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분홍색 솜사탕
일본 아사히(朝日) 신문에 따르면, 미국 최대 커피 전문체인점 스타벅스는 나가노(長野)현의 일부 여성들이 2년전 ‘스타벅스 유치회’를 만들어 주민들에게 ‘우리 고장에도 스타벅스 체인점을 유치해달라’는 내용을 적은 종이에 서명을 받아 직접 스타벅스 재팬에 전달할 정도로 전세계적으로 대단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
미국인들이 3달러(혹은 그보다 비싼)나 되는 커피를 마시는 것에 익숙해지도록 커피문화까지 바꾸어 놓은 스타벅스는 2000년에 총수익이 1억8천1백만 달러였으며, 현재 전세계에 5,688개의 매장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전세계인들이 열광을 하며 스타벅스의 ‘프라푸치노’와 ‘디카페인 모카 자바’를 마시고 있는 동안에도, 전세계 커피소작농과 노동자들은 헤어날 수 없는 빈곤의 수렁으로 빠져 들고 있다. 그들은 약이나 식료품을 살 돈이 없고 아이들을 학교에 보낼 수 없게 되었다. 엄청난 규모의 커피 농장을 운영하는 관행은 열대우림 생태계를 파괴하고 있기도 하다.
‘커피 위기’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커피 도매가격은 지난 100년 이래 최저가를 기록하고 있다. 콜롬비아와 케냐에서는 커피 생산자들이 ‘생업’을 포기하고 마약을 재배하기 시작했다.
중앙 아메리카에서 5만4천명 이상이 일터를 잃고, 수많은 사람들이 북미로 떠나 이주노동자의 처지가 되었다. 케냐에서는 실업률이 50%가 넘어 농부들이 커피나무를 뽑아 버리고, 대신 소말리아, 예멘, 이디오피아에서 인기있는 khat(씹으면 환각작용을 일으키는 나뭇잎)를 심는 경우가 늘기 시작했다.
케냐의 한 관료는 “커피 재배농들이 자포자기에 빠져 아내를 구타하는 일이 늘어나고, 알콜 중독자도 도처에서 생겨난다. 가정이 붕괴되는 것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케냐의 커피 생산자가 자신이 생산하는 커피 원두로 만든 ‘에스프레소’가 미국에서 3달러에 판매된다는 말을 들었을 때 받을 충격은 엄청날 수 밖에 없다. 그들은 현재 배고프고, 비참하고, 두렵다.
그런데 이렇게 커피 도매가격이 떨어진 이유는 바로 공급 과잉 때문이다. 오랫동안 강대국들은 빈곤국가가 공산화 될 가능성을 막기 위해 세계 커피 협정을 체결하여 책략적으로 커피 가격을 높은 수준으로 유지시켰다.
그러나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협정이 철회되면서 시장은 개방되었고 가격이 다양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베트남과 브라질 같은 국가들은 커피 생산을 급속도로 늘리기 시작했다.
1990년대 초 연간 2백만 bag도 채 안되던 베트남의 커피 생산량이 천 4백만 bag으로 늘어서, 베트남은 브라질 다음의 최대 커피 생산국이 되었다. 과잉 공급 덕분에 무역업자들과 기업들은 생산자로부터 유례없이 낮은 가격에 커피를 살 수 있게 된 것이다.
이같은 현실은 농산물 시장 개방이 초래할 여파에 우려를 갖게 한다. 값싼 노동력을 소유한 빈곤 국가들이 커피같은 노동집약적 작물로도 돈을 벌 수 없다면, 대체 무엇을 세계 시장에 내다 팔 수 있겠는가?
반면에, 옥스팜이나 유기농 소비자 연합과 같은 공정 무역(fair trade) 운동단체들은 농부들이 생계유지뿐 아니라 교육비와 의료비까지 지출할 수 있을 만큼, 커피 1 파운드당 최소한 1.26 달러를 지급할 것을 대안으로 내세우고 있다.
바꿔 말하면 소비자들에게 공정무역이 인증한 커피(Fair Trade Coffee) 제품을 살 것을 권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기준을 지키는 기업의 커피는 미국에서 소비되는 커피 제품의 0.2%도 안되며, 유럽연합에서도 0.9%에 불과하다.
또한 공정 무역의 원칙을 존중하는 기업들에게는 캘리포니아 와인의 성공에서 교훈을 얻으라고 권고한다. 이를테면, 커피의 질과 소비자 의식을 높이고, 유기재배 커피나 그늘에서 천천히 자라게 하는 이른바 ‘shade-grown’ 커피처럼 차별화된 커피로 틈새시장을 창출하라는 것이다.
소비자는 질좋은 커피를 마시기 위해 더 많은 돈을 지불하게 되고, 또한 기업은 중간단계를 거치지 않고 커피 생산자와 직접 거래를 하기 때문에 생산자에게 더 많은 수익이 돌아갈 수 있다는 취지에서다.
그런데 커피 생산자와 환경을 보호하려는 공통의 목적을 갖고 있는 옥스팜과 유기농 소비자 연합 두 단체는 스타벅스에 대해서는 의견을 달리하고 있다는 것이 특이하다.
옥스팜의 미국지부인 옥스팜 아메리카가 주도하고 있는 커피 캠페인의 주요 타겟은 메이저 커피 회사인 필립 모리스(맥스웰 하우스), P&G(폴져스), 네슬레(네스카페), 사라 리(Real Coffee)다.
