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시안 미국 기업, ’4백만명 죽인 바이러스’ 한국 등에 발송

  美기업, ’4백만명 죽인 바이러스’ 한국등에 발송  
  질병관리본부 “즉각 폐기”, WHO, “유출 가능성 배제 못해”

  2005-04-14 오후 12:00:44    
  
  지난 57년 4백만명을 숨지게 한 치명적 독감 바이러스 샘플이 미국 민간기업에 의해 우리나라를 비롯한 미국-캐나다-일본등 전세계 18개국 실험실에 배포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파문이 일고 있다.
  
  WP,”전세계 18개국 6천여 실험실에 치명적 독감 바이러스 샘플 송부”
  
  1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세계보건기구(WHO)는 12일 지난 57년 전세계 4백만명을 사망케 한 치명적 독감 바이러스 샘플이 미국 민간기업에 의해 미국 등 18개국의 3천7백개 실험실에 잘못 발송됐다고 밝혔다.
  
  샘플이 보내진 곳은 한국을 비롯해 미국, 캐나다, 버뮤다, 벨기에, 브라질, 칠레, 프랑스, 독일, 홍콩, 이스라엘, 이탈리아, 일본, 레바논, 멕시코, 사우디 아라비아, 싱가포르, 대만 등이다. 이와 별도로 미국내 실험실 2천7백50곳에도 이 샘플이 보내진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러스를 발송한 용의자는 미국 오하이오주 신시내티의 의료 검사 킷 제조를 하는 미국의 민간기업 ‘메리디언 바이오사이언스’로, 이 회사는 미국 임상병리학회(CAP) 의뢰에 따라 정례적인 시험진단용으로 지난해 가을부터 올해 2월까지 이 샘플들을 발송했다.
  
  이같은 사실은 지난 3월 25일 캐나다 국립 미생물 연구소가 통상적인 실험 과정에서 이 바이러스를 발견, 지난 8일 WHO와 미 질병통제센터(CDC)에 통보하면서 알려졌다. WP는 “WHO에서는 바이러스 유출을 막기 위해 샘플을 파기시키도록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면서 “아직까지 유출에 의한 감염 소식은 없다”고 전했다.
  
  한국 질병관리본부 “통고받고 즉각 샘플 폐기”
  
  우리나라에 바이러스가 보내진 곳은 보건복지부의 질병관리본부 산하 국립보건연구원으로 확인됐다.
  
  국립보건연구원은 WHO의 통보를 받은 직후 즉시 폐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WHO는 “13일 오후 현재 캐나다.한국.홍콩,싱가포르 등 적어도 4개국에서는 이들 샘플을 파기한 것으로 확인됐으며, 미국내의 1천5백개 실험실에서도 샘플이 파기됐다”고 전했다.
  
  질병관리본부는 14일 이와 관련, “미국 병리학회로부터 어린이에게 설사를 일으키는 로터바이러스 항원 진단용 시료 6개를 받아 실험해오다가 12일 세계보건기구(WHO)로부터 이 시료가 독감 바이러스에 감염돼 있어 폐기할 것을 지시받았으며 13일까지 전량 폐기했다”고 밝혔다. 질병관리본부는 “6개 시료를 외부기관이 아닌 자체 실험실에서 순수 연구용으로만 사용했기 때문에 안전하게 관리됐으며 어떠한 문제도 발견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WHO, “너무 많이 배포돼 유출 가능성 배제할 수 없어”
  
  그러나 과연 이번 사태가 해프닝으로 끝날지를 낙관하기란 시기상조다.
  
  WP는 “이번 바이러스는 57~58년에 걸쳐 유행한 ‘H2N2′형으로 68년 이후 감염 사례가 보고되지 않아 독감백신에 포함되지 않게 된 지난 68년 이후 출생자에게는 항체가 없다”면서 “만일 이 바이러스가 유출된다면 급속도로 전파돼 엄청난 사망자를 초래할 세계적인 전염병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WHO의 독감 최고책임자 클라우스 슈토르도 “전문적인 취급 능력을 가진 실험실 직원이 바이러스에 감염될 위험은 낮다”면서도 “그러나 너무 많은 실험실에 샘플이 보내져 한 사람이라도 감염된다면 질병이 급속히 퍼져나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미국 일개 기업의 실수가 인류를 대재앙에 직면케 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