딕 체니 미부통령이 15, 16일 양일간 한국을 방문한다. 이번 방문은 지난해에 이미 예정됐으나, 여러 차례 연기된 바 있다. 이라크 사태가 제2의 전면전으로 확대되는 미묘한 시점에서, 딕 체니 부통령의 방문은 조기 추가파병 압력을 행사하기 위한 목적이 아닌가 라는 강한 우려를 낳고 있다.
이에 이라크파병반대비상국민행동 등 시민사회단체들은 13일 오후 미대사관 앞에서 ‘딕 체니 방한 반대 반미연대집회’를 열고, 딕체니 방한 반대 및 추가파병철회를 촉구했다.
“이라크 전범, ‘우리는 너를 환영하지 않는다’”
정광훈 민중연대 상임대표는 “이라크 침략 1년이 되는 지금, 이라크에서는 연합군과 이라크 민중 사이에 전면전이 전개되고 있다”며 “이는 미국의 부당한 침략전쟁과 무자비한 점령정책이 불러 온 필연적인 결과”라고 주장했다. 정 대표는 이어 “미군이 지난 1년간 이라크에 가져다 준 것은 평화도, 민주주의도 아닌 오직 파괴와 학살, 대량실업과 굶주림의 고통 뿐”이라고 덧붙였다.
정 대표는 또“이러한 전쟁에 한국군을 파병한다면 한국 정부 역시 전범이 되는 것”이라며 “스페인에서 발생한 재앙이 한국에서 벌어지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고 경고했다.
‘평화를통일을여는사람들’의 유영재 사무처장은 “딕 체니 부통령은 이라크 침략전쟁을 기획하고 주도한 사람 중 한 명”이라며 “한국에 오기도 전에 ‘한국군의 추가파병을 약속대로 이행햐야 한다’며 노골적인 압력을 행사했다” 고 주장했다. 유 사무처장은 “체니 미부통령의 이번 방문은 파병과 관련한 부당한 내정간섭과 노골적인 파병압력을 행사하는 행동”이라며 “정부는 국민보다 미국과 먼저 합의하는 무책임을 반복하지 말아야 한다”고 성토했다.
이날 집회에 참여한 대학생 김모씨(23)는 “파병철회는 국민적 의사”라며 “추가 파병을 압박하러 오는 딕 체니 부통령의 방한을 절대 환영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어 “정부도 국민적 의사를 고려하지 못하고 일방적으로 미국의 요구에 따라간다면, 또다시 굴욕을 저지르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고건 대통령직무대행, 국민들과 직접적 논의 나서라”
참여연대도 딕 체니 미 부통령 방한에 대한 논평을 내고 파병철회를 요구했다.
논평은 먼저 “참여정부는 국민의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말하면서도 사실상 미국의 고위관료와의 면담을 통해 주요한 결정을 단행했다”며 “특히 APEC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노무현 대통령이 파병방침을 확정했다”고 지적했다. 또 논평은 “이 과정에서 정부는 어떠한 국민의 의견을 먼저 구하는 절차를 거치지 않았고, 오히려 한미간 합의를 국민에게 통보했을 뿐이다”고 덧붙였다.
논평은 “국민 대다수가 이라크 사태에 대해 우려하고 있고, 일부 정치권조차 파병결정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 때에 딕 체니 미부통령의 방한과정을 통해 또 한번 국민적 토론없이 한미간의 굴종적 합의를 통해 파병방침을 재확인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논평은 또 “대통령 직무 정지된 비정상적 상태에서 만에 하나 스페인과 같은 참사가 발생한다면 누구도 책임지기 힘든 사회적 혼란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고건 직무대행은 파병결정을 밀어 부칠 것이 아니라 지금이라도 국민들과의 논의에 나서야 한다”며 고건 대통령 직무대행에게 요구했다.
참여연대에 따르면, 고건 직무대행은 지난 12일 국민행동의 면담 요청을 “바쁘다”는 이유로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참여연대는 이에 “(고건 직무대행의) 대화 거부는 파병에 대한 국민들의 우려 전체에 대한 무시가 아니기를 희망한다”며 “국민이 위임한 직무대행의 본분을 직시하길 바란다”고 비판했다.
논평은 이어 “중대한 사정변경이 발생했다는 점을 분명히 인지해야 한다”며 “이라크에서 사실상의 전투가 끝났다는 전제하에서 재건지원부대를 보내겠다는 취지의 파병동의안을 국회에 상정-통과시킨 만큼, 제2의 전쟁으로 치닫는 현재 파병은 누가 보아도 참전이지 재건지원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또 논평은 “파병을 서두를 것이 아니라 이라크 상황에 대한 갖은 정보왜곡으로 국민여론을 호도해 온 국방외교 실무라인의 정보조작과 왜곡에 대한 조사와 징계부터 착수해야 한다”며 “고건 직무대행이 수행해야 할 외교적 임무는 딕 체니 미국 부통령을 빈손으로 돌려보내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프레시안> 김경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