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천의대 임준교수, 정책입안자 보건의료 몰이해 한심”

“경제자유구역내 외국병원 유치정보 왜곡”
가천의대 임준교수, 정책입안자 보건의료 몰이해 ‘한심’

정부의 경제자유구역내 외국계 영리병원 유치정책은 근본적으로 ‘왜곡되고 과장된 정보’와 ‘보건의료와 건강에 대한 몰이해’에 기초한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가천의과대학 임준교수는 26일 기독청년의료인회 주최로 서울 명동 향린교회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싱가폴과 상해의 외국병원 유치전략과 현황이 잘 못 알려져 있거나 왜곡돼 있다며 이 같이 주장했다.

“80% 공공병원 없이 해외환자유치 불가능”

임 교수와 이진석 충북의대 교수가 함께 현지를 방문해 공동연구하고 이 교수가 작성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02년 한해동안 20만명 이상의 해외환자가 진단 및 치료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싱가폴을 방문했으며, 시장규모는 대략 4,000억원대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국내에 알려진 바와는 달리 해외환자의 대부분은 의료인프라가 취약한 인접국가에서 유입되고 있으며, 샴 쌍둥이 수술로 유명한 ‘래플즈병원’의 경우 전체 환자의 70%가 자국민인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 지난98년~02년 국가별 해외환자 분포현황을 보면, 인접국인 인도네시아(43.9%)와 말레이시아(19.4%)가 점유하는 비율이 60%가 넘었다.

반면 북미(미국/캐나다) 4.2%, 영국 3.1%, 일본 2.2% 등으로 선진국 환자들의 점유율은 낮게 나타났다. 이들도 대부분 현지에 주재하는 상사직원들로 유입된 환자는 많지 않다는 게 임 교수의 추정.

임 교수는 “싱가폴의 해외환자 유치는 주로 민간병원(80%)을 통해 이뤄지고 있으며, 해외환자를 위한 병원이 별도로 있는 것이 아니라 자국민을 치료하는 기존병원에서 해외환자 진료를 병행한다”고 밝혔다.

특정 병원이 아니라 모든 일반병원에서 해외환자들을 상대로 진료활동을 수행한다는 것. 샴쌍둥이 수술로 유명한 ‘래즈플리’의 경우도 전체 환자의 70%는 자국민이다.

또 싱가폴의 사례는 정부의 ‘외국병원의 고급인력 유치’ 명분이 오히려 허상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입증한다고 임 교수는 설명했다.

예컨데, 싱가폴의 죤스홉킨스 분원은 단지 2명의 의사(싱가폴계 미국인, 대만인)만이 근무하며, 싱가폴 국립의과대 리콴유 교수에 따르면 진료보다는 브랜드를 빌리기 위한 목적으로 설립했을 뿐이다.

임 교수는 “싱가폴은 80%에 달하는 공공병원을 통해 대다수 국민에게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저렴하게 제공할 수 있기 때문에 20%의 민간병원들이 해외환자를 유치해 고급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었다”며 “만약 자국민의 기본적인 의료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상태였다면 해외환자 유치산업을 불가능 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농촌지역 8억739만명 의료서비스 사실상 포기”

보고서는 또 중국의 경우 해외병원 유치를 위해 협상이 진행되고 있지만 아직 확정된 곳은 한 곳도 없다고 지적했다. 해외 유명병원에서 파견되는 의사 수도 소규모 일 것이라는 게 임 교수의 예상.

보고서에 따르면 과거에는 모든 병원이 정부가 운영하는 비영리병원이었으나 최근 영리병원이 급속히 증가해 기관수 기준으로 2002년 현재 전체 병원의 10.2%를 차지한다.

그러나 비영리병원은 정부의 재정지원이 대부분 중단돼 경영난이 가중되고 있으며, 경영수지를 맞추기 위해 약가마진, 의료서비스 과잉제공이 횡행하고 있는 실정이다.

