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시안 “3대 중증질환자 보장, 생색내기에 불과한 낙제 수준”

“3대 중증질환자 보장, 생색내기에 불과한 낙제 수준”  
  시민사회단체, “큰 부담 주는 ‘선택진료비’는 언급도 안 해”

  2005-06-28 오후 4:46:04      

  

  
  정부와 열린우리당이 27일 발표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방안’에 대해서 시민ㆍ사회단체들이 “또 한번의 생색내기에 불과한 낙제 수준”이라는 혹평을 내놓았다.
  
  시민ㆍ사회단체, “건강보험 보장성 방안, 생색내기에 불과한 ‘낙제’ 수준”
  
  5개 보건의료단체로 구성된 ‘건강권 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은 28일 당정이 내놓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방안’의 허점을 조목조목 비판하며 “노무현 정부는 국민의 건강을 책임지려 하는 것인지 기업과 시장에게 그 책임을 넘기려는 것인지 명확히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건강세상네트워크도 28일 “이번 방안은 또 한번의 생색내기에 불과한 ‘낙제’ 수준”이라며 “중증 고액 환자와 그 가족을 우롱하는 것 같아 답답함을 느낀다”고 지적했다. 이 단체는 “2005년 3대 중증 질환에 대한 보장 수준을 80% 수준으로 끌어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두 단체가 공통적으로 지적한 이번 방안의 가장 큰 문제는 겉으로는 2005년부터 마치 암, 뇌혈관 질환, 심장 질환 등 3대 질환의 환자 부담이 획기적으로 경감될 것처럼 얘기하고 있지만 사실상 암 환자만을 위한 정책이라는 것이다.
  
  이번 방안은 심장 질환의 경우 ‘개심 수술’을 한 환자, 뇌혈관 질환의 경우에도 ‘개두 수술’을 한 환자에게만 그 혜택을 국한하고 있다. 하지만 대표적인 뇌혈관 질환인 뇌졸중의 경우 수술이 필요 없는 뇌경색이 80%에 이르는 데다, 뇌출혈의 경우에도 일부만 수술이 필요해서 뇌혈관 질환 환자의 90%가 이번 방안의 혜택을 보지 못한다.
  
  심장 질환 역시 마찬가지다. 선천성 기형 환자의 심장 수술 외에 혈관 확장술 등이 필요한 환자는 혜택을 보지 못할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성인 심장병 환자 역시 이번 조치와 무관하다. 이런 사정 때문에 암 환자 32만명에게는 5천7백억원이 지원되는 것에 비해서 심장ㆍ뇌혈관 질환자는 1만1천명에게 고작 4백억원만 지원된다.
  
  ”3대 질환 아닌 사실상 ‘암’ 환자만을 위한 정책”
  
  환자들에게 큰 부담을 주고 있는 식대, 병실료, 선택진료비 중에서 선택진료비에 대한 언급이 아예 없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특진’이라 불렸던 선택진료비는 종합병원이나 대학병원에서 거의 반강제적으로 환자들에게 강요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대학병원과 종합병원은 3차 의료기관이라는 이유로 수가에 25~30%를 환자들로부터 더 받고 있는데, 여기에 선택진료비 명목으로 환자들에게 또다시 중복 부담을 강요하고 있는 것이다.
  
  건강세상네트워크는 “이런 점에서 선택진료비는 폐지되어야 마땅하지만, 복지부 발표에서는 전체 환자 부담액의 13~15%를 차지하고 있는 선택진료비를 어떻게 할 것인지 계획과 일정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며 “2007년 1월부터 선택진료비를 전면 폐지하여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환자에게 큰 부담 주는 선택진료비는 아예 언급도 없어”
  
  이번 방안이 제시하고 있는 보장성 확대 계획에 대해서도 그 미비점이 지적됐다.
  
  건강세상네트워크는 암 환자에 대한 보장 수준을 2007년 1월까지 75.5%까지 끌어올리겠다는 이번 방안의 한계를 강하게 지적했다. 이 단체는 “이런 수준이라면 2007년에도 여전히 암 환자 진료비 때문에 집안이 망하는 경우를 목도할 수밖에 없다”며 “정부는 ‘의료비 때문에 집안이 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암을 포함한 3대 중증 질환에 대해서는 정부가 책임지겠다는 자세로 올해 9월부터 보장 수준을 80%까지 끌어올려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보건의료단체연합은 더 나아가 질병별 접근 방식이 보일 수 있는 한계를 지적하며 “모든 의료비에 건강보험을 적용하고 ‘본인부담 상한제’를 실시할 것”을 강하게 주장했다. 질병별 접근을 할 경우 이번처럼 3대 질병에 대한 보장성을 강화한다고 해놓고 사실상 암 하나에만 보장성을 확대하는 식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기업, 정부 부담 높은 외국의 예는 숨겨”
  
  두 단체는 보장성 강화를 위한 재원을 국민 부담으로 떠넘기는 것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목소리를 냈다.
  
  보건의료단체연합은 “이번 방안에서는 우리나라의 보험료율 4.31%가 외국보다 훨씬 낮다는 한쪽 편 사실을 이야기하면서 보험료율이 높은 나라들은 가입자 부담보다 기업 부담 또 정부 부담이 훨씬 높다는 내용은 숨기고 있다”며 “우리나라는 국민 부담이 보험료의 50%이지만 대만의 경우 국민 부담은 30%(기업 60%, 정부 10%), 프랑스의 경우 국민 부담은 25%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건강세상네트워크도 “겨우 65%의 보장성 수준으로 국민들에게 보험료 인상의 동의를 이끌어 내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국민들 입장에서 보험료 인상이 결국 보험의 혜택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확신이 생겨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두 단체는 “정부는 보건의료에 대한 대책을 공공 중심으로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보여야 한다”며 “정부의 책임을 실질적으로 강화하겠다는 구체적 의지를 앞으로 열릴 예정인 공청회 등을 통해 보여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강양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