사실 이 초국적 기업들은 커피 원두를 전량 ‘매점’한다는 점에서 확실히 스타벅스보다 우위에 있다. 또한 커피 도매 가격의 하락에 따른 기업의 매출 이익이 커지면서, 영세 농부들의 곤경에 대해서도 상대적으로 덜 관심을 기울였다.
옥스팜은 “스타벅스가 세계 커피 시장에서 차지하는 규모는 1%도 안되기 때문에 ‘거물’들을 먼저 해치워야 한다”는 인식이다. 그래서 옥스팜은 스타벅스, 포드재단과 손을 잡고, 지난 7월 멕시코의 Oxaca 지역에서 소작농들이 환경을 파괴하지 않는 ‘지속가능한’ 방법으로 커피를 재배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실험 프로젝트에 들어갔다.
그러나 이러한 옥스팜의 시도에 대해 유기농 소비자 연합은 완전히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비난했다. 유기농 소비자 연합은 옥스팜이 스타벅스의 지원을 받는 것은 스타벅스에게 ‘그린워시(green wash)’ 이미지를 주는 것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그린워시 이미지란 기업들이 실제와는 다른 이미지 메이킹을 통해 “환경친화적 기업”인 것처럼 대중들을 호도함으로써 그들의 시장을 보전하고 확대해가는 것을 말한다. 즉, 전혀 환경친화적 기업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 오히려 한편으로는 환경파괴를 자행하고 있으면서 –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많은 투자를 한다고 대중들에게 선전하는 것이다.
유기농소비자연합은 스타벅스가 아직도 rBGH라는 호르몬 주사를 맞은 소의 우유를 사용하고 있다고 비난한다. 미국의 몬산토가 제조한 rBGH를 젖소에게 주사하면 보통의 경우보다 2주간이나 오래 우유를 생산하기 때문에 한 마리로부터 얻어지는 우유양이 15-20%까지 증가하게 된다. 이 호르몬을 맞은 젓소에서 짠 우유에는 박테리아, 항생물질, 고름이 들어있기 때문에, 전세계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다.
또한 스타벅스는 생산자에게 커피 1 파운드당 1.25달러를 지불한다고 주장하지만, 사실 스타벅스는 생산자와 직접거래를 하지 않고 중개인에게 커피를 수입하고 있기 때문에 이 돈의 대부분은 중개인에게 돌아간다. 결국 커피 생산자에게 돌아가는 돈은 파운드당 40센트도 안되는 것이다.
지금까지 스타벅스는 커피 원료의 생산자에서부터 전 세계 체인점의 종업원에 이르기까지, 스타벅스와 관계된 많은 이들의 삶을 세심하게 배려하는 기업인 것처럼 홍보해왔다.
뿐만 아니라 환경친화적인 기업이미지를 위해 최근들어 스타벅스는 ‘공정무역커피(Fair Trade coffee)’나 ‘유기재배커피’등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한마디로 이윤보다는 ‘인간과 환경’을 우선시하는 기업이란 이미지를 전파하기 위해 애쓰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스타벅스가 ‘최고 품질의’ 커피를 수입하고 있는 과테말라, 엘살바도르, 콜롬비아의 현실은 스타벅스가 홍보하는 ‘그림’과는 판이하게 다르다. 소작농과 노동자들은 억압과 착취에 시달리고, 독재자들만 그 대가로 이익을 챙기는 게 현실이다.
이 나라들에서는 민중들이 작은 노동조합이라도 결성하려 할 경우 곧바로 ‘사회전복세력’으로 낙인 찍혀 감옥에 가거나, 암살되고 ‘사라져’ 버린다.
뿐만 아니라 스타벅스의 행동강령에서 ‘자랑스럽게’ 내세우고 있는 다섯 개 주요 사업국 중에는 전세계 인권단체들로부터 포화를 맞고 있는 과테말라와 인도네시아가 포함돼 있기도 하다.
물론 스타벅스가 그들과 거래하는 커피 생산국의 정치 현실에 대해서까지 책임질 이유는 없다. 그러나 스타벅스가 자랑스럽게 내세우고 있는 ‘인간존중의 기업이념’은 설득력을 얻기 힘들다. 이 기업의 막대한 영업 이익 역시 저개발 국가 민중의 억압과 착취에 상당 부분 바탕을 두고 있을 따름이다.
뿐만 아니라 지난 4월 이스라엘이 예닌, 나불루스, 베들레헴에서 팔레스탄인인들을 학살하고 있는 동안, 시온주의자로 알려진 스타벅스의 CEO 하워드 슐츠는 시애틀의 한 유대교회에서 “팔레스타인인들은 계속 테러를 저지르고 전세계에서 반유대 정서가 치솟고 있는데도, 미국의 유대인들은 가만히 앉아서 태평스럽게 구경이나 하고 있다” 호통을 치기도 했다.
슐츠는 저서 <스타벅스 – 커피 한잔에 담긴 성공신화>에서, “기업은 단지 이윤 추구만이 아닌, 진정한 가치에 의해 경영될 때 열정과 개성을 잃지 않고 성장할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마음이다.”라고 말했다. 그가 말한 ‘진정한 가치’란 도대체 무엇인지 생각해 볼 일이다.
결국 스타벅스 커피 한잔에는 하워드 슐츠의 성공신화만이 들어있는 것이 아니다. 스타벅스 커피에는 제3세계 민중의 한숨과 고름이 들어있는 우유, 그리고 한 시온주의자의 오만과 편견이 들어있다는 사실 또한 잊어서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