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료인, 의료시장 개방에 맞서 비상시국 선언
의료개방저지를 위한 공대위…”정부측 주장은 엉터리”
이민정(wieimmer98) 기자
▲ 보건의료인 공대위가 의료개방 반대 기자회견 중 가운을 벗어 불 태우는 퍼포먼스를 진행하고 있다.
ⓒ2004 이민정
의료시장 개방에 반대하는 보건의료인들이 정부의 개방정책을 비판하는 비상시국선언문을 선포하고 입고 있던 의사가운을 벗어 불태웠다.
‘건강권실현을위한의료단체연합’ 등 9개 보건의료인 단체로 이루어진 ‘경제자유구역법 폐기와 의료개방저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은 21일 오후 1시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보건의료인 비상시국선언’ 기자회견을 열고 경제자유구역 내 영리병원 허용과 의료시장 개방에 반대한다고 선언했다.
“건강보험 제도는 의료 공공성 지키는 마지막 보루”
공대위는 이날 선언문을 통해 ▲경제자유구역법안 철회 ▲이헌재 재정경제부총리 즉각 사퇴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 사죄 ▲의료제도 붕괴를 야기할 경제자유구역법 거부 등을 촉구했다.
공대위는 “의료기관 비영리법인제도와 의료기관 건강보험 당연지정제도는 한국사회의 취약한 의료 공공성을 지켜주는 마지막 보루”라며 “경제자유구역 내 주식회사 병원이 설립되고 건강보험 당연지정제가 없어질 수도 있는 현 시점은 한국 보건의료체계가 붕괴될 비상시국”이라고 주장했다.
공대위는 또한 노무현 정부를 향해 “경제불황을 내세워 모든 것을 시장화하고 국민의 건강을 국내외 자본에게 팔아 넘기려 하고 있다”며 “민중의 생명, 시민의 건강이 아니라 국내외 병원자본의 이윤과 부유층만을 위한 의료를 추구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공대위는 “지금까지 건강보험 통합,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등 민중의 건강권을 지켜내기 위해 쉬지 않고 투쟁해왔지만 영리병원 도입과 민간의료보험 도입에 따른 건강보험 붕괴를 맞았다”며 “국민의 건강을 지켜내야 한다는 보건의료인의 소명을 저버린 채 자본의 노예가 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 공대위 시위 참석자 30여명이 의료사유화를 추진하는 노무현 정권을 규탄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04 이민정
“정부의 경제자유구역법 효율성 전혀 없다”…공대위 집단 농성 예정
이진석 충북대학교 의학과 교수는 “참담한 심정으로 이 자리에 섰다”며 “정부가 추진하는 경제자유구역법은 현실성과 경제적 효율성이 없는 엉터리 정책”이라고 비난했다. 이 교수는 규탄 발언에서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은 외국병원이 국내병원 진료비보다 5∼6배 비싼 진료비를 청구토록 허용하고, 건강보험 가입 의무조항을 삭제하는 등 규제를 완화해 의료서비스 전반의 가격 인상을 불러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이 교수는 “정부는 시장개방으로 인한 국내 의료서비스의 질 향상을 주장하며 ‘싱가포르 모델’을 근거로 내세우고 있지만, 싱가포르의 경우 전체 의료서비스 중 15%만이 정부규제를 받지 않는 민간부분일 뿐”이라며 “나머지 85%의 병원은 환자가 저렴한 진료비로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공공서비스가 구축된 국가”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어 “외국병원에 국내환자 진료를 허용하게 되면 비싼 진료비 청구, 건강보험 탈퇴 허용 등 각종 특혜를 받는 외국병원으로 인해 국내병원이 역차별을 받게 된다”고 문제점을 제기했다.
최인순 보건의료단체연합 집행위원장은 “정부는 공론화 과정 없이 희망찬 청사진만을 제시해 문제점을 덮고 있다”며 “의료서비스의 상업화는 우리를 돈벌이에만 집착하는 사람들로 전락시킬 수도 있다. 이는 생명을 존중하는 보건의료인으로서 있어서는 안 될 일”이라며 비상시국선언의 취지를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이 끝날 무렵 공대위는 보건의료인을 상징하는 가운을 불 태우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국장은 “가운 태우기에 대해 내부논란이 있긴 했지만 경제자유구역법이 통과되면 우리는 더 이상 의료인일 수 없다는 것을 시민들에게 알리고 싶었다”고 퍼포먼스의 진행이유를 설명했다.
우 국장은 향후 투쟁 계획에 대해 “내일(22일)부터 국회 앞 천막농성에 들어갈 예정”이며 “26일 민주노총 총파업에 맞춰 의료개방에 반대하는 요구안을 제출하고 28일에는 영리병원 허용 및 의료개방을 반대하는 시위를 국회 앞에서 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한편 지난 16일 국무회의는 경제자유구역 내 외국인 병원의 내국인 진료, 영리병원 설립을 허용하고 민간의료보험을 도입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2004/11/21 오후 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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