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약국’을 없애려는 인도-EU FTA를 당장 중단하라! 한국인들의 기본권을 제한할 한-EU FTA도 폐기되어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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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은 상대국에 따른 매우 신축적인 교역협상을 맺던 과거의 FTA에서 벗어나 공격적으로 관세 및 비관세장벽을 모두 철폐하려는 새로운 FTA 정책을 취하고 있다. 이러한 유럽연합의 새로운 FTA 정책의 첫 번째 대상이 바로 한국과 인도다. 한마디로 유럽의 초국적 거대기업들을 위한, 한미 FTA와 마찬가지로 포괄적이고 공격적인 개방정책이 한 EU FTA와 인도-EU FTA의 특징이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중미자유무역협정(CAFTA) 등의 결과는 처참하다. 선진국들이 선전했던 장밋빛 미래는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고, 자유무역협정은 오히려 식량, 의약품 가격 폭등, 공공서비스의 붕괴, 주권 박탈로 이어졌을 뿐이다.
  
올해 봄, 유럽연합이 인도와 체결하려는 인도-EU FTA는 120개국이 넘는 개발도상국의 민중을 죽음으로 몰아갈 협정이라는 점에서 우리는 이에 주목한다. 3월에 체결할 예정인 인도-EU FTA는 ‘세계의 약국’ 인도를 사라지게 할 협정이기 때문이다. 인도는 2005년부터 TRIPS협정이 적용되기 시작하였으나 특허요건을 ‘기존약에 비해 상당한 임상적 효과가 입증된 경우’ 등으로 제한하여 계속 ‘세계의 약국’이 될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인도의 약값은 초국적제약사들이 특허나 자료독점권을 통해 독점을 획득하여 비싸게 팔고 있는 약값의 5~10%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또 인도는 환자에게 필요한 다양한 제형의 의약품을 생산할 수 있고, 소아용에이즈치료제와 같이 초국적제약사가 돈이 안된다고 생산하지 않는 약을 생산하고 있다.
  
그런데 인도-EU FTA가 체결되면 자료독점권이 생겨 인도가 더 이상 값싼 제네릭(복제약)을 개발하고 생산하는 것이 힘들어지게 된다. 인도정부와 EU는 의약품자료독점권과 지적재산권조항에 대한 합의만을 남겨두고 있고, 3월에 체결을 할 예정이다. 에이즈 치료제 10개 20개를 살 돈으로 초국적 제약사의 약 1개밖에 사지 못하는 것이다. 원래 인도의 값싼 제네릭을 먹던 사람들은 죽음으로 내몰리게 된다. 말 그대로 인도-EU FTA는 120여 개국의 민중의 목숨이 걸린 거래다.
  
의약품 자료독점권은 의약품 판매승인을 받을 때 제출한 안전성, 유효성에 관한 원자료를 제네릭 제약회사가 사용하지 못하게 함으로써 제네릭 출시를 지연시켜 오리지널 의약품의 독점을 부여해주는 것이다. 자료독점권이 부여되면 특허가 없는 혹은 특허가 만료된 의약품일지라도 판매독점권이 생기게 되어 생산, 수출을 못하게 되고, 심지어 강제실시와 같은 특허권의 공공적 사용도 못하게 된다. 특허권이든 자료독점권이든 오리지널 의약품의 독점으로 인해 환자들이 받을 고통은 같다. 자료독점권은 특허권에 비해 독점기간이 짧지만 훨씬 간편한 절차를 거쳐 쉽게 얻을 수 있다. 초국적제약회사가 노리는 것은 인도의 까다로운 특허요건을 만족시킬 수 없는, 임상적 효과가 더 낫지도 않은 신약들에 대해 더 수월한 방식으로 독점을 획득하여 비싼 약값을 받으려는 것이다.
  
