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삽질에 투입할 22조원을 의료에 쓴다면, 10조만 있어도 암 치료도 무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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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조원을 ’4대강 삽질’에 투입하지 말고 다른 곳에 쓴다면 우리는 어떤 나라를 건설할 수 있을까요? 이 사업 때문에 지역에서 는 SOC예산이 삭감되고, 취약계층 복지예산이 줄어들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나오고 있습니다. 한나라당 일각에서 는 22조원보다 더 많은 돈이 더 투입될 것이라는 말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에 <오마이뉴스>는 ’22조의 상상’ 기 획을 통해 4대강 예산을 ‘삽질’이 아니라 주택, 교육, 의료, 비정규-실업, 빈곤층에 투입했을 때 우리의 삶의 질은 어떻게 변화 하는지를 면밀히 살펴볼 예정입니다. 그 상상은 이명박 정부의 경제철학만 바뀌면 현실이 될 수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관심과 적극 적인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독자들의 제안이나 관련 글도 환영합니다.    <편집자말>

정부가 4대강을 정비하는데 22조2000억이라는 어마어마한 국민의 세금을 쓴다고 한다. 가히 천문학적인 액수를 들여 4대강을 정비해야 하는 이유는 물 부족과 수질관리, 홍수를 해결하고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함이라고 한다.

하지만 많은 이들은 어마어마한 국민의 혈세를 4대강 강바닥에 쏟아부을 하등의 이유가 없으며, 오히려 하천의 생태계만 파괴할 것이라고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부자와 기업들을 위해 5년간 100조 원에 육박하는 세금 감면으로 국세가 부족하여 각종 사회복지예산이 축소되고 있는 마당에 그것도 모자라 대형 건설사들에게 막대한 이득을 안겨주고 있는 셈이다.

자연의 생태계를 파괴하고 대형건설사들의 배만 불릴 국민의 혈세 22조2000억 원, 만일 이 돈으로 국민들의 어려워진 삶을 돌보는데 쓴다면 얼마나 좋을까? 국민들의 건강을 돌보는데 쓴다면 얼마나 좋을까?

10조 원이면 암 치료도 감기 치료처럼 돈 걱정 없이

“의료수급권자인 그녀는 간암 환자다. 간동맥 색전술을 받으면 5년 이상 생존도 가능하였지만, 매번 치료할 때마다 내야 하는 돈 100만 원을 구할 수 없어서 치료를 중단하였다. 그녀는 그냥 무덤덤하게 죽음을 기다리고 있다.”

“매우 심한 협심증을 앓고 있는 할머니는 수백만 원이 드는 돈이 없어 심장혈관확장 시술을 받지 못하고 있다. 언제 심장마비가 올지 모르는 위태위태한 시간속에서 약에 의존한 채 오늘도 하루를 무사히 넘긴다.”

“건물 경비를 서다 해고된 40대 중반인 그는 간경화 말기 환자다. 아들의 간을 이식받고 가장으로 다시 일어서려 했지만, 치료비 5천만 원이라는 말에 눈가에 눈물이 맺힌다.”

그뿐이 아니다. 자식들에게 부담주기 싫어서 병을 키우는 할머니, 할아버지들도 심심찮게 있다.

의료기술의 비약적 발전에도 불구하고 돈이 없어 죽음을 맞이해야 하는 기막힌 현실은 우리나라 건강보험의 보장성이 너무 취약해서 벌어지는 일이다. 그럭저럭 먹고 사는 중산층의 경우에도 큰 병에 걸리면 치료비 걱정부터 앞선다. 또 치료비는 가계에 상당한 부담이 주기 때문에 민간의료보험에 따로 가입해야 하는 현실은 피하기 힘들다.(60% 이상의 사람들이 민간의료보험의 상품을 구매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래 저래 또 부담이다. 건강보험료를 내고도 상당한 정도의 치료비를 부담해야 하는 이유는 현재 우리나라 건강보험의 보장성이 64%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중증 질환일수록 건강보험에서 제외되는 값비싼 비급여 검사와 신기술 치료, 수술, 고가의 의약품, 주사 치료가 많다.

하룻밤 10만 원 이상되는 1, 2인실에서 울며 겨자먹기로 자야 하며, 한 달 100~150만 원의 간병비는 치료비 이상으로 부담된다. 돈 없는 서민들에게 건강보험은 반쪽짜리 구실밖에 못한다는 소리가 딱 맞다. 이런 모양새의 건강보험이 OECD 회원국이 될 정도의 경제력을 갖춘 나라에 걸맞는 것일까?

건강보험 가입자라면 누구나 암과 같은 중증 질환에서도 감기 치료처럼 돈 걱정 없이 최선의 치료를 받아야 한다. 그게 가능한 일일까? 가능하다. 4대강을 삽질하는데 쓰는 돈 22조의 절반만 국민들의 건강에 투자하면 된다.

올해 4월 국회에서 열린’획기적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와 의료안전망 강화’ 토론회에서 발표한 이진석 글에 의하면, 2007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국민이 쓰는 전체 의료비에서 건강보험이 부담하는 비용은 24조 원, 국민이 직접 본인 부담하는 비용은 법정 본인부담과 비급여 본인부담을 합쳐 13조 원인데, 건강보험재정24조 원에서 10조 원만 늘리면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유럽 선진국 수준인 90% 이상으로 확 끌어올릴 수 있다고 한다. 4대강을 삽질하는데 낭비하는 비용의 절반만 국고 지원해도 요원한 일로만 여겨졌던 획기적인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가 가능하다.

