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도 얻지 못하고 다 빼앗길 것
개도국 입장에서 본 홍콩 WTO각료회의 및 이후 전망
월든벨로(필리핀대)
홍콩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를 앞두고 진행되는 협상은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하고 있다. 농산물, 비농산물시장접근, 서비스 관련 협상 상황에 대한 초안이 제출되었고, “의견일치”를 향한 움직임이 있다는 긍정적인 해석에도 불구하고, 의견일치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2004년 벤쿠버에서 반전 연설을 하고 있는 월든 벨로
http://blog.jinbo.net/floss
문서를 자세히 살펴보면 협상에서 겨우 10퍼센트 정도의 합의를 이루어냈고, 이견, 정말로 큰 이견이 90퍼센트에 달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합의문 초안이 제출 된다면, 시애틀 선언문 초안과 마찬가지로 WTO관리들은 “힘겹게 묶어낸” 것이라고 이 문서를 부르게 될 것이다.
방어전
2004년 7월 일반이사회를 통해 소위 “7월 기본골격”을 강행 통과시킨 후, 개도국들은 WTO에서 방어전에 참여 해 왔다. 서비스, 비농산물시장접근(NAMA), 농산물 등 세 가지 핵심 협상분야에서 개도국들은 미국 및 EU가 주도하는 선진국의 자유화 확대공세로부터 자국의 시장을 보호해야만 했다.
이들 중 두 협상부문, 즉 NAMA와 서비스에서 개도국들은 제조업 및 산업에서 선진국보다 관세 수준이 훨씬 높고, 자국 서비스 기업들에게 우대 조치를 해 왔기 때문에, 자유화는 개도국들에게 백해무익하다. 농산물에서도 여전히 방어적이기는 하지만 적어도 압력을 덜 수는 있었는데, EU와 미국의 이해관계에 입각해 세계시장을 장악하고 왜곡하는 것을 가능하게 해 주었던 엄청난 농산물 보조에 대해 개도국들이 반공세를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 부분의 협상 중 개도국의 입장에서 가장 직접적인 위협은 서비스 협상이다. 서비스 부문에서는 유연한 양허방식을 강제조항으로 대체하려는 강력한 움직임이 있어왔다. 짧게 설명하자면, 서비스무역에관한일반협정(GATS)은 한 정부가 다른 정부에게 서비스 부문을 개방하라고 자유롭게 요구를 하지만, 요청을 받은 정부는 개방을 하고 싶은 것만 개방을 하고, 심지어 하나도 개방하지 않아도 되었다.
그러나 현재의 협상에서는 “벤치마킹”과 “숫자로 된 목표(numerical target)”와 같은 “보완적 방법”을 도입해 개도국들이 개방의 “질을 향상”시키도록 했다. 즉, 개도국들은 현재의 협상에서 다루었던 것보다 더 많은 서비스 개방에 합의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서비스무역위원회 의장이 발표한 회의 초안에서 “벤치마킹”과 “숫자로 된 목표” 등의 더 위협적 방법들이 적어도 명시적으로 언급되지는 않았지만, 이 문서의 내용에서는 한 정부 또는 정부간 그룹이 다른 정부 또는 다른 그룹의 정부들에게 하나 또는 여러 서비스 부문을 개방하라는 요구를 할 수 있고, 요청을 받는 정부 또는 그룹은 “이런 요청을 다루기 위한 다자간 협상에 들어가는” 보완적 방법을 승인하고 있다. 개도국들이 사태를 정확히 파악하고 있는 것처럼, 강제협상은 강제자유화로 미끄러져 들어가는 첫 걸음이다.
NAMA에서는 큰 이견이 있어왔고, 2005년 11월 22일 발표된 협상관련 의장진행보고서(Chairman’s Progress Report)는 이를 반영하고 있다. 비농산물 관세관련 공식뿐만 아니라 공식(개도국의 산업 및 제조업 부분의 미발전된 상황을 고려한)에 넣는 선진국과 개도국의 차별적 계수에 대해서도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문서의 내용에서 한 가지 심기를 불편하게 하는 문안이 있는데, 이 문안은 회원국들이 관세 인하에 대해 “스위스 공식”에 합의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고 있다. 평균적인 관세 인하를 의무로 하지만 민감한 품목에 대해서는 다른 것들에 비해 관세를 덜 인하하도록 해서 관세라인을 기준으로 차별적으로 확대할 수 있는 유연성을 남겨 놓았던 “우루과이 라운드”에 비해, 스위스 공식은 높은 관세에 대해서는 더 높은 비율의 관세인하를 요구하고 있다.