인도는 전 세계 제네릭 의약품시장의 20%를 공급하고 있다. 특히 개발도상국에 필요한 에이즈치료제의 90%를, 전 세계 에이즈치료제의 50%를 공급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 글로벌펀드, 국제의약품구매기구(UNITAID)가 115개국에 에이즈치료제를 공급한 현황을 분석한 결과, 2006년이래 인도에서 생산된 제네릭 에이즈치료제는 이들 국제기구에 의해 공급된 에이즈치료제의 80%이상을 차지했고, 2008년에는 87%를 차지했다. 태국, 브라질, 남아공, 네팔처럼 정부차원에서 공공의료기관에 공급하는 인도산 에이즈치료제까지 포함하면 그 비중은 90%를 훨씬 넘는다. 소아용에이즈치료제 역시 인도산이 91%를 차지한다.
  
한국인들에게도 인도산 제네릭이 필요하다. 약값이 너무 비싸서 환자들이 거리로 나설 수 밖에 없는 경험을 우리는 뼈저리게 겪었다. 백혈병치료제 ‘글리벡’과 똑같은 인도약 ‘비낫’의 가격은 글리벡의 1/20이다. 한국에서는 한달에 100~150만원하는 1차 에이즈치료제에 비해 인도약은 100달러도 되지 않는다. 지금도 약값이 너무 비싸서 한국에서는 약을 구하지 못해 인도약을 수입하려는 환자들이 있다. 의사가 처방을 해주지 않아 수입이 불가능할 때는 밀수라도 하고 싶은 환자의 심정을 아는가? 인도는 한국의 환자에게 마지막 보루같은 곳이다.
  
한 EU FTA도 한미 FTA와 마찬가지로 우리의 기본권이 초국적기업의 손아귀에 들어가게 된다. 일단 한 EU FTA는 공공서비스 영역을 초국적기업들에게 개방했다. 한 EU FTA를 폐기하지 않는 우체국이나 하수도, 방송사업이나 통신사업 등이 기업에 더 개방되어 초국적 거대기업들이 이윤을 위해 장사를 할 수 있는 공간이 된다. 이 분야의 물가나 공공요금이 오르는 것은 당연하다. 지적재산권이 강화되어 저작권이 20년이 더 늘고, 의약품 특허기간이나 자료독점권도 기간을 줄일 방법이 없게 된다. 정보접근권이 제한되며 또한 의약품 가격을 떨어뜨릴 수 없게 된다. 그 외에도 광우병의 본산지인 유럽산 쇠고기를 수입할 수 있도록 하는 위생검역협정 등 한미 FTA와 유사한 포괄적인 협정이 한 EU FTA다. 농업의 몰락은 말할 것도 없다. 유럽정부들이 높은 수준의 보조금을 주어 인위적으로 싸게 만든 유럽의 농산물로 한국의 농업은 몰락할 수밖에 없다. 당장 구제역으로 농촌이 초토화된 상황에서 한 EU FTA를 체결한다는 것은 농민들에게 죽으라는 말 이상이 아니다.
  
한 EU FTA는 당장 폐기되어야 한다. 또한 인도-EU FTA는 120개국의 민중의 목숨이 걸려있다. ‘세계의 약국’ 인도를 사라지게 할 인도-EU FTA 또한 당장 중단되어야만 한다.
  
2011년 3월 2일
  
HIV/AIDS인권연대 나누리+[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공공의약센터, 동성애자인권연대,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HIV/AIDS감염인을 위한 모임 Love4One,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건강사회를위한치과의사회 노동건강연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참의료실현청년한의사], 건강세상네트워크, 민주노동당 성소수자위원회,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사월혁명회, 사회진보연대, 시민건강증진연구소, 연구공동체 건강과대안, 인권운동사랑방, 전국빈민연합,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젊은 보건의료인의 공간 <다리>, 정보공유연대 IPLeft, 진보네트워크센터, 진보신당 성정치위원회, 진보전략회의, 투기자본감시센터, 학술단체협의회, 한국HIV/AIDS감염인연대 KANOS, 한국GIST환우회, 한국백혈병환우회, 한국여성민우회, 한미FTA저지범국민운동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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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소속의 의사 김나연이라고 합니다.
저는 지난 2009년 3월부터 작년 1월까지 우간다 북서쪽, 서쪽으로는 콩고민주 공화국, 북쪽으로는 남부 수단을 접하는 서나일 지구(West Nile region)의 아루아(Arua district)에서 국경 없는 의사회와 우간다 보건부와 함께하는 HIV/AIDS, 결핵  사업에서 일했습니다.