2002년 기준 합자·합작 의료기관도 승인 받은 기관은 18개소에 지나지 않으며, 대부분 일일 평균 40~60명의 환자를 진료하는 소규모 의료기관이다.

중국이 여의도 면적의 4배 규모로 조성키로 해 회자되고 있는 상해국제의료단지(SIMZ)의 경우 현재 독일 하노버 의대와 협상이 진행 중이며, MD Anderson, UPEN과도 전문센터 설립에 대한 협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은 특히 외자 유치를 촉진하기 위해 투자금액 한도를 낮추고, 영리병원 허용은 물론 비영리 국영병원의 영리활동도 허용하는 등 규제를 완화해 나가는 추세.

그러나 이 과정에서 왜곡된 의료제공 행태가 표출되고, 구매력이 있는 일부 계층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의료이용의 형평성과 접근성 등의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다.

특히 농촌지역의 의료보험체계가 붕괴되면서 전체 인구의 63.09%를 차지하는 8억739만명의 농촌인구의 의료이용이 사실상 방치 상태라는 지적.

임 교수는 이와 함께 보건의료는 넓은 의미로 제약과 의료기기, 생물공학, 보건의료서비스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며, 이 중 제약과 의료기기, 생물공학의 경우 의료산업이라고 지칭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그러나 보건의료서비스는 교육과 마찬가지로 한 사회의 필수서비스에 속해 산업으로 통칭하기에는 곤란한 특성을 가지고 있다며, 정부 정책은 이런 보건의료와 건강에 대한 몰이해에 기초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임 교수는 당초의 법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내국인 진료허용과 경제자유구역 외국계 영리병원 유치계획을 중단하고 경제자유구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을 위한 실적적인 의료이용 편의 제고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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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우당 “공공의료 저변확대가 선행돼야”
열린우리당은 병원 영리법인화나 민간보험 도입, 의료시장 개방에 앞서 공공의료의 저변확대가 선행돼야 한다는 기존 입장에 변화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패널토론자로 참석한 허윤정 열린우리당 보건복지 전문위원은 “대선과 총선에서 제기한 우리당의 공공의료에 대한 입장은 바뀐게 없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나 “정부와 우리당의 갭이 발생하는 것은 이해해야 할 부분”이라며, “사실 경제주의자들이 주도권을 잡고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당내에서도 이 같은 역학관계는 마찬가지며, 심지어 보건복지위 소속 의원들간에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는 게 허 전문위원의 설명.

허 전문위원은 “경제주의자들의 논리에 보건의료정책이 뒷전으로 밀리는 것이 총체적인 문제”라며, “단기간에 공공의료와 의료전단체계에 대한 성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만큼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꾸준히 추진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의료전달 체제 확립과 공공의료 확충에 당론이 결집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지만 막상 정부안에 대한 표결이 벌어지면 결과는 장담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반면 민주노동당은 정부가 추진하는 외국계병원 영리법인화와 내국인진료 허용은 무상의료와 의료 공공성 강화를 주장해 온 당의 정책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라며,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민주노동당 최은희 정책연구위원은 “공공의료가 지극히 취약한 국내 현실에서 경제자유구역내 의료개방은 의료의 시장화에 버팀목이 돼왔던 건강보험 강제지정제, 비영리법인의 의료기관 허용이 풀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복지부는 영리법인화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다 찬성을 돌아서면서 공공의료 확충과 병행추진하겠다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예산확보 조차 안되고 있다”고 힐난했다.

이에 따라 그는 민주노동당은 올 정기국회에서 국민들이 참여하는 ‘참여국감’을 펼치키로 하고 당과 시민사회단체가 연계한 여론화 작업을 내달부터 본격화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또 쌀과 교육 등 다른 개방논리에 맞선 시장개방저지 투쟁과 연계해 장외투쟁을 강화해 나가는 한편, 원내에서도 의료시장화와 의료공공성을 논점으로 한 논쟁에 불을 당길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데일리팜 최은택기자 (etchoi@dreamdru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