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시안 盧취임 2주년 연설 “대화와 타협의 문화는 정치만이 아니라 시민사회에도 적용돼야 한다”

  盧 “의원 숫자 늘려서라도 선거구제 바꿔야”  
  [취임 2주년 연설] “시민사회도 저항만 말고 대안 내놓아야”

  2005-02-25 오전 10:25:33      
  
  노무현 대통령은 25일 선진정치로 가기 위해 현행 소선거구제를 바꿔야 하며 필요하다면 국회의원 숫자도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4.15 총선 전에 중.대 선거구제로 바꾸어야 한다고 했던 주장과 맥을 같이 하는 것으로, 향후 개헌 문제와 맞물려 정치권의 화두로 부상할 전망이다.
  
  ”의원 숫자 늘려서라도 소선거구제 바꿔야”
  
  노 대통령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행한 취임 2주년 국정연설을 통해 지역주의를 독재정치의 유산으로 규정하면서 “지난 총선에서 지역별 의석은 지역별 득표수를 반영하지 못했다. 각 당이 불리한 지역에서 받은 득표는 의석에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며, 의회에 대해 현행 소선거구제 개정을 공식 제안했다.
  
  노 대통령은 “선거구제도가 지역주의를 오히려 강화한 것”이라며 “지역구도를 해소할 수 있다면 국회의원 수를 늘려서라도 그렇게 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은 4.15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이 경남.부산 지역에서 상당한 득표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의석을 거의 차지하지 못한 결과가 나온 이래 계속돼온 문제제기로, 노 대통령의 이같은 문제제기로 소선거구제 개정 문제는 향후 대통령 단임제 개헌 문제와 맞물려 정치권의 화두로 부상할 전망이다.
  
  특히 이날 “국회의원 수를 늘려서라도 그렇게 해야 할 것”이라는 노대통령 발언은 중.대선거구제로의 개정 과정에 현역의원들의 기득권을 보장해줘 저항을 무마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돼 주목된다.
  
  하지만 국민 다수여론은 현재 국회의원들의 행태를 볼 때 현재의 숫자도 많다는 쪽이 지배적이어서, 향후 적잖은 논란을 예고하고 있다.
  
  ”시민사회, 저항보다는 대안 내놓는 창조적 참여해야”
  
  노 대통령은 이날 “대화와 타협의 문화는 정치만이 아니라 시민사회에도 적용돼야 한다”며 시민사회에 대해 ‘대안을 내놓는 창조적 참여’를 주문함으로써, 시민사회단체에 대한 우회적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노 대통령은 “타협 없이 자기주장만 관철하려고 하는 것은 그 자체가 비민주적인 독선”이라며 “참여정부는 국민이 선택한 정통성 있는 정부이고 대화의 문을 언제나 열어 놓고 있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특히 “정부는 사회적 갈등 현안을 협의하고 조정해서 해결할 수 있는 갈등관리시스템을 구축해 나가고 있다”며 “시민사회도 저항적 참여보다는, 대안을 내놓는 창조적인 참여에 중점을 두고 활동해 주시길 당부드린다”고 강조했다.
  
  ”국민연금ㆍ공교육ㆍ비정규직ㆍ방폐장 문제는 정부만으로 해결 어려워”
  
  노 대통령은 시민단체의 창조적 참여가 필요한 예로 국민연금, 교단의 신뢰 회복, 비정규직 문제, 방사성폐기물처리장 건설 등을 거론하며 “정부만으로 해결하기 어렵고 의회, 언론, 시민단체, 국민 모두가 함께 생각해볼 문제”라고 말했다.
  