WHO/UNAIDS 2009년 보고에 의하면 인구 삼천 만의 우간다에는 약 백 이십만의 HIV 감염인들이 있고 이 중 십 오만명은 15세 미만의 어린이들입니다. 약 35만 명의 항레트로 바이러스 치료제가 필요한 감염인들 중에서 약 13만 명만이 치료제를 복용하고 있습니다.

아루아 HIV/AIDS 사업은 2000년에 시작되었습니다. 처음에는 HIV 검사/상담, 모자 수직 감염 예방 및 기회 감염을 예방하거나 치료하는 활동 뿐이었습니다. 당시 가장 싼 오리지날 HIV/AIDS 치료제 (lamivudine/stavudine/nevirapine)는 한 사람이 일 년을 복용하는데 1,180만원. HIV 감염은 “불치병, 사망 선고” 와 다름 없었습니다. 비싼 HIV/AIDS 치료제가 아루아에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 치료제에 대한 특허가 인정되지 않았던 인도, 브라질 및 태국의 제네릭 제약사들이 약을 생산하기 시작하면서 일 년 복용 가격이 32만원으로 떨어지게 되었고, 국경 없는 의사회와 우간다 보건부는 아루아에서 2002년 4월 항레트로 바이러스 치료제를 무료로 제공하기 시작했습니다. 2009년 12월까지 총8,000여 명의 감염인들이 이 치료제를 복용할 수 있었고, 매 달 100여 명이 복용을 시작하고 있었습니다.

2002년에 항레트로 바이러스 치료를 시작했던, 아루아의 남성HIV감염인 단체를 조직하여 이끌고 계셨던 중년의 회장님은 지팡이를 짚고 다리를 절뚝거리며 병원에 오시곤 했습니다. 항레트로 바이러스 치료제의 한 성분이 stavudine의 부작용으로 양 볼이 쏙 들어가고, 말초 신경병으로 지팡이 없이는 혼자 걸으실 수 없게 되었지만, 당신이 “HIV 감염인들에게는 희망의 산 증거”라시면서 감염인들 뿐만 아니라 의료인들에게도 용기와 힘을 주셨습니다.    

HIV 감염 어린이들도 많이 있었습니다. 15세 미만 HIV 감염 어린이600여명 중 400여명이 항레트로 바이러스 치료제를 복용하고 있었고 매 달 10여명이 복용을 시작했습니다. 대부분의 어린이들은 인도 제네릭 제약사인 시플라(cipla)에서 2006년에 만든 triommune baby/juniorR(lamivudine/stavudine/nevirapine) 소아용 고정 용량 복합제(fixed dose combinations)를 복용하고 있습니다. 이 소아용 고정 용량 복합제가 인도에서 만들어지기 전까지 어린이들은 어른용 제제를 반으로 쪼개서 먹기도 했었습니다. 결핵에 걸려 항결핵제인 리팜핀과의 약물 상호 작용 때문에 혹은 간이나 피부 독성으로 인해 nevirapine을 먹을 수 없는 어린이들은 다른 고정 용량 복합제가 없기 때문에 세 종류의 항레트로 바이러스 치료제를 각각 따로 복용하고 있습니다.

