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건강과 신종플루 관련 토론회 열려, 유급병가 보장해 사업장 내 감염확산을 막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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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이 없던 20대 여성이 사망하고 학교를 중심으로 감염이 빠르게 확산하면서 신종플루 불안감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개인위생 철저 이외에는 뚜렷한 예방?관리 대책이 없는 노동현장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 27일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는 노동자 관심 속에 ‘신종플루 대처, 어디까지 왔고 어디로 가야하나-신종플루로 본 노동자 건강의 실태와 문제점’ 토론회가 열렸다.

민주노동당 곽정숙 국회의원 · 홍희덕 국회의원 · 민주노총 · 녹색병원 노동환경건강연구소 · 보건의료단체연합이 공동주최한 이번 토론회는 노동자 관점에서 본 정부의 신종플루 대책 문제를 제기하고 구체 대안을 촉구하는 자리였다. 곽정숙 국회의원은 인사말에서 “세금을 내는 국민이 아플 때 치료받을 권리는 너무도 당연하다.”며 국민부담 없이 “전액 국고부담으로 신종플루 예방 · 관리에 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노총 김경자 부위원장은 신종플루 확진비용이 비싸 검사를 받지 못한다는 전화를 직접 받았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공공의료기관 확충을 위한 단기 중장기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7일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신종플루로 본 노동자 건강의 실태와 문제점 토론회가 열렸다. ⓒ 이현정  

의료사각지대에 부는 신종플루 양극화 바람

이날 토론회는 정부의 늑장대응과 노동부의 소극적인 신종플루 대책이 거센 비판을 받았다. 첫 번째 발제를 맡은 보건의료단체연합 우석균 정책실장이 “한국정부가 (신종플루에) 제대로 대처하는 부분이 거의 없다”며 포문을 열었다. 우 실장은 “정부는 충분한 양의 신종플루 백신을 확보해 적기에 공급했어야 하지만 치열한 백신확보 경쟁에 소홀했다”면서 “녹십자의 백신공급이 시작되었지만 물량확보가 부족해 접종대상이 엄격한 기준으로 선정되는 문제까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과도한 신종플루 예방 및 치료 비용 본인부담 문제도 거론됐다. 우석균 실장은 “신종플루는 대학병원 기준 진단비용만 15~20만원 정도이고 입원을 하면 치료비용은 더 늘어나지만 현재 정부는 타미플루만을 무상으로 공급하고 있다”며 “최소한 신종플루 치료비 전액을 정부가 보장하거나 감면하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치료비용을 개인에게 전가하는 입장을 가지면 저소득층 취약계층 등 의료사각지대 사람의 ‘신종플루 양극화’를 막을 수 없다는 염려도 이어졌다.

우 실장은 지적된 문제 해결을 위한 1순위 과제로 정부가 추진하는 의료민영화 중단을 꼽았다. 그는 “한국의 공립병원이나 보건소는 전체 의료기관 중 7% 정도로 OECD 국가의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며 “신종플루처럼 당면한 건강 위험에서 국민의 생명을 지킬 수 있는 보건의료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상태”라고 진단했다. 그는 “한 나라의 공공보건의료체계는 사회 안전과 직결되는 기본적 의료 인프라”라며 “지금 정부가 할 일은 영리병원 허용 · 채권 발행 · 병원 경영지원 회사 설립 허용 등 의료 민영화가 아니라 의료 공익성을 강화하는 조치”라고 일침을 놓았다. 더불어 ∇백신 무상공급 및 공급자 확대 ∇치료비와 검사비용 정부 부담 ∇정부 주도의 백신 및 필수의약품 연구소 및 생산시설 확보 ∇노동자 · 학교 보건 등 국민을 위한 안전체계 정비 ∇법적 제도적 의료대응 체계 마련 등을 주문했다.

  
▲ 대기자 늘어선 신종플루 거점병원.  
중랑구 신종플루 거점병원인 녹색병원에도 신종플루 확진검사를 받으려는 사람들이 날마다 몰리고 있다. ⓒ 이현정  

작업장에도 ‘공무원 관리지침’ 적용해야

두 번째 발제자로 나선 노동건강연대 이상윤 정책국장은 노동현장에서 이뤄지는 부실한 신종플루 예방 · 관리를 지적하고 대안을 제시했다. 이상윤 국장은 “신종플루 감염 · 의심노동자는 회사에 안 나올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이것만 제대로 해도 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하지만 “기업규모와 정규 · 비정규직에 따른 차별과 불평등이 존재하는 것이 현실”이라며 이런 상황은 사업주에게 맡겨버린 안전보건 대책의 한계에서 발생한다고 밝혔다.

