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미네소타대학 유학체험⑫] 미국에서의 병원이용
“단순한 감기로 병원에 가면 십중팔구 ‘쉬세요’ 처방으로 만족해야”
복지부 국제협력담당관실 임숙영 사무관
의사-병원-환자 관계
의사는 크게 일차진료의 (primary care physicians)과 전문의 (specialists)로 나뉜다. 미국에서 전문의는 우리나라보다 훨씬 더 세분화되어 있고 대체로 병원에서 진료를 한다. 일차진료의는 일반적인 클리닉에서 환자를 보는 의사들인데, 주로 내과, 소아과, 산부인과, 가정의 등이 일차의의 역할을 담당하며, 환자들에게 특별한 문제가 있는 경우 병원으로 의뢰해서 전문의의 진료를 받게 한다. 따라서, 일차진료의는 우리나라에서 말하는 일반의—의사면허만 갖고 전문의 자격을 따지 못한 의사—개념과는 다르다. 미국에서는 수련기간이 대체로 우리나라보다 긴 편인데, 예를 들면 가정의 (family practitioner)라 하더라도 4년 정도의 인턴, 레지던트 기간을 거치게 된다. 반면, 외과전문의의 경우 약 8년 정도의 수련기간 (인턴, 레지던트)이 소요된다고 한다.
미국에서 병원과 의사의 관계는 우리나라와는 다소 차이가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병원에 근무하는 의사들은 모두 병원에 고용되어 있는 반면, 미국에서 전통적인 병원-의사의 관계는 의사는 병원과 독립적으로 환자를 진료, 병원은 장소를 제공하는 것으로 역할분담이 되어 있다. 병원은 의사에게 환자를 진료하는 장소와 의사가 개별적으로 구입하기 힘든 장비를 제공해주는 역할을 하고 의사는 병원과의 개별적 계약에 의해 병원에서 진료할 수 있는 권리를 갖게 된다. (이를 Medical staff privilege라고 한다.)
의사는 자신의 클리닉에서 진료하다가 복잡한 검사가 필요하다든가 수술을 해야하는 경우 병원으로 의뢰하여 병원시설을 이용하면서 진료한다고 보면 된다. 몇 개의 병원으로부터 staff privilege를 받은 의사는 당연히 한 병원에서만 진료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병원에서 진료하게 된다. 의사는 병원에 고용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병원으로부터 월급을 받는 것이 아니며, 보험회사에 자신의 진료에 대해 독립적으로 수가청구를 하게 된다.
그러나 이와 같은 전통적 의사-병원 관계에도 많은 변화가 있어서 우리나라와 같이 병원에 고용되어 월급을 받는 의사가 늘어나고 있다. 특히, 카이저 재단 (Kaiser Permenante Foundation) 계열의 병원이나 메이요 클리닉 (Mayo Clinic)과 같은 초대형 병원의 성장으로 이와 같은 추세는 더욱 두드러지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 간호사 늘려야…
2002년 겨울, 30여년만에 고국을 방문해서 우연히 친지가 입원중인 서울의 모병원에 병문안을 가게 되었다. 이분의 눈에는 한국의 병원이 30여년 전이나 지금이나 거의 바뀐 것이 없다는 사실이 놀라왔고, 더더욱 놀라왔던 것은 각 병동에서 턱없이 모자라는 간호사였다. 실질적인 환자 간호는 보호자들에게 맡겨져있었고 간호사들은 vital 측정하기에만도 바쁘다. 그 얘기를 하면서 내게 묻는 말이, ‘왜 한국 병원에서는 Nurse가 nursing을 안해요?’ 이에 대해 ‘간호사 1명이 10여명의 환자를 담당하게 되니까 어쩔 수가 없어요…..’ 하고 말을 얼버무리는데, 얼굴이 뜨거웠다.
반면, 가벼운 질환으로 의사를 찾는 경우, 의사를 만나기도 힘들고 진단적 검사나 항생제 처방 등 우리에게 낯익은 처치를 매우 조심스럽게 해주기 때문에 이에 대한 불만 또한 자주 접할 수 있다. 우선, 예약이 일반화되어 있는 문화이기 때문에 아프면 무조건 병원에 가고, 또 기다리면 의사를 만날 수 있는 우리의 관행과는 매우 다르다. 응급 상황이 아니라면 우선 의사와의 약속을 잡고 그 약속한 날짜에 다시 방문을 해야 의사를 만날 수 있다.
단순한 감기로 병원을 방문하면 십중팔구 ‘쉬세요’ 라는 처방에 만족해야 한다.
친구 한 명은 눈다래끼가 심해져서 참다 못해 클리닉을 방문했는데, –이 친구가 기대했던 것은 외과적 처치 또는 항생제 처방이었다.–의사는 뜨거운 찜질을 해서 빨리 곪게 하면 자연스럽게 터질 것이라고 하더란다. 결국 “뜨거운 찜질 처방”에 만족하고 병원을 나서야 했다. 일본인 친구 한명은 눈이 자주 충혈되고 피곤해서 안과전문의의 진료를 받으려 했는데, 진료를 받으려면 한달을 기다려야 했다.
결국 안과 전문의를 포기하고 가까운 클리닉에서 family practitioner (가정의)의 진료를 받았다. 별다른 검사도 없이 안약을 처방해주었는데 이게 아마 눈의 충혈증상만 제거하는 대증요법적 처방이었던 것 같다. 증상이 계속되어서 결국 겨울방학에 일본에 다녀오면서 안과진료를 받았는데, 각막이 손상되었다고 하면서 미국에서 받았던 그 가정의의 처방은 잘못된 것이었다고 했다. 응급상황이 아닌 경우 전문의의 진료를 받기가 어려워 오진 당하는 경우가 있는 것이다. 같은 과 동기인 크레그는 3개월 된 아기의 아빠인데, 만약 아이가 아파서 소아과전문의를 만나려면 약 한달을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만약 즉시 의사를 만나야 하는 응급상황의 경우 환자들이 이용할 수 있는 곳은 응급실 (Emergency Room) 또는 신속진료실 (Urgent care)이다. 응급실은 비용이 매우 비싸고 신속진료실은 “신속 진료”라는 명칭과는 다르게 그날 진료를 못 받는 경우도 허다하다. (미국에서 클리닉 진료를 받는데 $55-80, 신속진료실의 경우 $100-150, 응급실 이용에는 $250-500정도가 든다.)
Nurse practitioner (전문간호사) 제도 도입
즉, 미국에서는 상상외로 의료에 대한 접근성이 떨어지는 것이다. 이런 현실을 반영하여 최근에는 Nurse practitioner (전문간호사)로만 이루어진 Convenient Clinic이라는 개념이 새롭게 등장하고 있다. Convenient Clinic의 한 종류인 MuniteClinic은 미국의 대형소매점인 Target이나 Cub Foods 한 켠에 –주로 약국 옆에—자리 잡고 있으며, 미리 예약할 필요가 없고 주말에도 문을 연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또한, 의사가 없기 때문에 비용이 매우 저렴해진다. 감기, 옻오름, 계절성 알러지 등의 간단한 질환에 대한 처치 및 간염 예방접종 등 간단한 진료가 이루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