또한, 아루아에는 매 달 30여명의 신생아가 HIV에 감염된 어머니로부터 태어나고 있습니다. 이 신생아들은 어머니로부터의 수직 감염을 피하기 위해 예방약인 nevirapine과 zidovudine 시럽을 태어나자마자 복용했습니다. 우간다에서 이 nevirapine 시럽은 마을 보건지소에서도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습니다. 그 배경에는 역시 인도 제네릭이 있는데, 2006년 오리지널 제약사인 베링거 인겔하임(Boehringer Ingelheim)이 인도 특허청에 nevirapine 시럽의 특허를 요구하자 인도 시민 단체들이 사전 특허 이의 신청을 제기하여 결국 2008년 6월 인도 특허청에서 특허를 거부함으로써 여러 인도 제네릭 제약사에서 이 약을 만들 수 있었고 그 경쟁으로 약 값이 더욱 인하되었습니다.

실제로 국경 없는 의사회의 HIV/AIDS사업에 쓰이는 항레트로 바이러스 치료제의 80% 이상은 인도 제약사에서 만들어진 제네릭 의약품입니다. HIV/AIDS뿐만이 아닙니다. 결핵, 폐렴, 말라리아 등의 여러 질병의 치료에 인도 제네릭 의약품이 널리 쓰이고 있습니다. 더 많은 사람들을 치료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글로벌 펀드 (Global Fund to Fight AIDS, Tuberculosis and Malaria)와 미국 에이즈 구호 긴급 계획 (PEPFAR)의 HIV/AIDS 치료 기금이 줄어 들고 있는 상황에서 인도 제네릭 의약품은 더욱 절실합니다.

아루아에는 더 많은 종류의 더 싼 값의 제네릭 의약품이 필요합니다.  

하나. 기존의 부작용이 심한 stavudine 을 포함하는 혼합 치료제에서 부작용이 적고 더욱 효과적인 zidovudine 이나 tenofovir포함하는 혼합 치료제가 당장 항레트로 바이러스 치료제가 필요한 감염인들과 기존의 부작용이 큰 일차치료제를 여전히 복용 중인 감염인들에게 필요합니다.

둘. 1차 치료제를 복용하고 있는 감염인들의 일부는 1차 치료제에 부작용이나 내성이 생겨 2차 치료제가 필요하게 되는데 현재 쓰이고 있는 이차 치료제의 가격은 1차 치료제에 비해 3 배 이상이 비쌉니다. 더 큰 문제는 3차 치료제인데, 1차 치료제에 비해 23배 이상 비쌉니다. 2005년 개정된 인도 특허법으로 인해 인도 제네릭 제약사에서조차도 이 새로운 HIV/AIDS 치료약들은 만들 수 없습니다. 아루아에는100 여명의 감염인들이 애보트(Abbott)의 Aluvia/KaletraR (Lopinavir/ritonarvir) 를 포함하는 2차 치료제를 복용하고 있습니다. 아루아에 3차 치료제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셋. 다양한 종류와 용량의 어린이용 치료제가 필요합니다. 냉장 보관할 필요가 없고 알약을 삼킬 수 없는 아기들도 먹을 수 있는 약, 결핵 치료를 받고 있는 어린이들이나, nevirapine 에 부작용이 있거나, 태어나서 모자 수직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 nevirapine 시럽을 먹었던 어린이들이 먹을 수 있는 다른 종류의 이왕이면 고정 용량의 복합제(fixed dose combinations)가 성장하는 아이들에게 맞는 다양한 용량으로 필요합니다.    

유럽연합-인도의 FTA의 지적재산권 조항, 특히 의약품에 자료독점권을 적용하는 조항과 강력해진 집행 조항은, 특허와 상관없이 인도의 제네릭 의약품 시장 자체를 억제하고 제네릭 의약품 생산을 지연시키며, 강제 실시까지도 막을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유럽연합-인도의 FTA 의 지적재산권 조항은 아루아의 HIV감염인들과 의료인들 그리고 지역 주민들의 희망과 권리를 빼앗아가고 그들의 생명까지도 위협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