  우선 국민연금 문제과 관련, 노 대통령은 “이대로 가면 40년 후에는 고갈된다고 한다”며 “지급액을 낮추거나 보험료를 올리지 않고는 해결이 될 수가 없다. 한 푼이라도 수익을 늘려야 하는데 투자는 자유롭게 하지 못하게 한다”며 연기금의 주식 투자를 허용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최근 대리시험 등 잇따라 터져나오고 있는 교단의 비리 문제에 대해 “이 모두가 정부의 탓만은 아니다”며 “교단을 맡고 계신 선생님들이 스스로 신뢰를 지키지 않으면 백약이 무효다. 대정부 투쟁만으로 공교육을 바로 잡을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정규직 문제와 관련해선, “정규직에 대한 강한 고용보호를 양보하지 않고 비정규직의 보호만 높여달라고 하면 해결할 길이 없다”면서 “연대임금제나 일자리 나누기에 대한 제안 없이 어떻게 노동자간 임금 격차를 해소할 수 있겠냐”며 정규직.대기업 노동자의 양보를 촉구했다.
  
  방사성폐기물 처리장 건설에 대해서도 노 대통령은 “19년째 표류하고 있다”며 “모든 지역과 집단이 자신들에게 불리한 시설이나 개발사업에 반대하고 나선다면 정부가 과연 무슨 일을 할 수 있겠냐. 이렇게 해서는 공동체가 설 땅이 없다”고 말했다.
  
  ”우리경제 살아날 것”
  
  경제문제와 관련, 노 대통령은 “경제가 좋아진다, 아직 아니다, 논란이 분분하지만 분명한 것은 달라지고 있다는 것”이라면서 “참여정부 초기에 포퓰리즘을 이야기하고 남미형 파탄과 일본식 장기침체를 거론하며 우리 경제를 위기 또는 파탄으로 진단하던 사람들도 이제 우리 경제가 살아날 것이라는 데 대해서는 이론이 없는 듯 하다”며 낙관적 전망을 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우리 경제의 과제로 “고유가와 낮은 환율을 이겨낼 수 있는 경쟁력 강화” “양극화 문제 해소” “청년실업 해소 등 일자리 창출” “사회안전망 확충” 등을 제시했다.
  
  노 대통령은 특히 최근 강남 일대 재건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부동산 폭등 기미를 보이고 있는 것과 관련, “부동산문제만은 투기와의 전쟁을 해서라도 반드시 안정시킬 것”이라고 강력한 의지를 표명했다.
  
  노 대통령은 “이미 투기를 막기 위한 세제가 완비되어 가고 있고 올해 안에 모든 거래가 전산화돼서 100% 노출된다”며 “투기 조짐이 있을 때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반드시 막겠다”고 강조했다.
  
  ”개방할 것은 과감하게 개방해야”
  
  노 대통령은 ‘선진경제’로 가기위해 금윰산업의 발전 등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특히 ‘개방’의 중요성을 지적했다.
  
  노 대통령은 특히 “교육과 의료의 공공성을 지킬 것은 확실히 지키고, 확대할 것은 확대하겠다”며 “교육 분야도 개방할 것은 개방하고 규제도 풀 것은 과감하게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또 “선진경제를 향한 마지막 관문은 ‘선진통상국가’로의 도약”이라며 “90년대 WTO 체제 편입은 피할 수 없는, 부득이 한 선택으로 인식됐지만 이제 WTO, FTA는 우리 경제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한 적극적 전략으로 인식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 대통령은 “우리 경제의 체질도 개방의 충격을 충분히 감당할 만한 저항력을 갖추고 있는 것 같다”며 “이제 우리는 선진통상국가를 전략으로 채택해서 우리 기업들이 세계를 향해서 활발하게 뻗어 나갈 수 있도록 뒷받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북핵, 예측 못했던 상황 벌어졌으나 근본 구조 변하지 않아”
  
  북한의 핵보유 선언 등 북핵문제에 대해 노 대통령은 “미처 예측하지 않았던 상황이 발생하기는 했지만, 근본적인 구조는 크게 변하지 않았다”며 “일희일비할 일이 아니라 일관된 원칙에 따라 차분히 대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유연성을 가지되 원칙을 잃지 않도록 하겠다”며 “의원님들께서 도와주시기 바란다. 외교에서 흔히 쓰는 전략은 상대의 분열과 갈등을 이용하는 것이다. 우리가 이용당하는 일이 없도록 도와달라”며 한나라당 등 야당 의원들에게 초당적 협력을 당부했다.
  
