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A확산, 노동자와 그 가족의 안전을 얘기하자

[칼럼] IA 확산, 노동자와 그 가족의 안전을 얘기하자
- 다른 나라 노동조합 대응을 보며

김신범(원진노동환경건강연구소 연구위원)

돼지인플루엔자가 멕시코와 미국으로부터 전세계로 퍼져나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감염된 환자가 발견되었다. 전세계가 바이러스의 공포에 빠져들었는데, 한편에서는 돼지농가의 피해를 막기 위하여 돼지인플루엔자라는 이름 대신에 신종인플루엔자A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유행성독감이 보건적인 문제만 발생시키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문제를 발생시키기 시작한 증거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나라에서는 노동자의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들이 별로 없지만, 다른 나라에서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대책없이 노출되고 있는 노동자들의 문제가 제기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전세계의 노동조합들이 자신의 조합원을 보호하기 위한 대책을 요구하기 시작하였으며, 조합원에게 돼지인플루엔자의 확산을 막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교육하기 시작했다. 한편, 영국의 산별노조회의(TUC)에서는 노사가 함께 이번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보다 적극적으로 문제제기하고 나서기도 하였다. 돼지인플루엔자의 유행과정에서도 이 문제를 노동자의 건강과 관련하여, 노동자와 서민의 가정 안전과 관련하여 어떻게 바라보는지 배워볼만 하기에 소개한다.  
  

돼지인플루엔자에 감염된 환자들이 비행기를 타고 이동하고 있다. 항공기 승무원은 안전한가? ⓒ Livenews.com.au  

항공운수 노동자들은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

호주의 콴타스 항공의 노동자들이 마스크도 없이 일하고 있어서 최근 유행중인 독감에 대해 무방비상태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돼지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멕시코와 미국으로부터 전세계로 퍼져나가고 있는데, 그 경로중의 하나는 항공기이다. 감염된 환자들이 항공기를 타고 여러나라고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항공사 직원들은 자신들이 돼지인플루엔자에 감염될 가능성에 두려워하고 있다. 콴타스 항공사 직원들에게는 마스크나 장갑도 지급되지 않고 있으며, 비행기가 바이러스에 오염되어 있을 가능성 여부에 대해서도 정보를 제공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호주의 운수노조는 콴타스 항공에게 대책을 요구하고 나섰다. 돼지인플루엔자에 감염된 노동자가 발생할 경우 적절한 보상을 하는 것은 물론, 감염의 가능성이 있는 항공기나 특정 공간에서 일할 것을 강제하지 말라는 것이 핵심요구이다. 호주운수노조에서는 조종사나 승무원들만 위험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항공기에서 승객들이 먹고 남은 음식물쓰레기는 생물학적위험폐기물로 취급되지 않고 있어서, 일반쓰레기에 섞여 폐기되고 있다는 것이 그 이유이다. 노동조합에서는 돼지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48시간 정도 생존가능하기 때문에 항공기 식사를 취급하는 노동자들이나 승무원들은 바이러스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호주 ABC 뉴스는 돼지인플루엔자 감염이 의심되는 승객을 태웠던 항공기에 대해 청소를 거부하였던 청소노동자에게 회사가 불이익을 주려고 한 사례가 있었다고 보도하였다.

  
병원에는 많은 사람들이 감기증상으로 찾아오고 있다. 병원노동자들은 안전한가? ⓒ AFL-CIO  

병원노동자들은 대책이 있는가?

한편, 미국노동자총연맹산업별회의(AFL-CIO)에서 운영하는 블로그에서는 병원이 돼지인플루엔자에 대한 대책을 갖지 못하여, 보건의료노동자들이 위험에 처하고 있다는 의견이 제기되었다. AFL-CIO가 6개 노동조합과 함께 공동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미국의 병원들이 전세계적으로 유행하는 인플루엔자에 대해 병원노동자들이 노출될 경우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 대책을 마련하지 못한 상황이라고 한다. “위험에 처한 보건의료노동자 : 전세계적인 인플루엔자 유행에 대해 노동자를 보호할 수 있는 대책을 세우자”라는 제목의 조사보고서는 14개 주의 104개 병원에 대한 조사결과를 담고 있으며, 지난 4월 16일에 발간되었다. 이 보고서에서는 미국정부가 유행성독감에 대해 병원노동자들을 보호할 수 있도록 사업주의 법적인 의무를 분명하게 할 것 등을 요구하고 있다.

노동자와 가족을 지키기 위해 준비하는 노동조합들

영국의 산별노동조합회의(TUC)나 미국철강노조(USW) 등은 돼지인플루엔자를 계절적으로 유행하는 독감이 아닌 심각한 유행성독감으로 보아야 하며, 노동자들이 더 위험해질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하자고 조합원들에게 경고를 보내고 있다.

특히 영국의 TUC에서는 돼지인플루엔자의 문제는 공중보건적인 문제 이상의 문제를 발생시킬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이를테면, 돼지인플루엔자의 문제가 더 확대될 경우 학교가 휴교를 할 가능성이 높은데, 이 경우 아이의 부모들인 노동자들은 출근을 못할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가족중에 아픈 사람이 발생할 경우 출근을 하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이와 같이 이번 유행성인플루엔자의 문제를 보건적인 측면에서 뿐 아니라 사회보장이나 경제적 문제로 종합적 시각을 갖고 바라보자는 것이 영국 TUC의 입장이다. 이 때문에 TUC에서는 노사가 함께 이번 위기를 극복하자고 제안하고 있다. 돼지인플루엔자의 피해가 확산되지 않도록 공동의 노력을 기울이며, 공포가 확산되지 않도록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고 훈련하자는 것이다. 과도하게 충성하려는 생각에 몸이 안좋으면서도 억지로 출근하거나, 회사에서 몸이 안좋아 집에서 쉬고 있는 환자들에게 압력을 넣어 강제로 출근을 시키는 것은 현재의 위험을 더 키울 수 있는 것이므로, 노사간에 이러한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가장 피해가 큰 집단은 임시직과 같이 고용이 불안한 노동자들, 사회보장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일 것이므로, 이들에 대한 대책도 마련하자고 제안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