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오후 3시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 파병반대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라크 팔루자에서의 대규모 학살이 언론을 통해 보도된 탓으로 어느 때보다 파병철회의 외침은 강했다.
“팔루자 학살, 그것이 미국이 말한 민주주의인가”
74개(23일 현재)의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반전평화공동행동(준)이 주최한 가운데 1천5백여명이 참석한 이날 반전-파병철회 집회는 이주노동자 밴드 ‘Stop Crackdown’의 공연으로 시작됐다.
밴드’Stop Crackdown’은 첫 곡 ‘장애인’을 부른 뒤 “신체적 장애인보다 더 안타까운 사람은 정신적 장애자”라면서 “사람 목숨보다, 국익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바로 정신적 장애자”라고 말해 집회참가자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본 집회 첫 연사로 나선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국장은 “대량살상무기를 발견하지 못한 미국은 이라크 침략의 명분으로 후세인 축출을 통한 민주주의 수호라고 말을 바꿔 주장하고 있다”며 “이라크 민중에 대한 대규모 학살이 바로 미국식 민주주의인가”며 미국의 이라크 침략을 비판했다.
거리행진모습, 1천여명의 집회참가자들은 거리의 시민들에게 파병철회의 정당성을 알렸다. ⓒ프레시안
거리 시민들, 행진대오에 큰 관심 보여
토요일 오후 종묘 공원에서 동료들과 막걸리를 드시고 있는 할아버지들도 행진대오를 보고 한마디씩 거들었다.
오랜만에 친구를 보러 종묘에 나왔다는 김모(71) 노인은 “6.25전쟁 때 미국이 우릴 살려준 만큼, 미국의 파병요구를 거절해서 되겠냐”며 “젊은이들이 역사를 잘 몰라서 안타깝다”고 혀를 찼다. 그러자 옆에 앉아 있던 이모(70) 노인은 베트남전 때를 거론하면서 “전쟁에 참전하면 사망자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판에, 미국이 아무리 우방이라고 하더라도 참전은 심사숙고해야 한다”고 반론을 폈다.
다른 한 구석에서는 할아버지들 사이에 말싸움이 붙기도 했다. 한 할아버지가 행진대오를 보고 “빨갱이놈들”이라고 말한 것이 불씨였다. 이에 옆의 한 할아버지는 “무작정 빨갱이라고 말해서 되느냐”며 “이라크에 사람들이 그렇게 많이 죽었다는데, 젊은이들이라도 앞장 서서 파병철회를 주장해야 되지 않냐”고 언성을 높였다.
인사동 앞 길에서 남자친구를 기다린다는 20대 여성은 “정치에는 무관심한 편인데, 인터넷에서 이라크에서 죽은 어린 아기들 사진을 본 뒤로 파병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게 됐다”며 “무고한 사람들이 죽어가는 전쟁에 왜 정부는 파병을 강행하려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종로거리에서 포장마차를 운영하는 김모씨(35)는 “애꿎은 우리 젊은이가 이라크에서 피를 흘릴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라며 “정부가 다시한 번 파병을 심사숙고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파병철회 관련 집회가 매주 진행됨에 따라 거리의 반응도 점차 달라지고 있다. 모든이의 이목이 집중됐던 17대 총선이 지나자 시민의 관심으로 빠르게 파병문제로 옮아가는 양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