  노 대통령은 “한때 미국과의 관계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지금 한미관계는 그 어느 때보다 안정돼 있다”며 “저는 외교당국자들에게 할 말은 하고 따질 것은 따지라고 한다. 그게 진지하고 책임있는 태도이기 때문에 오히려 신뢰가 높아진다. 5년, 10년 후의 한미관계는 지금보다 더 균형있게 발전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또 “우리군대는 스스로 작전권을 가진 자주군대로서 동북아시아의 균형자로서 동북아 지역의 평화를 굳건히 지켜낼 것”이라고 자주국방의 의지를 재차 밝혔다.
  
  ”언론 좀더 변해야지만 대통령이 직접 나서지 않겠다”
  
  권력문화에 대해 노 대통령은 “더 이상 정경유착은 없을 것 같다”며 “권력기관들도 이상 더 정권에 봉사하지도 정권의 눈치를 살피지도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검찰 독립에 대해 노 대통령은 “여당 의원들이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할 정도로, 확실한 독립의 길을 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언론과 관계에 대해서도 노 대통령은 “과거 일부 언론이 독재권력의 나팔수 노릇을 하고, 그 대가로 이런 저런 특권과 특혜를 누렸던 시절이 있었다. 민주정부가 들어섰다고 하는 시대에도 권언유착의 관계는 지속되기도 했지금 이 순간 적어도 권언유착은 해소된 것 같다”고 평가했다.
  
  노 대통령은 “선진언론이 되기 위해서 우리 언론은 좀 더 변해야 한다”면서도 “그러나 이 문제는 대통령이 직접 나서지 않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난 작은 정부 공약하지 않았다”
  
  노 대통령은 정부 혁신과 관련해선, “저는 작은 정부를 공약하지 않는다”며 “국민들이 필요로 하는 서비스를 충분히 하는 정부, 할 일을 가장 효율적으로 하는 정부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지금 세계 30위권에 머물러 있는 정부경쟁력을 참여정부 내에 20위권 안으로 들어간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며 “2003년은 로드맵을 만들었고, 2004년은 변화관리를 도입했고, 올해는 혁신을 제도화하는 해로 만들려고 한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또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정치도 그렇고 대통령의 권력도 그렇다. 더이상 군사독재 시절의 그 강력한 대통령을 기대해서는 안 된다”며 “새로운 방식으로 국정을 읽어달라”고 당부했다.
  
  ”제 말 한마디가 여러 파장 일으키는 불안한 출발. 파란만장의 2년이었다”
  
  이날 노 대통령은 향후 3년간 국정운영에 대한 구상을 밝히기에 앞서 “저 자신에게 지난 2년은 참으로 다사다난했던 세월”이라며 지난 2년간의 소회를 밝히면서 국민들에게 이해를 구했다.
  
  노 대통령은 대통령 당선 당시 북핵 위기 상황이었음을 지적하면서 “미국 한번 가보지도 않은 대통령이 한미 동맹관계를 파탄으로 몰아가지 않을까 하는 우려와 함께, 저의 한마디 한마디는 갖가지 추측과 해석으로 여러 가지 파장을 일으키는 참으로 불안한 출발이었다”고 회고했다.
  
  노 대통령은 “북핵문제, 이라크 파병문제, 대북송금 특검 모두, 하나같이 찬반양론이 극명하게 갈리는 사안이었고 저는 그 갈등의 틈바구니에 끼인 처지였다”며 “이 처지에서 언론과의 갈등, 열린우리당 창당, 대선자금 수사, 그리고 탄핵이라는 전에 없던 일들을 결단하고 감당해 왔다. 방사성폐기물 처리장, 행정수도 위헌판결, 그야말로 파란만장의 2년이었다”고 어려움을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지난 2년을 평가하고 남은 3년의 구상을 말하려고 준비했으나, 이미 여러 언론을 통해서 국민 여러분이 내린 다양한 평가를 보았다”며 “생각이 다른 점이 없지는 않으나 이의를 달지 않고 수용하는 것이 저의 도리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전홍기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