많은 개도국들이 선진국에 비해 제조업 및 비농산물 수입에 대해서 고율의 관세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개도국들은 스위스 공식이 채택되면 가장 큰 손해를 볼 것이다. 이 때문에 문서에 담겨있는 인상과는 정 반대로 많은 국가들은 스위스 또는 스위스 형식의 공식에 반대하고 있다.
우리가 언급했던 것처럼, 고도의 숙련 전문가들과 같이 서비스를 제공하는 “자연인”의 이동과 관련된 서비스 협상의 Mode4를 제외하고, 서비스와 NAMA에서는 공격적인 전략에 대해 거의 손을 쓸 수 없을 정도로 개도국들은 방어전을 치러왔다. 그러나 심지어 Mode4에 대해서도 정치적인 이유(반이민자 정서로 보이는)로 어떤 “유연성”도 거의 가지기 어렵다는 선진국 정부의 입장 때문에 이 부문에서도 뭔가 얻을 수 있는 가능성은 극도로 제한되어 있다.
농업부문에서 EU와 미국의 비타협성
그러나 농업협상에서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7월 기본골격의 조항에 의해 주어진 이점들에도 불구하고 선진국간 보조금 삭감의 차이, 선진국 보조금 및 시장보호에 대해 개도국이 주목하고 있는 점 등으로 인해 2003년 칸쿤 각료회의는 붕괴되었다. 이제 홍콩 각료회의에 앞서 이런 비타협성은 주요한 난제가 되고 있다.
EU도 반항아임이 틀림없지만, EU만이 반항아는 아니다. 미국은 부산에서 있었던 APEC 정상회담에서 다른 국가들의 신임을 얻기 위해 대단히 노력을 했다. 미국이 전반적으로 농산물 보조를 60퍼센트까지 삭감하겠다고 공언한 것은 진실을 왜곡하는 것이다. 이 삭감은 허용가능한 지원의 수준에서 삭감하는 것이지 실제의, 현재적 수준에서의 삭감은 아니다. 따라서 현재 정부의 지원이 지속되도록 했을 뿐만 아니라 지원을 늘릴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 냈다.
게다가 만약 늘리지 않는다고 해도, 미국의 제안은 보조금 시스템을 실제로는 거의 손도 대지 않은 채 남겨 놓았다. 수출 보조의 한 형태인 수출신용을 줄이거나, 또는 “그린박스(허용보조)” 보조금을 삭감하는 등 진짜 덤핑 메커니즘인 식품보조를 줄이기 위한 어떤 구체적인 약속도 없다.
그리고 실제로 2002년 미국 농업법 아래 부시정부가 법제화한 새 보조금을 확보하기 위해 “블루박스(생산제한 하의 직접지불)”를 확대하려는 압력을 계속하고 있다. 우루과이라운드 동안 제도화된 두 “박스”는 – 그럴듯한 이유로 – 다양한 종류의 덤핑 조장 보조금을 삭제 또는 대량 삭감의 예외로 두고 있다.
미국과 EU가 진지하게 요구를 수용하는 것이 왜 어려울까? 왜냐하면 농업협정은 농업부문에서 공정한 무역을 촉진시키기 위한 것이 아니라, 제3세계 시장에 덤핑하기 위한 미국과 EU의 독점적 경쟁을 규제하면서, 동시에 과정을 정당성을 얻기 위해 국내 보조를 기만적으로 감축하기 위한 것이다.
주요 목표는 개도국의 농산물 시장을 개방하고 덤핑을 규제하기 위한 것이지, 선진국의 보조금을 없애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미국과 EU가 그들이 내놓았던 것보다 “더 낳은” 요구를 수용한다고 해도 뭔가 진전이 이루어질 가능성은 희박하고, 결국 엄청남 보조금 시스템을 아주 살짝 건드리는 것에 불과할 것이다.
가부키 게임
농업협상에 진전이 없기 때문에 홍콩에 앞서 교착상태에 빠진 것일까? 나는 그렇기를 바란다. 그러나 사실 두려운 것은 누가 더 좋은 안을 수용할 것인가에 대한 미국-EU의 경쟁이 결국 막판에 가서는 공식(formula)을 절충하는 것으로 끝날 잘 짜인 가부키 게임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미국과 EU가 고비에 이르렀던 우루과이 라운드의 마지막 국면에서의 농업협상도 비슷했는데, 여기서 미국과 EU는 농업협정을 내놓으면서 마지막 순간에 물러섰고, 결국 이것은 다른 국가들에게로 떠넘겨졌다. 수용을 해라, 그렇지 않으면 떠나라, 미국과 EU는 말했다. 그러나 만약 거부한다면 우루과이 라운드를 붕괴시킨 책임을 지게 될 것이라고.
