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실 의약품 안전성팀은 월 1회 이상
의약품의 안전성 유효성과 관련한 ‘건약의 의약품 적색경보’를 발행할 예정입니다.
제약회사들의 잘못된 마케팅이나 허가 과정, 식약청의 감시 소홀 등으로 환자들의 건강을 위협하는 의약품에 대한 지속적인 정보를 제공하려고 합니다.
그 첫번째, 보톡스 입니다.
[건약의 의약품 적색경보 1호]
-보톡스, 주름이나 사각턱에?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1. 보툴리눔 독소제제 (보톡스 주 등)은 어떤 약일까요?
보툴리눔 독소제제 (이하 편의상 여러분들이 대부분 알고 계시는 보톡스 주사라고 하겠습니다)는 클로스트리디움 보툴리늄이라는 세균이 분비하는 독소입니다. 이 독소는 신경전달물질의 전달을 막음으로써 근육이 움직이지 못하게 하거나 이완시키는 작용을 합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주름 개선 등의 효과로 널리 알려져 있지요.
현재 국내에서는 4개의 제품이 식품의약품안전청의 허가를 받아 시판하고 있습니다. 대웅상사의 보톡스주(제조회사는 미국계 다국적 제약회사인 앨러간입니다), 한국입센의 디스포트주, 한올제약의 비티엑스에이주, 메디톡스의 메디톡신주가 바로 이 제품들이죠.
이 약들은 대부분 안검경련(눈주변 근육에 경련이 일어나 비정상적으로 눈을 깜빡거리거나 눈이 굳게 닫혀 뜨기 어려운 질환)이나 사시, 소아마비환자의 강직에 의한 첨족기형(관절이 비정상적으로 굳어서 발이 발바닥쪽으로 구부러져 발꿈치가 땅에 닫지 않는 기형)에 쓰이는 약으로 허가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여러분들이 아시다시피 이런 약들은 주로 눈가주름이나 팔자주름 등 얼굴 주름에 많이 사용되고 있지요. 요즘은 사각턱에도 효과가 있다고 하여 많이 사용되고 있다고 합니다. 이렇게 식약청의 허가를 받지 않은 용도로 사용하는 것을 ‘off label’ (허가된 용법이나 용량을 벗어나 의약품을 사용하는 것) 이라고 합니다. 결국 효과가 있다거나 안전하다는 식약청의 허가를 받지 않았다는 이야기이지요.
2. 보톡스 주사는 어떤 위험이 있을까요?
위에서 말씀드렸듯이 이 약은 근육을 이완시키거나 움직이지 못하게 하는 약입니다. 그런데 만약 이 독소가 주사한 부위에 얌전하게 가만히 있지 않고 다른 부위로 퍼져 버리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요?
이 독소가 만약 식도 근육으로 퍼져 버린다면? 그렇다면 음식물을 제대로 씹거나 삼킬 수 없게 되어 환자는 더 이상 먹지도 마시지도 못해 병원 신세를 져야 하지요. 더욱 심각한 문제는 만약 이러한 음식물이 식도로 넘어와 폐로 들어가면 ‘흡인성 폐렴’이라는 생명을 위협하는 질병에 걸릴 수도 있습니다.
3. 다른 나라에서는 보톡스 주사와 관련하여 무슨 일들이 있었을까요?
우리나라의 식약청과 비슷한 미국 FDA는 2008년 2월 8일 보톡스 제제가 호흡 곤란, 사망 등의 중대한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음을 언급하며 계속해서 조사를 벌일 것이라고 발표하였습니다. 그러나 이번 FDA의 발표 이전부터도 전 세계에서 보톡스의 위험성에 관한 끊임없는 경고가 있어왔어요. 이미 유럽연합 EU는 2005년 11월까지 보톡스와 관련한 부작용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17건 사망(6건은 흡인성 폐렴 때문이었음)을 포함한 약 700건의 부작용 사례를 밝혀낸 바가 있어요. 이후에도 보톡스의 부작용이 계속 보고되자 EU 보건국은 2006년 4월 보톡스에 부작용 경고를 추가하였으며 결국 2007년 6월 보톡스가 어떤 용도로 사용되던 심각한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음을 EU 27개 국가 의사들에게 경고하였죠. EU 보건 당국이 발표한 보톡스와 관련한 가장 중대한 부작용은 이 독소가 주사한 부위에서 다른 부위로 퍼져서 근육 약화, 삼킴장애, 폐렴 등을 유발하여 사망에까지 이르게 할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아일랜드에서도 이와 관련하여 문제가 되었는데요. 아일랜드 보건당국은 소비자들에게 보톡스를 오직 허가를 받은 용도로만 사용해야 하고 뷰티 살롱이나 미용 클리닉 등에서 주름을 개선하기 위해 사용해서는 안된다고 경고했습니다. 눈꺼풀이 늘어지거나 얼굴 근육이 약해지고 시야 장애, 궤양성 각막염, 심지어 심장박동이상, 심장발작까지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 그 이유였습니다.
