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청, 제약사 봐주기” 논란…4년전 판금 뒤 허용
식품의약품안전청이 1일부터 전면적으로 판매를 금지한 페닐프로판올아민(PPA) 성분의 감기약을 이미 4년여 전 금지의약품으로 지정했다가 7개월여 만에 뚜렷한 근거도 없는 ‘함량기준’을 만들어 다시 풀어준 사실이 밝혀져 논란이 되고 있다.
또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이 2일 월례조회에서 식약청의 감기약 판매 금지 조처와 관련해 “식약청이 늑장 대처한데다 보도시점이 좋지 않았다는 여론이 있다”며 “철저한 진상조사를 통해 책임소재를 따져봐야 할 것”이라고 말해 주목된다.
식약청은 2000년 10월 미국 식품의약청(FDA)이 피피에이 성분 의약품에 대해 ‘안전하지 않다’는 결정을 내놓자, 즉각 국내에서의 사용 및 판매금지 조처를 내렸다. 이후 소량을 사용할 경우의 위험성에 대해 뚜렷한 결론을 내리지 않은 채, 2001년 7월 “하루 최대 복용량이 100㎎이 넘지 않는다는 조건에서 피피에이 성분을 다시 사용해도 좋다”고 결정했다.
의료계와 시민사회 단체들은 바로 이 ‘하루 최대 복용량 100㎎’이라는 기준이 전혀 과학적 근거 없이 식약청의 행정 편의주의적 잣대로 책정된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김창보 건강세상네트워크 사무국장은 2일 “2000년 예일대학 연구에서는 하루 75㎎ 이상을 먹으면 출혈성 뇌졸중의 위험성이 두 배 정도 높아지는 것으로 나왔다”며 “2001년 7월 다시 사용하도록 한 것도 문제지만 왜 100㎎을 기준으로 했는지 도저히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의사·약사·간호사 등으로 구성된 ‘건강권 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도 이날 성명을 내어 “2001년 7월 식약청이 다시 허가를 내릴 때 100㎎을 기준으로 한 것은 당시 우리나라 감기약의 피피에이 함량이 25~30㎎으로, 하루 세 번 먹으면 최대 90㎎이 되는 것을 생각해 제약회사들의 이익을 고려한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식약청 관계자는 “피피에이의 뇌졸중 유발 위험은 2000년부터 세계 각국에서 제기되긴했지만 감기약으로 소량 사용하는 데 대해 뚜렷한 결론이 나지 않았다”며 “당시 중앙약사심의위원회에서 소량만 포함된 감기약은 사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100㎎으로 기준을 정하고 이후 부작용 등에 대해서는 계속 연구를 한다는 조건으로 다시 허용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번에 서울대 연구 결과도 통계적 유의성이 낮아 논란이 있지만, 대체 약품이 충분한 조건을 감안해 전면 판매금지 조처를 내린 것”이라고 덧붙였다.
식약청의 이런 해명에도 불구하고, 축소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는 대국민 홍보방식에 대해서도 비판이 나오고 있다.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국장은 “미국은 2000년 당시에도 피피에이의 위험성에 대해 홈페이지, 안내 전화 등을 통해 국민들에게 적극 알리려고 했다”며 “지금이라도 혹시 가정에 상비하고 있는 약을 먹지 않도록 공익광고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2004.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