그는 “휴가 사용 제약 · 인사 불이익 · 무급휴가 등 신종플루 예방을 위한 일반대책이 노동환경에서는 충실하게 이행되지 않는다”며 “신종플루 감염 또는 의심 노동자는 행정안전부의 ‘공무원 관리지침’을 준용하도록 강제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소규모 사업장 노동자의 질병휴가 사용 부담을 덜 수 있는 질병수당 도입 ∇신종플루로 인한 노동권 침해 감시 · 감독 강화 ∇감염위험이 큰 노동자군 대책 수립과 그 과정에 노조참여 보장 ∇원청이 책임지는 비정규직 노동자 건강 등을 노동자 신종플루 예방대책으로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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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안전부의 신종플루 확산 방지를 위한 공무원 복무관리 지침

- 신종플루 감염확진 · 판정된 경우 : 완치 시까지 ‘병가(病暇)’ 조치하고 격리치료

- 신종플루 증상이 보이는 등 감염이 의심되는 경우 : 1주일간 출근하지 않도록 하고 ‘공가(公暇)’ 처리

- 또한 가족 중 신종플루 감염자가 있어 감염될 가능성이 높은 경우 : 그 가족이 완치될 때까지 출근하지 않도록 하고 ‘공가(公暇)’ 처리

- 격리 · 처리치료 후 출근하려는 경우 : 사전에 의료기관으로부터 신종플루 감염여부 진단서를 발급받아 인사관리부서에 제출하고 이상 유무 확인 후 출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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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만 원하는 윗선, 수능 당일도 혼란 예상

발제에 이은 토론에서는 노동현장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신종플루 문제점이 가감 없이 드러났다. 그러나 질병관리본부 노동부 등 정부 관계자들은 원론 수준의 의견을 전개해 빈축을 사기도 했다. 전국공공서비스노동조합 현정희 사회연대분과장은 “공공병원 · 지하철 · 건강보험공단 등 대부분의 공공기관에서는 구조조정 압박으로 인사 불이익과 대체인력 부족으로 병가나 공가를 제대로 사용하지 못한다. 특히 비정규직의 대부분은 감염 상황조차 파악이 안 된다”며 간병인 · 보육교사 등 공공분야 노동자가 사실상 신종플루 예방에서 방치되었다고 말했다. 그는 “노동부와 복지부 지침이 기업현장에서 제대로 수행되는 지 점검과 관리감독이 절실하다”면서 ∇신종플루 예방과 치료를 위한 정부의 실질적인 시설 · 장비 · 인력 지원 ∇병가 및 공가 사용 · 산재처리에 따른 인사 불이익 금지 ∇기업내 전담부서 및 담당자 선정 등의 해결책을 제시했다.

전교조 서정록 보건위원장은 신종플루 관련 “학교 현장의 지원 요구에 교과부가 도움이 되었냐는 질문에 91.8%의 담당교사들이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답했다”며 “교과부가 예방을 위한 보건교육이 아닌 시설환경 관리에만 치중하고 문서상 지침과 형식적인 보고 공문만 남발”한다고 지적했다. 서정록 보건위원장은 다가오는 대학수학능력시험 대책에서도 “교과부에서 의료진을 확보하는 것이 아니라 학교별 섭외라 의사를 구하느라 난리가 났다”고 밝혔다. 특히 1교시까지만 의료진이 상주하고 시험 당일 신종플루 의심환자를 분류하는 것은 시험 뒤에 많은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행정지도 뿐…

정부쪽에서는 질병관리본부 전병률 전염병대응센터장과 노동부 산업안전국 임영섭 근로자건강보호과장이 토론자로 나섰다. 전병률 센터장은 현재 신종플루 대책은 진료 중심 체계로 전환했다며 “백신 접종은 검증 문제 때문에 시기별로 하게 되었다”고 전했다. 그는 신종플루 대응에서 드러난 문제가 재발하지 않도록 대응책을 마련하고 정부 시스템을 점검하겠다고 표명했다.  

임영섭 과장은 이상윤 국장 발제에 상당부분 공감한다면서도 노동자의 신종플루 대책마련 갈증을 해소해주지는 못했다. 그는 “신종플루 관련 지침을 이행하지 않는 사업장에게 법적 불이익을 줄 수 있는 근거가 없고 지침과 제도를 사업장에서 어떻게 현실화시킬 것인지는 우리에게도 과제”라면서 “사업주의 이행력을 담보할 수 있는 법제화는 시일이 걸릴 뿐만 아니라 논란도 있다”고 밝혔다. 임영섭 과장은 “토론회에서 나온 내용을 해당 부서에 건의하겠다”며 지금은 동원할 수 있는 기관을 최대한 활용해 행정지도를 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답했다.

<일과 건강> 제 11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