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의 이윤추구를 극대화시키고 의료비 폭등을 초래할 병원채권발행법 제정을 즉각 중단하라

첨부파일 : 8373_9952_114.jpg

보건복지부는 2007년 10월 18일 ‘의료채권발행에 관한 법률안(이하 의료채권법)’을 입법예고하고 이에 대한 공청회를 오늘 개최한다. 병원의 채권발행을 허용하는 이 법안은 병원의 비영리법인 규정을 무너뜨리는 법률로서 그나마 한국 보건의료제도의 공공성을 지탱하던 마지막 보루까지 무너뜨리는 법률이다. 우리는 지금도 심각한 의료상업화를 극단으로까지 몰고 갈 의료채권법 입법이 당장 중단되어야 함을 분명히 밝힌다.

첫째 의료채권법은 가뜩이나 문제가 되고 있는 한국의 보건의료제도의 상업적 성격을 극단적으로 강화할 것이다.

의료채권법은 비영리법인 의료기관이 자기자산의 4배까지 채권을 발행하는 것을 허용하는 법이다. 그러나 금융기관에서 자기자산 규모의 돈을 빌릴 수밖에 없는 현재에도 국민들에 비치는 병원들의 돈벌이 추구는 그 정도가 지나치다. 그런데 지금보다 4배까지 돈을 더 빌릴 수 있게 만든다니 현재보다 4배나 되는 이자를 갚기 위한 병원들의 돈벌이 추구는 도대체 어디까지 갈 것인가?

또한 채권을 발행한 의료기관은 채권자와 채권시장의 직접적 압력을 받게된다. 채권의 가격을 책정하기 위해 병원의 수익성 평가가 이루어지며 이 수익성 평가에서 높은 평가를 받기위해 병원의 돈벌이 추구는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이 강력해질 것이다. 돈벌이가 아니라 공익을 추구하는 병원은 채권가치가 덜어질 것이며 추가채권발행은 어려워 지게된다. 결국 병원이 채권발행을 하는 순간 병원경영에서의 공익성 추구는 찾을래야 찾을 수가 없게 될 것이다.

지금까지 의료기관의 채권발행을 금지했던 것은 의료기관은 상업적 경영의 주체가 아니라 한국사회의 의료제도의 공공성을 담보하는 비영리적 기관이라는 사회적 역할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우리사회의 합의였기 때문이다. 현재 모든 의료기관을 건강보험 지정기관으로 하여 국민들의 보험료와 세금으로 운영을 유지시켜주고 있는 것은 바로 이러한 비영리적 성격을 전제로 한 것이다. 그런데 이제 병원을 상법상의 채권발행기관으로 만들자니, 이것은 한국의 보건의료제도의 토대를 바꾸자는 것이다. 이러한 의료상업화의 귀결은 병원의 돈벌이 경영추구의 극대화로 인한 의료비폭등, 건강보험재정의 낭비, 그리고 병원노동자의 고용조건 악화로 인한 비정규직 양산일 뿐이다. 가뜩이나 사회양극화와 건강의 양극화가 문제가 되고 있는 마당에 ! 이 정부가 추진해야 할 것이 병원의 “자금조달의 애로”를 해결해준다면서 국민들의 주머니를 털어가겠다는 것인가?

둘재 의료채권법은 과잉의료와 병상과잉공급 및 지역불균형을 더욱 심화시킬 시킬 것이다.

현재 한국의 의료서비스 공급체계는 과잉병상 및 과잉시설공급이 심각한 상태다. 경인지역의 병상공급과잉은 이미 그 정도가 정부조차 심각함을 이야기하고 있으며 전국적으로 급성기 병상뿐만 아니라 요양병상까지도 병상공급이 과잉이다. 이 때문에 중소병원은 물론 대형병원까지도 유수한 대학병원까지도 도산위기에 처해있는 병원이 한 두개가 아니다. 또한 환자유치가 용이한 경인지역과 대도시로의 병원집중은 의료공급의 지역불균형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이것이 병원업계만의 문제라면 시민사회단체가 나설 문제가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병상의 과잉 공급과 과당경쟁은 과잉진료를 낳게 되고 이는 국민들의 의료비 부담의 폭등으로 돌아오고 있다. 의료비인상률은 물가인상률의 4배가 넘을 정도로 치솟고 있고 이는 온전히 ! 국민의 부담으로 돌아오고 있다. 또한 중소병원 및 일부대형병원의 도산으로 말미암은 사회적 자원의 낭비나 고용불안정도 큰 문제이다. 더욱이 병원들의 경쟁적 과잉시설은 감기환자를 두고 동네의원과 경쟁을 벌이는 지경에까지 이르러 낮은 비용으로 국민들의 일차적 건강을 책임져야 할 1차보건의료체계를 몰락시키고 있다.

