검하거나 미국 농무부가 하는 광우병 소의 검열 프로그램을 직접 조사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미 소비자연맹에서 나온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농무부가 검사한 소들의 나이는 공개되고 있지 않아 사실상 30개월 이상의 소인지 아닌지 여부를 검증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또한 미국에서 행하는 광우병 지역 샘플링은 광우병 고위험 지역 범위의 1%도 되지 않는다는 것이 이들이 증언한 사실이다. 결국 한국의 농림부가 무얼 보러 미국을 간다는 것인지 알 수 없으며, 갔다 와서 별의 별 소리를 늘어놔도 암것도 믿을 것은 없다는 말이고, 국민 세금으로 미국편 비행기 값만 날리겠다는 소리다.
정부가 추진하는 한미FTA의 본질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 절차에서도 보이듯이 사실상 미국 거대 축산기업의 이윤을 위해 민중의 건강과 생명을 갖다 바치겠다는 것이다. 다른 분야에서의 한미FTA 역시 도대체 왜 하려는 지에 대해 정부는 아무런 근거 있는 답변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고 오로지 미국과 하면 “국익”이 돌아온다는 귀신 씨나락 까먹는 이야기뿐이다. 헌법에도 보장된 건강권과 교육권을 기업에다 팔아넘기고, 물과 전기 등의 공공재를 기업에게 건네주겠다는 둥의 이야기를 하면서 국익을 이야기한다. 노무현 대통령이 얼마 전 자칭 자신을 ‘좌파 신자유주의자’ 라고 표현한 것처럼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에 동그란 네모, 네모난 세모가 존재한다는 주장이다.
몇 년 전인가? 의사들은 의약분업 때 ‘교과서적 진료’ 를 하기 위해 폐파업을 감행했다. 내심은 약으로 받아먹은 리베이트를 놓치기 아까웠고, 진료수가 인상 등을 요구한 것이지만 그때 당시 환자 1명 당 10분 이상 진료하는 ‘교과서적 진료’ 요구는 참신 했다. 한미FTA 조속한 협상을 위해 사전조건으로 이루어지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대해 우리는 이제 내가 배운 ‘교과서적 진리’ 를 위해 파업해야 하는 거 아닐까? 소가 초식 동물이냐, 육식동물이냐“ 에 대해 수능시험에서 정답처리 하는 교육부가 있고 대통령이 있다면 우리가 아는 ‘교과서적 진리’를 위해 소가 초식동물이 되는 그날까지, 정부는 육식동물로 길러지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중단해야 하지 않을까?
마지막으로 없는 국익을 만들어 초등학교 학생들의 ‘교과서적 진리’ 를 헷깔리게 하지 말고 한국정부도 미국과 동일하게 진행하고 있는 동물성 사료정책의 개선 방안을 내 놓으라 요구한다. “WTO 농업협정은 카길 협정이다” 라고 주장했던 일이 엊그제 같다. 그런데 한국도 점차 축산농가 앞에는 카길과 카길의 자매사인 퓨리나의 사료봉투가 눈에 자주 띤다. 앞으로도 그리고 영원히 민중의 생명과 건강을 팔아 얻을 수 있는 “국익” 은 없다. 만고의 진리이고 이게 필자의 교과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