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선배 폭행 못견디겠다” 폭로
대검 홈페이지에 “진상 조사·재발방지 촉구” 파문 예상
한 대학병원 전공의 수련생이 대검찰청 홈페이지에 “전공의 수련과정 중 빚어지는 신체적 폭행과 언어폭력으로 인간적 모멸감을 느끼고 있다”며 정부 차원의 진상조사와 재발방지를 촉구하고 나서 파문이 예상된다.
자신을 ‘고촌’이라고 밝힌 이 전공의는, 지난 24일 ‘대학교 부설 병원의 전공의 폭력현실에 대한 조사 건의’라는 글을 대검찰청 ‘국민의 소리’ 게시판에 올리고 “전공의 수련과정중 차상급 선배들로부터 폭행당하는 일이 비일비재한 만큼, 검찰과 주무 부처인 보건복지부와 국가인권위원회는 엄중하게 조사해서 규명해 달라”고 촉구했다.
이 전공의 수련생은 “전공의수련 과정중 초년생인 1년차 전공의는 소위 2, 3, 4년차의 차상급 전공의인 선배들로부터 신체적인 폭행을 당하고 인격적인 비하의 언어 폭력과 심한 모욕까지 받아 가며 버티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치열한 입시 경쟁을 뚫고 의대에 합격, 6년간 교육, 의사국가 고시, 인턴 수습 등의 어려운 과정을 거쳐 전공의 수련생이 됐음에도 도중에 이러한 학대를 견디지 못하고 뛰쳐나오는 일이 비일비재하다”고 성토했다.
그는 이어 “철저한 조사를 통해 두 번 다시는 대학병원의 의료 현장에서 더 이상 인간이 짓밟히고 폭행당하고 전공의 수련도중에 견디지 못하고 튀쳐나와 가족에 아품을 주고 당사자에게 씻을 수 없는 모멸감과 절망를 주는 일이 영원히 추방 되도록 해 달라”고 요구했다.
실제로 ‘병원 내 폭력행위’는 그동안 생명을 다루는 의료인의 직업 특성상 불가피한 행동으로 치부, 공공연한 비밀로 부쳐져온 것이 사실이다.
대한의사협회가 지난해 4월 ‘의료현장 폭력추방 워크숍’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국의 개원의와 전공의 1000명을 대상으로 폭력 및 폭언 경험에 대한 설문조사를 한 결과, 10명 중 4명이 폭언을 경험했고 10명 중 1명은 직접 폭행당한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공의의 경우 폭행을 가한 사람으로 4명 중 3명이 선배나 교수라고 응답했다. 폭행 당한 횟수를 보면 2∼5회가 44.3%로 가장 많았고 10회 이상인 경우도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 폭로는 최근 의료계 내부에서 자성의 목소리와 함께 폭력을 추방하자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과는 상반돼 적지 않은 파문이 예상된다.
김종민기자 (jmkim@dailymedi.com)
2005-03-25 18: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