고가의 진단 및 치료장비의 경쟁적 도입도 마찬가지이다. 한국의 CT나 MRI, PET 등의 고가 의료장비의 인구당 숫자는 국민소득과 무관하게 전세계에서 1,2위를 다투며 이는 불필요한 과잉진료와 의료비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병원들의 자금조달을 쉽게하는 것은 타는 불에 기름을 붓는 것이다. 정부가 지금 해야할 일은 병원들의 과잉투자를 억제하여 의료서비스공급체계를 바로잡는 일이지 병원들의 과잉경쟁을 촉진하는 일이 아니다. 의료비재정을 아낀다고 의료급여환자들의 가난한 생활비에서 의료비를 쥐어짜고 어린이들의 입원비와 식대에 대한 건강보험지원금을 줄이는 이 정부가 정작 재정지출의 가장 큰 주범인 과잉진료를 부추기는 것을 도대체 어떻게 이해해야 하겠는가?

셋째 의료채권법은 민주적 의견수렴절차도 법률의 사회적 영향평가도 전혀 거치지 않는 졸속입법이다.

정부는 이 법률안이 의료산업선진화위원회를 통해 추진되어 각계의 의견을 반영한 것처럼 이야기한다. 그러나 여러 차례 지적되었듯이 의료산업 선진화위원회는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편파적 구성 때문에 대부분의 시민사회단체들이 참여를 거부한 바로 그 위원회이다. 정부위원 10명과 의료공급자협회장, 병원장, 제약회사대표, 의료기기업체 사장들 및 국책연구원 대표 등이 구성원의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으며 건강보험가입자단체는 아예 포함되어있지도 않다. 정부가 반영했다고 한 의견은 의료공급자 협회와 병원협회 등의 관련업계의 의견일 뿐이다.

또한 이 법률안의 제안이유를 보면 병원측의 자금조달의 애로만을 이야기하고 있을 뿐 그 제도가 한국보건의료제도에 미칠 영향에 대한 평가는 그 어디에도 없다. 심지어 오늘 열리는 공청회조차 병협과 의협, 의료산업화 찬성론자의 토론자 3인에 시민단체는 1인만 들러리로 배석시켜 의견수렴이 요식행위임을 명백히 하고 있다. 오늘 공청회 토론자의 편파적 구성에 대한 항의에도 정부는 아무런 대응도 없다. 사회적 공론화과정과 법안의 영향에 대한 평가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은채 강행되고 있는 이 법안의 입법과정은 한마디로 정권말기의 대선정국의 혼란을 틈타 밀실에서 추진되는 병원업계 특혜법안 이상이 아니다.

의료채권법은 간단히 말해 한국의 보건의료제도의 상업화를 극단까지 몰고 갈 것이며 병원의 과잉공급과 지역불균등을 더욱 초래하여 의료비폭등, 과잉진료, 1차의료체계 몰락, 의료양극화를 더욱 부추길 법안이다. 지금 해야할 일은 오히려 병상 신·증설의 허가제를 시행하여 과잉병상의 공급을 적정화하고 무질서한 병원간 경쟁을 사회적으로 규제하여 공급자의 의료재정 증가를 줄이며 지역간 의료불균등과 1차의료체계의 왜소화를 막는 일이다. 입만 열면 양극화해소와 의료비증가억제를 말하는 정부가 하는 일이 고작 정권말기의 혼란을 틈타 병원업계의 로비법안을 졸속으로 추진하여 의료비폭등과 사회양극화를 더욱 부추길 법안을 만드는 것인가? 의료채권법 입법과정은 당장 중단되어야 한다.

2007년 11월 29일
의료의 공공성과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위한 연대회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