이렇게 6인실 이상의 상급병실 입원료, 특진료, 간병료, 신치료기술, 고가의 항암제, MRI, 초음파 등 고가의 검사와 치료들에 대한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국민들이 일단 체감하게 되면 국민들이 민간보험회사에 의료보험료로 납부하는 연간 10조 원 이상에 이르는 국민의료비 지출 감소 효과도 더불어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후의 건강보험재정 확충은 조세방식이나 건강보험료 부담비율의 변경 등을 통해서 실현될 수 있다.

신종플루 걱정도 안 할 수 있다

강력한 전염력을 가지면서 전세계를 휩쓸고 있는 신종플루로 인해 우리나라의 취약한 공공의료 인프라가 다시 한번 명확히 드러났다. 신종플루가 5월 2일 국내에 첫 상륙한 이후 급속도로 지역사회 감염으로 확산되면서 느끼는 국민들의 불안과 공포는 정부 대응이 많은 문제점을 노출하면서 증폭되었다.

확산 단계로 접어든 신종플루에 대해 정부가 당장 해야 할 일은 충분한 예방 백신을 확보해서 10월 이후 본격화될 대유행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충분한 치료시설의 확보로 폐렴과 같은 신종플루 합병증으로 인한 사망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전 세계적인 수요 폭발로 충분한 양의 신종플루 백신 확보에 어려움이 예견되는 상황에서 국민의 건강을 책임지려는 정부라면 국영 백신 연구소와 생산시설을 확보하려는 노력은 필수적이다. A형간염 백신과 폐렴(구균)백신이 동이 나서 맞고 싶어도 맞을 수 없는 납득하기 힘든 대한민국에게는 국영백신공장은 더욱 절실한 문제다.

올해 7월 완공된 녹십자 화순 백신공장의 사례를 보면 1000억 원을 들이면 연간 5000만 도스의 생산시설을 갖춘 백신 생산공장을 지을 수 있다고 한다. 4대강을 삽질하는데 드는 비용 22조2000억 원의 0.45%인 1000억 원만 조금 더 일찍 투자하였어도 이 같은 백신들을 국민들에게 보다 적기에 저렴하고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었을 것이다. 또, 여기서 생산된 백신은 백신을 구매할 경제력이 없는 북한이나 제3세계 가난한 민중들에게 무상 또는 저렴하게 지원할 수도 있다.

내 몸 믿고 맡길 수 있는 병원이 늘어나

또, 신종플루가 대유행할 경우에 대비해 충분한 치료시설을 확보해야 할 정부가 제대로 준비도 안된 전국 455개 병원을 치료 거점병원으로, 그것도 일방적으로 지정할 수밖에 없었던 궁색한 현실은 우리나라 공공의료 인프라의 취약성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비단 신종전염병에 대한 대응책의 경우를 논하지 않더라도 ‘치료비 걱정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라도 빈약한 공공의료 인프라의 문제는 반드시 풀어야 할 오래된 숙제였다.

현대, 삼성과 같은 재벌병원들이 등장하면서 갈수록 대형화, 고급화되는 병원들은 수익성을 좇아 과다한 검사, 비싼 검사, 불필요한 검사, 각종 비급여 항목 등을 끊임없이 개발하고 있다. 이로 인해 국민들이 져야 할 의료비 부담은 끝이 없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돈벌이, 수익성보다는 공익성과 환자의 건강을 최우선으로 하는 공공병원들이 대폭 확충되어야 할 것이고, 정부는 이를 위해 아낌없는 재정 지원을 해야 한다.

4대강 삽질하는데 돈 22조2000억 원 낭비하지 않고, 이를 공공병원의 확충에 쓴다면 어떨까?

참여정부가 대선 공약으로 내걸었던 공공병상 30% 확충하는데 드는 비용을 추계한 연구(2004년 보건복지부가 서울대 보건대학원에 용역의뢰한 공공병원 확충개발에 관한 연구)에 의하면 총 21조원의 돈을 들이면 400병상 규모의 공공병원을 144개(5만8600병상)나 만들고, 공공요양병원을 무려 570개(11만4000병상)나 지을 수 있다고 한다.

왠만한 시·군·구에 하나씩은 나에게 과도한 검사를 유도하지 않고 내 몸 믿고 맡길 수 있는 병원이 들어선다는 얘기다. 물론 그 공공병원들이 무늬만 공공병원이 아닌, ‘공익성’에 진정 최우선의 가치를 두는 병원으로 운영하게 할 것인가는 또 다른 과제이지만, 아마도 그것은 지역 주민과 병원노동자들의 참여를 보장하는 민주적 경영을 실현해 나가는 모습 속에서 만들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국민들의 혈세 22조2000억 원은 다시 국민을 위해 쓰라고 정부에게 맡긴 돈이지, 건설사의 배를 채우라고 준 돈이 아니다. 강 파헤치는데 쓰지 말고 국민들의 어려워진 삶과 건강을 되찾는데 쓰자.

송홍석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