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30일 한미 양국 정부가 협정문에 서명함으로서 한미 FTA 협정이 체결되었다.
작년 2월부터 많은 시민들과 사회단체들은 한미 FTA가 한국사회의 공공성을 훼손하고 국민건강을 위협에 빠뜨리며 우리 사회의 개혁을 매우 어렵게 할 것이라는 점을 지적하며 한미FTA을 반대해 왔다. 또한 관련분야의 전문가들도 의견제출과 수 많은 토론회와 분석 보고서를 통해 한미FTA가 가져올 한국사회의 재앙적 문제들에 대해 지적해 왔다. 그러나 노무현 정권은 국민들의 뜻을 어긴 채 기어이 망국적 협정에 서명을 하고 말았다.
민주주의 파괴 협정
한국 정부는 작년 2월부터 17개월간 진행된 협상 과정에서 한 나라의 정부가 얼마나 맹목적이고 폐쇄적이며 비민주적일 수 있는지를 여과 없이 보여주었다.
한국 정부는 협상을 위해 국민의 의견과는 상관없이 광우병쇠고기 수입, 약값적정화정책 포기 등 이른바 ‘4대 선결 조건’을 들어주며 협상을 시작했다. 한미 FTA에 대한 국민의견을 듣는 공청회를 열겠다던 날, 이미 한국 정부는 협상단을 워싱턴에 파견했고, 공청회 한번 제대로 열리지도 않은 채 한미 FTA 협상을 공식적으로 개시했다. 게다가 협상이 시작된 작년 2월부터 지금까지 한미 FTA가 한국사회에 미칠 영향과 전망에 대한 제대로 된 보고서조차 하나 없다. 한국 정부는 모든 정보를 차단한 채 정부 관료들과 곡학아세를 일삼는 일부 전문가들의 의견만을 들으면서 협상을 진행해 왔다. 반대의견은 모두 차단되었고 모든 한미 FTA반대 집회는 불법으로 규정되었다.
한국 정부는 한미 FTA에 대한 일방적 홍보로 수백억의 국가예산을 집행하면서도 농민들이 나락을 팔아 만든 단 한번의 TV 광고마저도 불허했다. 한미 FTA가 타결되면 밤샘토론이라도 하겠다던 노무현 대통령은 토론은 커녕, 토론을 하겠다는 상대방들에게 수배와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이것이 노무현 정부의 민주주의인가? 한 사회의 진로를 중대하게 바꿀 수 있는 조약체결에 국민들의 참여가 철저히 배제되고 민주주의적 절차가 완전히 무시되었다. 한미 FTA는 이러한 민주적 절차가 하나도 지켜지지 않은 것만으로도 이미 무효다.
망국적 한미FTA 협정문, 국회 비준 거부
한미 FTA의 협정문 내용은 더욱 참담하다. 5월 25일 협정문 전문이 공개된 후 한미 FTA가 한마디로 망국적 협상임이 분명히 밝혀졌다. 한미 FTA 협정문은 처음부터 끝까지 공공적 제도를 무력화시켜 평범한 서민들에게는 사회적 권리의 박탈을 의미하는 것이고 미국정부와 기업들에게 공공적 규제와 사회적 제도에 간섭하고 거부할 권리를 부여하는 협정문임이 분명해졌다. 약가폭등, 의료비폭등을 야기시킬 의약품 및 보건의료분야 협정은 국민들의 이익을 침해하는 협정문의 일부분일 뿐이다. 부동산 및 조세정책의 포기, 환경규제정책의 포기, 공기업을 상업적으로 운영하여 공공요금을 폭등시킬 조치를 비롯하여 국민들의 사회적 권리를 포기하는 조치들의 총체가 바로 한미 FTA의 내용이다. 여기에 광우병 쇠고기의 수입, 유전자 조작식품 규제완화 등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팔아먹은 것이 한미 FTA이다.
이러한 한미 FTA에 대해 국회는 그 비준을 거부해야한다. 헌법을 위배한 한미 FTA를 국회가 비준한다면 국회 또한 한국의 민주주의와 국민의 사회적 권리를 송두리째 팔아넘기는 공범이 될 것이다. 한미 FTA가 비준된다면 국회는 합의문에 종속되어 법률 개정 작업을 기계적으로 수행하는 꼭두각시가 될 수밖에 없으며 자신이 만든 법률이 한미 FTA에 의해 거부되고 수정되는 모습을 손 놓고 지켜볼 수밖에 없게 된다. 국회가 이러한 초헌법적 위력을 발휘할 협정을 비준하는 것은 국민이 국회에 위임한 권리를 부정하는 범죄행위이다.
한미FTA무효, 노무현정권 퇴진
우리는 한미 FTA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고 규정한 대한민국 헌법 제 1조를 어기는 협정임을 분명히 한다. 한미 FTA는 미국정부와 양국의 기업들에게 한국의 민주주의제도를 통한 법률과 제도에 합법적으로 간섭하고 거부할 권한을 준 협정이다. 이는 우리사회의 기본적인 헌법정신에 대한 거부일 뿐만 아니라 87년 6월 항쟁을 통해 피로서 얻은 한국의 민주주의와 민중의 사회적 권리에 대한 총체적 부정이다. 6월 항쟁을 통해 만들어진 우리 단체들은 이러한 한미 FTA 협정을 체결한 노무현 정권이 이미 정부로서의 자격을 잃었다고 판단하며 따라서 우리는 노무현 정권의 퇴진을 요구한다. 그리고 우리는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통해 한미 FTA 협정의 폐기를 통해 우리의 모든 노력을 기울일 것임을 분명히 밝힌다. 정부로서의 자격을 잃은 노무현 정부는 퇴진하여야 하며 민주주의와 민중의 사회적 권리를 파괴하는 한미 FTA는 폐기되어야 한다.
2007.7.1
건강권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건강사회를위한치과의사회, 노동건강연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참의료실현청년한의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