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백도명교수 인터뷰_”폐암 유발 작업환경 놔두고 금연만 하면 튼튼해질까요”

폐암 유발 작업환경 놔두고 금연만 하면 튼튼해질까요”

백도명 노동건강연대 상임대표

“운동, 금연에 스트레스 관리도 중요하지만 건강을 해치는 요인이 생기지 않도록 예방하는 건강한 직장을 먼저 만들어야 합니다.”

백도명 노동건강연대 상임대표(사진·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최근 비만, 스트레스 관련 질환 등이 빠르게 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회사가 운동 프로그램, 스트레스 관리 등 건강증진 사업을 벌이는 것도 바람직하지만, 이보다 더 기초적이며 다급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바로 직장인들을 여러 질병으로 내모는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점이다.

금연, 운동 등과 같은 건강증진 활동만 한다면 직장인들의 건강을 지키지 못하는 것은 물론, 자칫 직장의 구조적인 문제를 개인 책임으로 돌릴 수 있기 때문이다.

백 교수는 이런 경우를 들었다. 간에 해로운 유기용제를 다루는 회사에서 술을 줄이는 금주 운동을 한다고 치자. 금주 운동 자체는 긍정적인 효과를 나타내겠지만, 자칫 유기용제라는 근본 문제의 해결에는 소홀히 하게 된다. 또 유기용제 때문에 간에 문제가 생겼는데도, 회사에서는 금주 운동을 했으므로 술을 마신 직장인 개인에게 책임을 돌릴 수도 있게 된다는 얘기다.

백 교수는 “1990년대 말에 한 제철회사가 회사 차원의 금연 프로그램을 시행했고, 그 성과가 매우 좋았다고 발표한 적이 있다”며 “금연 운동이 분명 긍정적이긴 하지만, 이 운동은 제철소에서 사용하는 코크스 때문에 노동자가 폐암에 걸린 것이 계기가 돼 시작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 경우 금연 사업 자체도 의미가 있지만 작업하는 노동자들이 코크스에 노출되지 않도록 관리하는 근본적인 대책이 우선”이라고 지적했다.

김양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