미국 보건 당국이 보톡스 주사의 위험성에 대해 소비자들에게 정확하게 알리지 않고 있다고 판단한 시민 단체들도 앞장서서 보톡스에 대한 조사를 했습니다.
미국 내 최대 시민단체인 퍼블릭 시티즌은 1997년 11월부터 2006년 12월까지 FDA와 제조업자에게 보고된 부작용 보고서를 분석했는데, 그 결과 554건의 부작용을 발견했어요. 이 중에는 18세 이하 어린이 6명 사망을 비롯한 25건의 사망 사례도 포함되어 있다고 합니다.
4. 국내 식약청과 판매 제약회사는 무엇을 했고, 하고 있을까요?
2008년 2월 13일 식약청은 국내에서 시판되고 있는 약물들의 시판 후 조사를 한 결과 107건의 부작용이 보고되었고 사망 등의 중대한 부작용은 없었다라고 발표했습니다. 그러나 보고가 되지 않았다는 것이 결코 부작용이 없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요. 콘택 600 기억하시죠? 뇌졸중을 일으킬 수 있다는 심각한 부작용 때문에 더 이상 판매조차 할 수 없게 된 약이지요. 우리 모두 한번쯤 콘택 600을 먹어보지 않은 사람을 찾기 힘들만큼 많이 복용했던 그 약조차도 국내에서는 이 약물 복용과 관련하여 부작용 보고는 한 건도 없었습니다. 결국, 식약청에 심각한 부작용이 보고가 되지 않았다고 해서 그 약이 안전하다고 볼 수는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또한 식약청과 제약회사 앨러간은 이번 FDA 발표 이후 내놓은 해명자료에서 약물의 중대 부작용이 과량 투여와 관련이 있을 수 있다는 FDA의 언급을 인용했으나, FDA 경고문에는 분명히 ‘보톡스 사용 시 호흡 곤란, 사망과 관련한 심각한 부작용은 다양한 용량 범위 안에서 발생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식약청은 제약회사의 말만 그대로 앵무새처럼 되풀이하고 있는 것이죠. EU 보건당국이 보톡스를 제조하는 회사들에게 지시하여 의사들에게 이 약이 어떻게 위험을 초래하고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에 대해 안전성 서한을 보내도록 지시한 것과 전혀 다른 무능력한 모습만 보여주고 있습니다.
더군다나 국내에서 보톡스 주사가 식약청이 허가도 내주지 않은 주름이나 사각턱에 주로 사용되고 있다는 사실을 식약청은 하루 빨리 인식하고 이에 대한 대책을 서둘러야겠지요.
5. 주름 때문에, 혹은 사각턱 때문에 보톡스 주사를 맞고 싶으신가요?
처음에 말씀드렸듯이 보톡스 주사는 이런 용도로 허가를 받지 않았습니다. 즉, 이런 용도로는 안전성도 유효성도 입증되지 않았다는 이야기이지요. 국내에서 유일하게 미용 목적으로 허가를 받은 약물은 디스포트 주 하나이고 이 약물도 ‘18세 이상 65세 이하 성인에서 중등도 내지 중증 미간주름의 근이완에 의한 일시적인 개선’으로 허가를 받았을 뿐입니다. 주름 때문에 혹은 사각턱 때문에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다는 경고가 계속되는 이런 약물을 함부로 사용하시지 않기를 바랍니다.
6. ‘진짜 약’이 진정 ‘필요한 환자’에게 사용되도록 해야 합니다.
약은 제대로 사용되었을 때에는 생명을 살리지만 잘못 사용되었을 때에는 사람을 죽이기도 합니다. 약이 바른 곳에, 바르게 사용될 때만이 진짜 ‘약’이지요.
약이 진짜 약으로 바르게 사용되기 위해서는 국가, 보건의료인, 제약회사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지만 아직도 많이 부족해보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약에 대한 보다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라는 여러분들의 목소리가 점점 커져야 합니다.
제약회사는 정말 필요하고 객관적인 정보를 우리들에게 제공하고 있는지, 국가는 허가해준 의약품이 제대로 사용되고 있는가에 대해 잘 검토하고 있는지, 내가 사용하는 약이 안전성과 유효성이 검증된 방식으로 사용되고 있는지에 대해 끊임없이 묻고 확인해야 합니다.
조금 피곤할지라도 조금 더 ‘예민하게’ 약을 바라보시길 바랍니다. 우리 모두의 건강을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