이와 유사한 시나리오가 펼쳐질 것이라고 경제학자 C.P.찬드라섹하르는 이야기 한다.
“정확히 [똑 같은] 행동이 재현되고 있다. EU가 2차 양허에서 조금이나마 진전을 보일 것이라는 기대가 높다. 그러나 이런 기대는 EU의 농업적 이해를 따르게 만들 것이고, 개도국은 NAMA와 서비스에서 주요한 양보를 요구받게 될 것이다. 만약 이 양보 요구를 거부한다면 이번 회의가 좌초된 것에 대한 책임은 막판에 가서는 개도국에게 떨어질 것이다.”
그가 언급하고 있는 위험은 “쟁탈전에서 그 책임을 떠맡도록 강요받지 않은 채 그들이 얻을 수 있는 최대한을 얻기 위해서, 인도나 브라질과 같은 국가들이 그들 자신의 생산물뿐만 아니라 아프리카를 비롯한 다른 곳의 생산자들에게도 해를 입히는 큰 타협을 할 것이라는 것이다.”
사실 많은 사람들은 브라질이 EU에게서 수출보조를 서서히 없애는 명시적인 일정을 약속 받고 타협할 수 있고, 인도는 미국이 예외적으로 인도의 고급기술 전문가들에 대한 HB1비자를 늘려준다는 약속에 타협할 수 있다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그리고 현재는 소위 도하라운드의 합의 및 승리적인 결론을 얻어내기 위해 홍콩 이후에도 협상과정을 확장하기 위한 회의가 진행되고 있다.
옥스팜의 셀린느 세바리앗은 영향력 있는 인물들이 “홍콩에서 3분의 1의 합의를 만들어 내고 최종적인 세부안은 4개월 연기해서” 2006년 년 중반 이전 또 다른 각료회의에서 만들 것을 이야기 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내 생각에는 홍콩에서의 “3분의 1”의 합의는 “다자적(plurilateral)” 방식을 승인하는 서비스 협상이, 그리고 나머지 3분의 2는 주로 농업 및 NAMA로 이후 2차 각료회의에서 결론지어 질 가능성이 높다.
설사 홍콩 또는 “홍콩 플러스” 프로세스의 단 하나의 결과가 현재 서비스 초안에 기초한 것이라고 해도 무역 강대국들에게는 큰 승리일 것이고 개도국에서는 큰 패배가 될 것이다. 남반구 포커스의 에이린크와는 서비스 협상에 의해 다자간 방식이 합법화되면 홍콩 이후에 즉각적으로 시작될 자유화에 강력한 관성이 붙으면서 쉽게 공식적인 부문협상으로 전환될 것이고, 이것은 통신 및 금융서비스 부문에서 다자적 방식의 협상이 1997년 승인된 이후에 급속히 부분협상으로 공식화 되었던 것과 대단히 유사할 것이다.
즉 WTO 내의 상황을 요약하자면 개도국들은 새로운 WTO 협상이 홍콩에서 마무리가 되건 확장된 “홍콩 플러스”프로세스로 연기가 되건 얻을 것은 아무것도 없다.
더 큰 문제
그러나 문제는 소위 7월 기본골격 내에서 진행되고 있는 현재 협상과정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훨씬 더 근본적인데 있다. WTO의 구조, 규제, 그리고 프로세스는 구조적으로 개도국의 이해에 반하도록 편향되어 있다. 개도국이 이것을 배우는데 10년이 걸렸다. 방금 보았던 남반구포커스의 비디오 이름을 빌린다면 남반구에게 WTO가 나쁜 진짜 네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무역자유화는 WTO의 존재 이유이며 더 큰 경제자유화로 인해 자유무역론자들이 예측했던 것과 명백히 정반대의 결과가 나타났다는 것이 점점 더 명백해 졌다. 개도국에서 구조조정 및 여타의 급진적인 친시장 정책을 시행한지 20년이 지났지만, 세계에는 1985년 보다 더 많은 빈민이 살고 있다.
국내 및 국가간 불평등도 더욱 커졌다. 친시장 정책을 채택한 국가들-남미, 카리브해, 사하라 이남의 아프리카, 중동부 유럽-은 빈민의 수가 크게 늘어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실제로 신자유주의의 대표적 사례인 아르헨티나는 2002년 경제붕괴 이후, 25퍼센트가 “빈민”으로 규정되면서 53퍼센트가 빈곤선 이하로 추락했다.
