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기어이 광우병 위험으로부터 안전하지 않은 미국산 쇠고기를 다시 수입하기로 결정했다. 농림부는 문제의 “7개 작업장이 개선조치를 취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미국산 쇠고기 수입재개를 승인했고 이제 미국산 쇠고기가 한국에 들어오게 되었다. 전 국민이 광우병에 무방비로 노출되려하는 지금 우리는 오늘 참담한 심정으로 미국산 쇠고기가 안전하지 못함을 다시한번 밝히며 미국산 쇠고기 수입재개를 중단할 것을 마지막으로 촉구한다.
이번 정부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결정은 이미 영국정부가 채택하였다 재앙으로 드러난 광우병 관련정책과 동일한 것이다. 영국 정부는 학계에서 광우병의 인체전염 위험이 경고되는 상황에도 불구하고 1986년부터 1996년까지 무려 10년 동안 “광우병이 인체에 전염된다는 증거가 없고 광우병은 인체에 어떠한 위험도 주지 않을 것”이라고 국민들을 기만했다. 이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이 광우병 쇠고기를 먹고 인간광우병에 걸려 비참하고 고통스럽게 죽어갔다. 한국정부는 이러한 영국정부의 실패를 반복하는 것이다.
분명히 말하건대, 미국산 쇠고기는 결코 안전하지 않다. 정부는 30개월 미만의 살코기는 안전하다고 주장하지만 30개월 이하의 소에서도 일본, 영국, EU 등에서 최소한 24건의 광우병이 발생했고, 뼈를 발라낸 살코기에도 광우병 위험물질이 들어 있다는 연구결과들이 나오고 있다. 미국산 쇠고기가 안전하지 않다는 주장은 정부의 표현대로 “객관적 과학적 사실에 기초하지 않은 매우 위험한 주장”이 아니라 일본정부가 국제수역사무국(OIE)에 제출한 공식적인 입장이다. 일본정부는 “살아있는 상태에서 광우병의 임상증상이 전혀 확인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광우병 원인물질이 (근육 내의) 말초신경조직에서 검출된 사례가 2건이나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일본정부는 “광우병 감염 소의 근육을 접종한 10마리의 쥐 중에서 1마리에서 광우병 병원체의 축적이 확인된 연구 결과도 있다”며 “살코기도 결코 안전하지 않다”고 경고했다. 일본이 미국과의 쇠고기 수입재개 협상에서 최소한의 조건으로 20개월 미만의 쇠고기를 수입하는 것을 주장하고 관철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광우병 미발생국가인 우리나라의 협상내용은 광우병 발생국가인 일본의 수입조건보다 훨씬 후퇴한 조건으로 일방적으로 미국에 굴복하고 말았다. 우리는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담보로 위험한 광우병 도박판을 벌이는 한미 정부의 배후에는 타이슨 푸드, 카길 등 이윤을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 다하는 것으로 악명 높은 다국적 농축산 독점기업이 있다고 판단한다. 부시 대통령과 미 행정부 관료, 미국의 의원들은 이러한 다국적 거대축산기업의 로비와 압력에 따라 노골적으로 한국 정부에게 한미 FTA의 4대 선결조건으로 광우병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재개할 것을 강요하였다.
노무현 정부가 미국 측의 4대 선결조건을 적극 수용한 사실은 지난해 9월 12일에 열린 대외경제장관회의 문서와 올 2월 9일에 발표된 미 의회조사국의 보고서에서 분명히 드러났다. 로버트 포트만 미 통상대표는 “4대 선결조건에 대해 한국이 양보하지 않았다면 한미 FTA 협상은 시작될 수 없었다”고 밝혔다. 이번에 농림부가 광우병 미국산 쇠고기 수입재개를 최종 승인한 것은 한미 FTA 4대 선결조건의 이행과 9월 14일, 15일 미국 워싱턴에서 있을 한미 정상회담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부시 미 대통령에게 바치는 방미 선물에 불과할 뿐이다.
시민사회단체들은 지금까지 미국의 광우병 예방을 위한 사료정책이 미국정부 스스로 인정할 만큼 후진적이고, 미국의 검역체계가 매우 불완전하며, 최근의 광우병 전파에 대한 여러 연구결과 에 근거하여 30개월이나 살코기라는 기준이 광우병의 안전기준이 될 수 없음을 객관적 자료를 바탕으로 밝혀왔다. 그러나 정부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관한 정부공청회 한번 열지 않았으며 문제제기에 대해 국제기준이라는 말 외에 제시한 바 없다.
더욱이 한국에는 미국산 쇠고기가 수입되면 최소한의 대비책으로 주어져야 원산지표시제도도 갖추어져 있지 않다. 식당에서 사용하는 육류의 원산지를 표시하는 식당 원산지 표시제도는 재경부의 도입반대로 내년부터 500여곳 남짓한 식당에서 시행될 뿐이다. 박홍수 농림부 장관은 “수입쇠고기를 사먹을 지는 전적으로 소비자판단여부에 달려있다”고 말하면서 뻔뻔스럽게 국민에게 책임을 떠 넘기고 있으나 막상 소비자가 선택할 길조차 원천적으로 봉쇄되어 있는 것이다. 더욱이 한미 자유무역협정이 체결되면 학교급식이나 병원급식에서 미국산 쇠고기를 배제할 수 있는 방법조차 원천적으로 차단될 가능성이 높다. 참여정부는 도대체 무슨 일을 벌이고 있는가?
오늘의 수입재개결정은 거대다국적 기업의 이해와 국민건강을 맞바꾼 참여정부의 역사적 과오로 기록될 것이다. 국민들의 절대다수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상황에서 광우병이 발생하지 않은 나라보다도 더 열악한 수입조건으로 또 최소한의 안전판 조차 갖추지 않은 상태에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강행하는 참여정부의 이번 결정은 어떻게 보아도 정당화 될 수 없다. 우리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 또한 우리는 광우병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강요하는 한미 FTA를 즉각 중단할 것을 요구한다. 우리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저지를 위해 안전한 식품을 먹을 소박한 권리의 회복을 바라는 절대다수의 국민들과 함께 계속 투쟁할 것임을 밝힌다.
2006년 9월 8일
식품위생 및 광우병 안전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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