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노인요양, 공공부조 합하면 선진국 수준”?
건강세상네트워크 “‘사회보험’과 ‘공공부조’도 구분 못하나”
2005-05-26 오후 5:05:29
정부와 열린우리당이 새로 도입하기로 한 노인요양보험제도의 정부 부담이 17.8%에 불과하다는 시민단체의 비판에 보건복지부가 기존의 저소득층에 대한 지원을 합하면 그 비중이 훨씬 늘어난다는 군색한 해명을 내놓았다. 심지어 복지부는 그간 수차례의 의견 수렴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정부 부담률을 30~40% 선을 유지하겠다고 공언해왔던 것으로 확인됐다.
복지부, “기존 저소득층 지원까지 합하면 40% 수준은 돼’
복지부는 “2007년부터 도입 예정인 노인요양보험제도의 정부 부담이 17.8%에 불과해 너무 낮다”는 건강세상네트워크의 비판에 대해 26일 “기초생활보장수급자에 대해서 지원되는 국고 및 지방비 부담을 포함하면 정부의 재정 부담은 2007년 45%, 2010년 36% 수준”이라고 해명했다.
복지부는 또 “기존의 기초생활보장수급대상자는 현재 정부 부담을 통해 무료로 요양 시설과 재가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고 2010년부터는 노인요양보험제도의 적용 받는다”며 “차상위계층의 본인 부담을 10% 수준으로 낮추는 것도 추진하고 있으므로 저소득층이 요양 서비스를 받을 수 없다는 것도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복지부는 끝으로 “장애인 역시 65세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시행하는 것이기 때문에 65세 이상이면 장애인도 필요한 요양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며 “65세 이하 장애인을 제외한 것은 그들이 요양 서비스보다 훨씬 더 광범위한 서비스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정부의 복지 정책을 확대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건강세상네트워크, “복지부 설명, ‘사회보험’과 ‘공공부조’ 구분도 못해”
복지부의 해명에 건강세상네트워크는 즉각 재반박 해명을 내놓으며 복지부의 군색한 변명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건강세상네트워크는 26일 “이번에 도입하기로 한 노인요양보험제도는 복지부도 인정한 대로 ‘사회보험’이며 기초생활보장수급대상자에 대한 지원은 저소득층에 대한 ‘공공부조’”라며 “이 두 제도에 투입되는 국고를 합해서 정부 부담이 높다고 설명하는 것은 난센스”라고 꼬집었다.
이 단체는 또 “이런 설명은 그 동안 이 제도를 도입하기까지 복지부 주도의 논의 경과와 비교해 봐도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복지부는 그 동안 일관되게 ‘노인요양보험 재정의 30~40%를 정부 부담으로 하겠다’고 공언해왔다.
이 단체에 따르면 복지부는 지난 2004년 2월18일 ‘공적노인요양 보장 추진기획단’의 1년차 활동 결과물을 내놓으면서 노인요양보험 재정을 보험료 50%, 정부 부담 30%, 본인 부담 20%로 하기로 했다. 복지부는 또 2004년 8월11일 개최된 공청회에서도 “총재정의 30~40%를 정부 부담으로 하겠다”고 밝힌 바 있으며, 가장 최근인 2004년 9월에 개최된 ‘공적노인요양 보장 제도실행위원회’에서도 이 같은 입장을 반복했다.
하지만 5월23일 당정이 발표된 최종안에서는 저소득층이 당장 적용 대상에서 제외되고, 정부 부담도 17.8%로 무려 절반 가까이 깎였다.
”정부 부담 30~40%에서 17.8%로, 저소득층 포함시킨다 했다가 누락”
복지부가 말을 바꾼 것은 이뿐만이 아니다.
건강세상네트워크는 “복지부는 2004년 8월 개최된 공청회에서 분명히 ‘공공부조 대상자도 정부 부담으로 노인요양보험제도 내에 포괄한다’고 밝히고 있다”며 “당시 복지부는 ‘건강보험 대상자 최중증(1~2급) 질환 노인 6만명, 공공부조 대상자 최중증, 중증(3급) 질환 노인 3만명을 포함한 총 9만명에 대해서 2007년부터 이 제도의 적용을 받도록 하겠다’는 안을 제시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에 나온 최종안에서는 결국 공공부조 대상자를 제외한 것이다.
이에 대해 복지부 노인요양보장제도설계팀 관계자는 25일 <프레시안>에 전화를 걸어 “2007~2010년 1단계에서는 최중증 질환 노인만 적용을 받기 때문에 공공부조 대상자 중에서 중증 질환자가 제외되는 일이 발생해 대상자에서 제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것은 ‘사회보험’의 원래 취지와도 어긋나는 것이다. 한 사회복지 관련 전문가는 “사회보험은 핵심은 모든 국민에게 적용한다는 ‘보편성’에 있다”며 “바로 이 ‘보편성’이 사회보험을 공공부조나 민간보험과 구분하게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소득이 낮다는 이유로 사회보험에서 예외 되는 순간 이들은 열등한 계층으로 낙인(stigma)찍히는 효과가 발생하는 등 부작용이 생긴다”며 “복지부가 이를 고려했어야 했다”고 덧붙였다.
건강세상네트워크 역시 같은 견해다. 이 단체 관계자는 “복지부의 우려대로 공공부조 대상자 중 중증 질환자가 제외되는 경우가 발생한다면 그 부분에 대한 별도의 대책을 강구하면 되는 것이지 아예 제외시켜 놓고 볼 일이 아니다”며 복지부의 행정편의주의적 행태를 꼬집었다.
복지부는 군색한 변명을 늘어놓기 전에 왜 국민들이 정부가 추진하는 각종 사회복지 정책을 불신부터 하는지 곰곰이 되새겨볼 일이다.
강양구/기자
프레시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