빈곤의 감소는 주로 동아시아 지역에서 나타났는데, 동아시아 지역에서는 국내적으로 반-자유 무역 공식의 보호주의를, 해외에서는 상업주의를 적용한 중국이나 한국과 같이 강력한 국가에 의해 세계시장으로의 통합이 관리되었다. 그러나 이 지역에서조차 국제통화기금 지원을 통한 자본 자유화가 100만의 태국인들과 2천백만의 인도네시아 인들을 1997년 여름 몇 주 만에 빈곤선 이하로 내몰았던 대규모의 금융위기를 초래한 반경향도 나타났다.
둘째, WTO의 수사법은 자유무역일 수 있지만, WTO의 핵심 협정은 기업의 독점을 촉진한다. 만약 농업협상이 중단된다면 우리가 위에서 자세히 살펴본 바와 같이 농업협상이 결코 세계적 농업무역 자유화를 의미해서가 아니라, EU와 미국이 약속에 대한 정당성을 얻기 위해 기만적으로 보조금을 삭감하면서 제3세계 국가의 시장에 많은 보조금을 받은 상품들을 쏟아 붙기 위해 그들의 독점적 경쟁을 관리하기 위한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농업협상과 같이, WTO의 핵심 협약 중에서 자유무역과 별로 관련이 없는 것이 있다. 무역관련지식재산권협정(TRIPS)인데, 이 협약을 통해 미국과 다른 첨단 기술 기업들은 미국의 것을 본뜬 엄격한 특허법을 전 세계에 강제함으로써 기술적 혁신을 독점할 수 있다. 정말로 사실 의도에서도 뻔뻔하게 독점적인 것은 TRIPs로, 자유무역의 첨병인 자그디쉬 바그와티조차도 WTO에 포함되는 것에 의문을 제기했다.
우리가 독점 무역에 비해 이윤추구의 자유무역을 선호한다는 것을 말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자유무역 또한 개도국의 이익을 심각하게 파괴하고 있다). 그러나 이데올로기적 원칙과 WTO의 틈새와 같이 흐르고 있는 기업의 이익 사이에 있는 근본적인 모순이 개도국 사이에서 정당성을 상실하게 하는 근본적인 이유가 되어 왔다는 것을 명확히 하기 위해서이다.
셋째, WTO는 반 개발적이다. 1994년 서명함으로써 합의에 이르렀으나, TRIPs 협정으로 실질적으로 산업화, 모방을 통한 산업화가 과거의 일이 된다는 것을 개도국이 깨닫는 데는 시간이 걸렸다. 그리고 지역만족정책(local content policy)과 같은 개발 도구를 불법화함으로써 산업화의 도구로서 무역정책을 이용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게 되었다.
대부분의 개도국들에게 “도하개발라운드”는 악의적인 오기(誤記)이다. 왜냐하면 도하개발라운드는 무역과 개발, 우루과이 라운드에서 만들어진 자유화 약속의 실행, 그리고 개도국 우대를 조화시키면서 개도국에게 큰 이익이 있는 협상분야를 주변화 시키기 때문이다.
넷째, 세계 무역은 WTO가 필요 없다. 세계 무역이 확장하는데 있어 WTO가 불가피하게 필요하다는 말은 나치 선동가 괴벨스의 말을 빌리면, 계속 반복해서 이야기하면 진실의 지위를 얻게 되는 거짓말들 중 하나이다. 이 말은 WTO의 존재가 사라지면, 세계 무역은 무정부상태로 빠져든다는 주장으로 필연적으로 이어진다.
숫자를 직접 대입해 보자. 세계무역이 1948년 1억2천4백만 달러에서 1997년 107억7천2백만 달러로 86배 늘어나는데 WTO는 필요하지 않았다. 이런 확장은 국제연합무역개발협의회(UNCTAD)에 의해 보완되는 구 GATT아래서 이루어 졌다. 유연한 UNCTAD와 함께하는 GATT의 기본틀(the GATT-cum-UNCTAD framework)은 동아시아의 신흥공업국이 1965년에서 1995년까지 급속히 전환하는데 이용된 국가주도의 보호주의/상업주의 전략을 가능하게 했을 뿐만 아니라 남미 국가들이 1950년부터 1970년까지 산업화할 수 있도록 해 주었다.
다시 말해, UNCTAD-cum-GATT라는 다자간 기본틀은 개도국들에게 엄청난 양의 “정책적 공간(policy space)”-로버트 폴린의 연구결과에 반영된 현상으로, 중국이라는 특별 케이스를 방정식에서 제외하면 신자유주의 시기(1981-2000) 전반적인 성장률이 2.6퍼센트인데 반해 개발 시기(1961-80)에는 5.5퍼센트라는 연구결과-을 제공해 주었다.
