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ian “청와대, ‘난자 의혹’에 왜 침묵하나” “박기영 보좌관이 나서서 해명하라”

“청와대, 황우석 ‘난자 의혹’에 왜 침묵하나”  
  [기자의 눈] “박기영 보좌관이 나서서 해명하라”

  2005-11-14 오후 7:23:54      

  

  
  ’국민 과학자’ 황우석 교수가 괴롭다. 지난 2004년, 2005년 <사이언스>에 발표한 줄기세포 연구에 사용된 난자의 출처를 둘러싼 윤리 문제가 연일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13일에는 그와 ‘형제’ 같은 사이였던 미국 피츠버그대학 제럴드 섀튼 교수가 이런 윤리 문제를 이유로 ‘결별’을 선언해 심적 괴로움이 더욱 더 커졌다. 황 교수의 측근인 안규리 교수는 “황 교수가 지금 너무 많이 속상해 하고 있다”고 언론에 그의 괴로운 심경을 전했다.
  
  그런데 한 가지 의아한 일이 있다. 제럴드 섀튼 교수의 지적에 가장 큰 책임감을 느끼며 앞장서서 관련 의혹을 해명해야 할 사람이 모든 것을 황우석 교수에게 미뤄두고 슬그머니 뒤로 빠져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 박기영 정보과학기술보좌관이 바로 그 사람이다.
  
  그는 지금 “황우석 교수에게 물어보니 윤리적 문제가 없다고 하더라”는 식으로 황 교수를 변호하고 있다. 하지만 그녀는 이렇게 ‘제3자인 양’ 말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니다. 박기영 보좌관은 식물학자이면서도 자신의 전공과 전혀 상관 없는 황 교수의 2004년 <사이언스> 논문에 공저자로 이름이 올랐다. 황 교수의 연구에 포함된 생명윤리 관련 내용을 지켜보고 자문한 것으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만약 황 교수의 2004년 <사이언스> 논문에 윤리의 문제가 있다면 그것은 바로 박기영 보좌관이 책임져야 할 일이다.
  
  식물학자가 줄기세포 연구에 공동저자로 이름 올라가
  
  왜 그런가?
  
  2004년 황우석 교수가 <사이언스>에 논문을 게재한 뒤 4월 <네이처>는 “순천대학교의 식물분자생물학 교수였다가 최근 노무현 대통령의 정보과학기술보좌관이 된 박기영 씨가 (황 교수의) 논문에 저자로 포함돼 있다”며 “그러나 박 보좌관은 <네이처>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황 교수의) 논문에 구체적으로 기여한 바가 없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이런 <네이처>의 보도가 <프레시안>을 통해 국내에 알려지자 박기영 보좌관은 (공식 해명이 아닌) 기사 밑에 댓글을 다는 형식을 빌려 “황우석 교수가 수행한 여러 연구의 생명윤리 문제에 대해서 연구하고 조언했다”며 “자신이 논문의 공저자로 들어간 것은 떳떳하다”고 주장했다.
  
  박 보좌관은 며칠 후 청와대 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도 ‘난자 기증과정 등이 정당하지 못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던 황우석 교수의 연구에 대해 “<사이언스>에 논문이 실릴 때 윤리적 검토가 다 끝났다”며 “나름대로 정당한 과정을 거쳤고 기관윤리위원회(IRB) 등의 심의도 거쳤다”고 윤리 문제와 관련된 의혹을 일축했다.
  
  유전자조작 식품 연구가 줄기세포 연구로 ‘둔갑’
    

황우석 교수 지원을 위한 대책 회의에서 활짝 웃고 있는 박기영 청와대 정보과학기술보좌관과 황 교수. ⓒ연합뉴스    
  

  그렇다면 과연 박기영 보좌관은 황우석 교수의 연구에 구체적으로 어떻게 기여했다는 것일까? 황 교수의 연구에 대해 박 보좌관이 기여했음을 공식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 있기는 하다.
  
  박 보좌관이 황 교수와 공식적으로 함께 한 프로젝트는 정보통신부가 지원한 ‘광우병 내성 유전자조작 소’ 연구였다. 박 보좌관은 이 프로젝트의 일부로 진행된 ‘윤리적ㆍ법적ㆍ사회적 영향(ELSI)’에 대한 연구의 책임자로서 황 교수의 연구에 대해 윤리 문제를 자문했다. 하지만 이 연구는 유전자조작 식품에 대한 사회적 인식에 대한 것이었다. 유전자조작 식품에 대한 연구를 줄기세포 연구와 관련된 윤리 문제에 대한 자문이라고 우긴다면 너무나 ‘뻔뻔한 일’일 것이다.
  
  물론 박 보좌관이 비공식적으로 황 교수의 줄기세포 연구에 여러 가지 공헌을 했을 수 있다. 실제로 박 보좌관은 한두 차례 황 교수의 실험실을 방문해 연구원들과 ‘피자’를 주문해 같이 먹는 등 ‘따뜻한 관심’을 보였다고 한다. 함께 피자를 먹으면서 황 교수에게 줄기세포 연구의 윤리 문제에 대한 자문을 한 것일까? 어쨌든 박 보좌관은 2004년 당시 여러 차례에 걸쳐 “과학 연구에 있어 기여도를 엄밀하게 적용해야 한다”는 자신의 ‘학자적 양심’과 ‘공직자 윤리’를 걸고 황 교수 연구의 윤리 문제에 대한 자신의 기여를 밝혔었다.
  
  하지만 박 보좌관은 새튼 교수의 ‘결별 선언’이 나온 직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황 교수와 통화해보니 ‘(연구원의 난자 기증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했다”며 말을 전하는 태도를 취했다. 자신이 연구에 직접 참여해서 윤리 문제에 대한 자문과 검토를 했다는 박 보좌관의 그간의 입장에 비춰봤을 때 이해할 수 없는 행보다. 애초에 논문 저자로 들어갈 만큼 기여를 하지 않아서 자세한 내용을 모르고 있거나, 아니면 이제는 면피를 위해서 발뺌을 하려는 것이 아닌가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
  
  학자적 양심 저버리고 권력에 기댄 ‘파렴치한’ 의혹에서 벗어나려면…
  
  조만간 황우석 교수를 비롯한 그의 동료들은 최근 제기된 난자 출처를 둘러싼 의혹 등을 해명할 예정이라고 한다.
  
  만약 박기영 보좌관이 끝까지 슬그머니 뒤로 물러서 있다면 이번 의혹의 진위 여부와 상관없이 비판을 면치 못할 것이다. 언론과 국민의 관심을 받을 때는 윤리 문제를 자문해줬다는 이유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논문의 공저자로 나섰다가 막상 윤리 문제가 부각되자 마치 전혀 상관없는 사람처럼 물러서 있는 모습은 보통 사람들의 상식으로도 납득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박기영 보좌관이 ‘학자적 양심’을 버리고 정부의 과학기술 권력에 기대 논문에 이름을 올린 ‘파렴치한’인지 아닌지는 앞으로 그의 행보에 따라 판가름 날 전망이다. 백 마디 말보다 행동이 ‘진실’이 무엇인지 말해주는 법이다.  
    
  
  강양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