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가 건강해야 교육도 건강할 수 있어”
<교사-학생 건강권 토론회> ‘교사 건강권’ 사회적 관심 촉구
2004-05-08 오전 9:11:05
지난 3월 일산 세원고등학교 고 김형석 교사가 과로로 타계한 것을 계기로 교육 현장의 교사ㆍ학생의 건강권을 검토해보는 토론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는 특히 과중한 업무 때문에 생기는 스트레스로 교사들이 생명을 잃을 수 있는 위험에 일상적으로 노출돼 있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교사의 ‘건강권’에 대한 사회적 관심 너무 없다”
민주노총이 주최하고 전교조가 주관한 ‘교사ㆍ학생 건강권 확보를 위한 토론회’가 영등포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7일 오후 열렸다. 이 토론회는 정부의 ‘사교육비 경감 대책 발표 이후 학교 간에 경쟁적으로 강화되고 있는 보충수업과 야간 자율학습 등이 교사와 학생들의 건강권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는 판단에서 기획된 것이다.
이 자리에서 원진노동환경건상연구소 임상혁 소장은 “교사의 건강권”이란 발표에서 “일반적으로 교사들은 다른 직업에 비해서 노동 조건이 좋다고 생각되기 싶다”면서 “그 때문인지 교사의 건강권에 관심을 갖는 연구는 해방 이후 석사 논문으로 작성된 단 1건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임 소장은 “우리나라 교사들은 수업을 비롯해서 신경 쓸 일은 많은 반면에 본인이 자신의 노동을 자율적으로 주관할 수 있는 ‘직무 재량’은 낮아 정신 질환과 과로사를 유발하는 뇌심혈관계 질환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보충수업 도중 쓰러져 목숨을 잃은 고 김형석 선생의 경우 그 희생자”라고 지적했다.
장시간 노동, 높은 노동밀도, 잦은 직무 통제 등이 원인
임상혁 소장은 교사들을 죽음으로 모는 스트레스의 원인으로 장시간 노동, 높은 노동밀도, 잦은 직무 통제, 사회적 지지의 약화 등을 들었다.
임 소장은 “우리나라 교사들은 0교시 수업 때문에 아침 7시30분에 출근해 밤 9시 야간 자율학습 감독을 하고나면 하루 14~15시간 근무하는 경우도 있다”면서 “이런 장시간 노동은 일반적인 다른 노동자의 환경과 비교했을 때 과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임 소장은 또 “교사는 수업의 질적 요구가 높아서 수업 시간뿐만 아니라 수업 준비 시간에 대한 압박감이 큰 데다, 일선 현장에서는 과도한 행정 업무로 사실상 수업과 그 준비에만 전념하는 것이 불가능한 구조”라면서 “이런 높은 노동밀도도 스트레스의 중요한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이밖에 임 소장은 “갈수록 교사들 개인의 재량권보다는 상급 기관이나 상급자의 결정이 업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고, 과거와는 달리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교사에 대한 지지도 약화되고 있는 것도 스트레스의 중요한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임 소장은 “이제 교사의 건강에 대해서 사회가 관심을 가질 때”라면서 “외국처럼 교사의 건강 문제점에 대한 체계적인 조사를 시작하고 건강권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 소장은 “교사가 건강할 때 참교육도 가능한 것”이라며 “교사들도 이제 자신의 건강권에 대한 관심을 가질 때”라고 덧붙였다.
”교사 건강권, 교육 정상화-제도 개선이 동시에 진행돼야”
토론자들은 임상혁 소장의 의견에 적극 공감을 표시하면서 교사의 건강권 확보를 위해서는 ‘교육 정상화’와 ‘제도 개선’이 동시에 진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태상 민주노총 산업안전부장은 “학교를 학원으로 만드는 교육 정책부터 바로 잡아야 한다”면서 “강제 보충수업과 자율학습에 교사들이 병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 부장은 “현재 학교운영위원회에 교사의 참여를 확대하고, 동시에 그 역할과 위상도 교사의 노동 조건 전반에 걸쳐 논의, 결정하는 기구로 개선해야 한다”면서 “사회도 입시 제도와 교육 정책에 대한 관심만큼 중요한 당사자인 교사들의 건강권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민변 노동위원회의 김진 변호사는 “학교보건법 등 현행법만으로는 공교육 체계가 갖고 있는 건강에 대한 위험을 사전 예방하고 치유하는 것이 쉽지 않다”면서 “교육 시스템, 교사의 근무 조건 등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교사의 건강권과 관련해 ‘업무상 재해를 예방’한다는 소극적 대응에 그칠 것이 아니라, 교사의 건강한 몸과 마음이 건강하고 효율적인 교육과 직결된다는 적극적인 인식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 자리에서는 우옥영 교육인적자원부 학교보건위원회 위원이 “학생들의 건강권 확보를 위해서는 경쟁 위주의 교육을 극복하는 ‘교육 개혁’과 ‘공공의료의 확대’와 같은 삶의 질을 고려한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함께 가야 한다”면서 “개별 사안에 대해서 변죽만 울리는 접근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해 참석자들의 공감을 얻었다.
지난 3월 일산 세원고등학교 고 김형석 교사가 세상을 등진 것을 계기로 교육 현장의 교사ㆍ학생의 건강권을 검토해보는 토론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는 특히 과중한 업무 때문에 생기는 스트레스로 교사들이 생명을 잃을 수 있는 위험에 일상적으로 노출돼 있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강양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