합당하게 잘 기능했다고 한다면 왜 GATT-cum-UNCTAD 기본틀은 자리를 뺏겼을까? WTO가 설립되고 지속적으로 존재해온 이유는 오늘날 세계 경제를 지배하고 있으며 지속적으로 시장개방을 요구하는 초국적기업(TNCs)의 이해에 복무해왔기 때문이다.
더 구체적으로는 WTO를 만들도록 압력을 가한 것이 바로 미국과 미국의 기업들이라는 것이다. 미국의 기업들이 1970년대에 이르러 더욱 세계 경제에 의존하게 되면서, 미국은 GATT를 대체해 보호주의 정책을 해체하기 위한 더욱 영향력 있는 무역 분쟁-조정 메커니즘을 만들려는 노력에 앞장섰다.
그리고 개도국 시장에서의 덤핑을 관리할 수 있는 협정을 EU와 체결했고, 초국적기업의 착취를 위해 개도국의 서비스를 개방하도록 압력을 가했다. 또한 개도국의 무역정책을 이용한 산업화를 불법화하는 TRIPs 협정을 통과시키도록 압력을 행사했고, 첨단 지식집약 산업에서 미국의 이익을 확고히 해 줄 수 있는 TRIPs를 밀어붙였다.
자국의 세계적 기업들의 압력을 받아서, EU와 일본은 미국의 의제와 함께했으나, 개도국들은 GATT-cum-UNCTAD의 상대적으로 개발친화적인 틀을 선호했기 때문에 대개는 방관자였다.
그렇다. WTO는 없어서는 안 된다… 초국적기업들에게만. 개도국에게 WTO는 – 막스 웨버에게서 이미지를 빌려온다면 -개발 공간을 도둑질하는 철창이다. 개도국에게 지난 10년은 계속 방어적이 되어야만 했던 비참한 경험이었다. WTO 프로세스가 개발을 이윤추구를 위한 무역에 가차 없이 종속시켰기 때문이다.
개도국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서 개도국들은 G20, G33, G90과 같은 블록을 만들어야만 했고, 칸쿤에서는 WTO 각료회의를 크게 좌초시켰다. 만약 현재 협상이 교착상태에 있다면, 그것은 미국과 EU가 농산물 보조금에 대해서는 기만적인 감축으로 눈가림하고 반면에 농산물, 비농산물, 서비스 시장에 있어서 더 큰 시장 접근에 대해서는 개도국의 양보를 요구하는 비대칭 협상전략을 개도국 블록이 성공적으로 봉쇄했기 때문이다.
WTO의 첨병들은 이제 WTO의 우산아래서 더욱 공정한 조약에 대해 개도국들이 협상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공치사하면서, 이런 그룹들의 등장을 막아왔다. 그러나 현실은 WTO의 뿌리 깊은 반개발적 편향으로 인해 개도국들이 그들의 이해를 보호할 수 있는 공간이 극히 제한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WTO에서의 방어전의 경험에서 발견한 하나 좋은 점은 개도국들이 힘을 합쳐 WTO와는 다른 지구적 무역관리체계-무역이 개발에 종속되는 기구-를 만들 필요가 있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WTO 6차 각료회의는 홍콩에서 붕괴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것은 긍정적인 발전이다. WTO를 지지하는 기업들의 지지자들에 의해서 그려진 이기적인 심판의 날 시나리오와는 반대로 WTO 이후에 삶이 있다. WTO의 죽음은 무정부 상태를 야기 하는 것이 아니라, 개발을 위한 정책공간을 제공할 것이다.
드라큘라와 개발국가들: 최종회?
내가 가장 좋아하는 저자중의 한 사람인 밤 스토커의 이미지를 빌려와서 마무리를 지을까 한다. WTO는 결코 죽지 않는 그의 캐릭터-드라큘라와 같다. 당신이 그를 죽였다고 생각할 때마다 그는 부활한다.
1999년 시애틀 3차 각료회의의 붕괴에 이어 WTO는 1991년 11월 카다르 도하의 성공적인 각료회의를 통해 부활했다. 그러나 도하의 승리에는 2003년 9월 칸쿤 5차 각료회의의 실패가 뒤따랐다. 그리고 칸쿤에 이어 2004년 7월 WTO일반이사회의 제도적 쿠데타가 일어났고, 7월 기본골격을 강행 통과시켰다.
따라서 홍콩에서의 위기는 고조되었다. 홍콩은 아마도 세계 무역 자유화의 엔진으로 WTO를 확고히 할지도 모른다. 그렇지 않다면, 이 뿌리부터 반민중적인 기구의 심장을 몰아내고 끝장내는 것으로 증명될 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