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편지] 최신치료제 건강보험 제외 암환자 고통 배가시켜서야
이준희·유방암 환우회 비너스회 회장
입력 : 2005.04.21 18:44 39′
나는 유방암 환우회인 ‘비너스’의 회장을 맡고 있다. 우리 모임의 한 회원이 3년 전 유방암 판정을 받았다. 다행히 수술이 성공적으로 끝나 암 덩어리를 제거하고, 재발을 억제하기 위한 호르몬 치료제를 복용했다.
호르몬 치료제에는 효능이 좋고 부작용이 적은 최신 치료제가 있다. 하지만 최신 치료제는 1차 치료제로 사용할 경우 건강보험 적용이 안 된다. 약값만 한 달에 18만원 가량이 들기 때문에 그는 가정 형편상 어쩔 수 없이 기존의 치료제를 복용했다. 기존 호르몬제 복용으로 얼굴의 피부가 붉게 부어오르고, 질출혈이 생기는 등의 부작용을 감수하면서 버텨왔지만, 최근 유방암이 재발했다.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씩이나 암을 겪고 나니, 그 환우는 이제 몸과 마음이 피폐해졌다. 암 재발 후에는 건강보험적용이 적용되어 최신 치료제를 복용할 수 있었다. 이후 그 환우는 전에 비해 부작용도 눈에 띄게 줄고, 상태도 많이 호전됐다.
만일 그 환우가 유방암이 재발되기 전에 최신 치료제를 건강보험을 적용 받아 복용할 수 있었다면 부작용의 고통은 겪지 않아도 됐을 것이고, 암의 재발도 막을 수 있었을지 모른다. 같은 병을 앓는 환우로서 정말 안타깝다.
유방암은 다른 암에 비해 재발이 잘 되고, 유방 외의 다른 곳에 전이되면 치료가 어렵다. 그래서 수술 후 1차 치료부터 효과적이고 부작용이 적은 최신 치료제를 써서 재발률을 낮추는 것이 중요하다. 이미 미국이나 일본에서는 임상을 통해 효능이 밝혀진 최신 치료제들을 환자에게 1차 치료제로 쓸 수 있도록 정책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최신 치료제는 아직 1차 치료제를 쓰고 실패한 경우의 2차 치료제로만 건강보험이 적용된다. 이로 인해 많은 암환자들이 육체적 고통을 겪고 정신적으로 재발의 불안 속에 살아가고 있다.
현재 유방암은 국내 여성암 발생 1위이다. 유방암 환자가 나날이 늘고 수술 후에도 삶을 위한 투병을 이어가는 환자도 급증하고 있다. 하지만 건강보험 정책은 아직도 암환자들의 삶의 질을 외면하고 있다. 암환자들이 재발 전에 보다 좋은 치료제를 선택 복용할 수 있도록 합리적인 건강보험정책을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