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시장 개방 대비 민간의보 도입은 필수”
지난 77년 이후 25년만의 보험업법 전면개정으로 잠잠하던 민간의료보험 도입 논의가 사회적 쟁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최근 재정경제부는 민영건강보험상품 개발이 용이토록 하는 내용을 담은 보험업법 전면 개정안을 마련, 관련부처와 협의를 거쳐 정기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민간의료보험과 관련된 개정안의 핵심 내용은 보험개발원이 연령별 및 질병률, 질병 치료에 소요된 비용관련 통계는 물론 보험계약자의 사전동의가 있을 경우 개인 질병 정보 등을 건강보험관리공단에 요청해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특히 보험개발원이 민영건강보험에 한해 요양급여의 적정성 심사, 평가 및 공시 등 기존 건강보험공단이 수행하던 업무를 맡도록 규정해 놓고 있다.
이러한 보험업법 개정안은 그동안 미뤄져왔던 민간의료보험제도 도입 논의에 가속도를 붙이는 계기와 마찬가지다.
당초 정부는 공적 건강보험을 보완하기 위해 민간의료보험을 도입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지만, 도입시기는 2006년 이후에나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을 유지해 왔다.
그러나 건강보험재정이 악화되고 고급 의료행위에 대한 수요가 증가한데다 지난 WTO 도하개발아젠다(DDA)에서 의료시장 개방문제가 포함됨에 따라 대내외적 환경변화에 맞춰 민간의료보험 도입시기를 당초 일정에서 1∼2년 앞당기는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국내 보험업계서는 “재경부는 이미 민간 생보사들이 암보험 등 민간의료보험 상품을 팔고 있으며, 올해부터 시작되는 DDA협상이 3년 정도 협상을 거쳐 타결될 경우 2005∼2006년경 의료보험시장 개방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미리 민간의보제도를 도입할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다”며 보험업법 전면개정의 배경을 설명했다.
문제는 아직까지 민간의보제도 도입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은 상태서 민간의보 상품에 대한 종합적인 관리를 보험개발원에 맡긴다는 것이다.
이미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는 “민간보험사의 연구기관에 해당하는 보험개발원에 건강보험공단이 질병통계와 개인의 질병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민간보험사에 엄청난 특혜를 제공하는 것과 같다”며 보험업법 전면개정안을 비난하고 나섰다.
참여연대는 특히 “보험개발원이 상당 수준의 전문성을 요하는 요양급여 심사평가 기능을 담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며, 그 과정에서 계약자의 권리침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깊은 우려감을 나타냈다.
때문에 재경부가 향후 보험업법 개정안을 놓고 복지부와 실무협의를 거치는 과정에서 이 부분에 대한 논란이 일 것으로 보여진다.
한편 의료시장이 개방되기 위해서는 민간의료보험제 도입이 필수적이라는 견해는 대세를 이루고 있다.
즉 지금처럼 공적 의료보험 수가가 낮은 상황에서는 의료시장이 개방되더라도 치과나 성형외과등 비급여 항목이 높은 일부 진료과를 제외하고 국내 의료시장에 진출할 외국 의료기관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보건산업진흥원 한 관계자는 “뉴라운드 협상에서 의료서비스 분야의 대외송금이 허용될 경우 먼저 성형외과 및 치열교정 등 의료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분야의 진입이 예상된다”며 “그러나 대외송금이 허용돼도 의료보험이 적용되는 분야는 민간의보가 도입돼 보험수가의 차별화가 이뤄져야 외국병원 진입이 이뤄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상기기자 (bus19@dailymedi.com)
[기사작성 : 2002-06-20 22:5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