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프전뒤 기형아 7배 증가
이라크 열화우라늄탄 노출 후유증 심각
이라크 어린이들이 열악한 음식과 무기 사용에 따른 부작용 때문에 과거 사담 후세인 시절보다 훨씬 더 나쁜 건강상태를 보이고 있다고 영국의 인권단체가 밝혔다. 이들은 특히 미군과 영국군이 사용한 열화우라늄탄의 방사선 노출로 기형아와 백혈병 어린이가 크게 늘어나고 있어 대책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영 인권단체 촉구‥영·미 “피해미미”주장만
영국 <인디펜던트>는 13일 유럽연합 녹색당 의원 캐롤라인 루카스가 12일 런던에서 열린 자선단체 ‘전쟁피해 어린이’(CVW) 출범식에서 “팔다리가 짧거나 실명인 채 태어나는 심각한 기형아가 1991년 1차 걸프전 이후 이라크에서 7배나 증가했다는 설명을 그곳 의사로부터 들었다”고 밝힌 것으로 전했다. 이 신문은 또 그가 1991년 이전에는 거의 없었던 백혈병 어린이가 매주 여러차례 발견되고 있다고 말한 사실도 전했다.
미군과 영국군은 91년과 지난해의 이라크 침략 당시 이라크군 탱크의 장갑을 관통하는 무기로 열화우라늄탄을 사용해왔다. 이들이 이라크에서 열화우라늄탄을 얼마나 사용했는지는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으나, 몇몇 전문가들은 1991년 300t이 사용됐으며, 지난해에는 그보다 5배 더 많이 사용됐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그동안 영미 당국은 열화우라늄탄이 민간인에 끼친 피해는 미미하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시민단체는 열화우라늄탄 폭발로 생기는 물질이 인체에 흡입될 경우, 후세까지 건강상의 심각한 피해를 입게 된다고 반박해왔다. 몇몇 전문가는 파괴된 이라크 탱크에서 정상보다 2500배 높은 방사선이 검출됐으며, 그 주변 지역의 방사선도 정상보다 20배 높다고 주장했다.
‘전쟁피해 어린이’는 이라크에서 심각한 기형아 출산이 1991년 1천명당 3.04명이었으나 2001년 1천명당 22.19명으로 늘어났다고 밝혔다. 이 단체는 또 다운증후군도 같은 기간에 거의 5배 늘었으며 이밖에도 과거 잘 알려지지 않았던 시력장애 질병이 폭증했다고 덧붙였다.
최근 이라크을 다녀온 ‘전쟁피해 어린이’의 조앤 베이커는 “사담 후세인과 경제제재 시절 이라크 사람들이 얼마나 고통스러웠는지 얘기들 하지만 지금은 그보다도 훨씬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특히 이라크 어린이들의 영양상태가 미군의 침략 이후 더욱 나빠졌다”고 말했다. 그는 시민단체 ‘크리스찬 에이드’ 조사에 따르면 가난한 어린이들 3분의 2가 영양부족으로 수업에 집중하지 못하고 있다고 전한 뒤 “미국이 주도한 경제제재와 사담 후세인 독재로 고생하던 때보다 상황이 더 나쁘다면 그것은 정말 대재앙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연합뉴스>는 13일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이라크 침공 때 미군과 영국군이 사용한 열화우라늄탄에 의한 오염실태 파악을 위해 지난해 말 이라크에 파견됐던 캐나다 우라늄의학연구소(UMRC) 조사단원 2명이 열화우라늄탄에 오염된 사실이 확인됐다고 전했다. 이 소식통은 “이라크내 민간인은 물론 이곳에서 활동 중인 외국인들도 열화우라늄탄에 의한 오염에 노출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특히 사막에서 바그다드 시내로 모래바람이 많이 불어오는 5월에는 먼지속에 열화 우라늄 입자가 포함돼 있을 개연성이 높은 만큼 더욱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병수 기자 su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