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물 민영화 재추진
수도민영화 반발 피하려 공공-민간 컨소시엄 구상
김용욱 기자 2010.10.13 18:03
정부가 지난 2008년 촛불 집회 당시 여론에 밀려 중단한 물 민영화 계획을 다시 수정해 내놨다. 명분은 2020년까지 세계적인 물기업을 키우기 위해 물산업을 육성하겠다는 것이다.
▲ 정부는 “물산업은 각종 용수(생활, 공업 등)의 생산과 공급, 하.폐수의 이송과 처리 및 이와 연관된 산업을 총칭한다”며 “상수도사업, 하.폐수처리사업, 재이용사업 등의 서비스.건설.운영관리업과 먹는샘물사업, 해수담수화 사업 등이 포함된다”고 밝혔다.
[출처: 환경부]
정부는 13일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제9차 녹색성장위원회를 열고 2020년까지 8개의 세계적인 물 기업을 육성하고, 일자리 3만 7000개를 만들어 세계 물 산업 강국으로 도약한다는 목표로 ‘물산업 육성전략’을 발표했다.
정부가 발표한 물산업 육성전략에서 자장 눈의 띄는 대목은 토털 솔루션 능력을 보유한 물 전문기업을 육성하기 위해 164개 시.군별로 운영되는 지방상수도를 39개 권역으로 통합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39개 권역으로 통합한 상수도는 공공부문 사업자에게 위탁해 전문성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상수도 사업을 권역별로 통합화, 광역화하고 공기업 등에 위탁함으로써 물기업의 전문경영능력과 토탈솔루션 역량을 확보해 간다는 것이다. 여기에 민간기업의 참여를 확대하기 위해 민간기업의 수도사업 위탁은 공기업(환경공단, 수공)과 컨소시엄 구성을 통한 교두보 확보 후 점진적으로 추진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지난 2008년 촛불집회를 통해 물 민영화에 대한 국민적 반감이 커지자 급수조정체개편안에 따라 전국 9개 대권역, 26개 중권역등의 광역화와 통합 관리 정책을 추진한 바 있다. 당시 정부는 광역화와 통합 관리 정책이 사유화가 아니라고 주장했지만, 결국 이번 육성전략에서 39개 권역통합과 컨소시엄 위탁 안을 통한 점진적 물 민영화 계획을 제시한 것이다.
물 민영화 반발 피하기 위해 공기업과 민간기업 컨소시엄 운영
특히 이런 컨소시엄 구성엔 이유가 있다. 물 민영화 반발을 피하기 위한 것이다. 정부는 물산업 육성전략 추진계획에서 “수도 사업 민영화 논란으로 민간기업의 직접적인 참여는 곤란하다”며 “상수관망관리 등 단순위탁 및 공기업과의 컨소시엄을 통한 운영경험을 확보한다”고 상수도 민영화 논란 대응 계획도 제시했다.
정부는 이 외에도 먹는 샘물산업 발전을 위해 다양한 샘물자원을 발굴, 프리미엄 시장을 확대하고 먹는 샘물의 홍보와 수출을 적극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결국 세계적인 물기업을 키우기 위해 기업들이 상수도 관련 사업에 컨소시엄 등을 형성해 기술력을 키울 수 있게 하고, 점진적으로 상수도를 민영화 한다는 밑그림이다.
정부의 이 같은 계획은 상수도의 공공재 성격으로 인해 지자체와 공기업 위주의 운영관리로 민간기업의 참여기회를 차단해 국내 수도사업자(164개)는 비경쟁적 시장체제, 규모영세성으로 국제경쟁력 미흡하다는 판단에서 나왔다. 또 민간기업은 상수도 운영관리 실적 부족으로 해외 진출이 곤란하다는 진단도 곁들였다.
그러나 이번 방안은 이미 많은 논란을 일으켰던 물산업육성정책이 물 사유화(물 민영화) 논란을 일으키자, 민간기업 전면 참여를 민간기업과 공기업(수자원공사)의 컨소시엄 참여로 바꾼 것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민간기업 참여경로와 상수도 시장 규모 만들기가 초점
한지원 물사유화저지공동행동 사무국장은 “물산업 육성 전략의 핵심 정책은 국내 기업의 기술개발과 해외진출을 가능하도록 ‘국내’에서 먼저 물 시장을 육성하고 경쟁력을 축적하겠다는 것”이라며 “국내 물 시장 육성을 위해 △상수도 통합 위탁으로 수익성 있는 규모의 경제를 구축 △민간기업과 공기업 컨소시엄 구성 허용을 통한 민간기업 참여 유도 △대형 상수도 사업자간 경쟁을 통한 경쟁력 촉진을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고 분석했다.
또 “이번 정책은 시민들의 물 공공성 훼손 우려를 전혀 해결하지 못하고, 모든 시민들에게 평등하고 안전한 식수를 공급하는 정책 기조가 아니”라며 “정부는 민간기업 참여 경로(컨소시엄)와 시장성 있는 상수도 시장 규모(통합 위탁)를 만드는 것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이런 정책발표는 오히려 세계적으로 실패한 모델을 따라가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송유나 에너지노동사회네트워크 정책연구실장은 “미국과 일본은 전 세계 물 산업 규모의 1위와 2위를 차지하지만, 중앙정부와 지자체를 중심으로 물 공급의 공공적 소유, 운영 체계를 유지하고 있다”며 “한국 정부가 164개 지자체로 협소하게 나뉘어 있는 구조적 병폐를 주장하며 사유화를 추진해야 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오히려 미국은 5만 여개가 넘는 지방자치단체 사업자가 존재하고 있고, 일본 역시 17,000여개가 넘는 사업자로 분화되어 있다”고 반박했다.
정부는 베올리아(veolia) 등 세계적 물기업들이 설계, 건설, 운영관리 및 파이낸싱 등 모든 분야에서 기술 우위 확보한 것은 자국의 수도공급 위탁 운영경험을 바탕으로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 하수도, 설계.건설까지 영역 확장했다고 예를 들었다. 그러나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송유나 실장은 “정부 주장과 달리 세계 1, 2위 초국적 물기업인 베올리아와 온데오는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 아메리카, 구 동구권 등 제 3세계 국가와 개발도상국을 중심으로 사유화를 선도했지만, 그 결과는 천문학적 요금인상, 수질 악화, 시설투자 부진, 정경유착과 부패 등이었다”며 “수도가 민영화된 거의 대부분 국가에서 이들 자본은 곧바로 주민들의 격렬한 저항과 반대와 마주해야 했으며, 결국 쫒겨나고 말았다”고 설명했다.
송 실장은 “민간위탁은 현재 한국 상수도 사업의 문제점을 해결할 수 없으며 광역화 정책으로도 합리적인 물 관리 정책을 모색하기 어렵다”며 “중앙 정부 차원의 물 관리 일원화, 지역의 수계와 유계에 따른 자율적 운영, 물 기본 개념 정립, 전국적인 상수도 요금 단일화 등을 먼저 시행해야 한다”고 대안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