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영리 약국법인 허용법안 또 ‘장기표류’
복지위 법안소위, 영리·비영리 논란…복지부에 연구용역 주문
비영리법인으로 가닥을 잡아가던 약국 법인화 문제가 또다시 장기표류의 늪에 빠졌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15일 복지부 송재성 차관이 참석한 가운데 법안심사소위를 열고 약국 법인화 문제를 골자로 한 약사법 개정안과 수정안을 놓고 심의에 들어갔으나, 끝내 마침표는 찍지 못했다.
대신 소위는 약국의 비영리법인 또는 영리법인 전환시 장단점에 대한 자료 마련을 위해 복지부에 연구용역을 요구했다.
복지부는 보건사회연구원의 연구용역은 적어도 3∼4개월 정도 걸린다고 답변, 빨라도 내년 2∼3월에나 법안에 대한 재심의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약국 법인화는 ‘공감’, 법인성격엔 ‘이견’
법안심사소위 위원들과 복지부는 지난 2002년 헌법재판소가 제16조 제1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만큼 약국 법인화에는 공감을 표시했으나, 영리 또는 비영리의 법인 성격에 대해서는 이견을 보였다.
소위 위원장인 열린우리당 문병호 의원은 “약국법인이 영리로 갈 경우 자본이 유입돼 대형약국이 형성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이는 곧 동네약국의 붕괴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문 의원은 이어 “약사회에서도 비영리법인화에 대해 반대는 없다”며 비영리법인화에 무게를 실었다.
한나라당 정화원 의원은 “약사회의 요구대로 약국의 비영리법인으로 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면서 “영리법인화 될 경우 동네 약국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안명옥 의원은 “법인의 성격과 관계없이 영리법인이나 비영리법인 모두를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 의원은 “약국의 법인전환 문제도 쌀 개방 등 시장개방압력과 맞물려 있을 수 있다”고 주장한 뒤 “미리 계획하고 준비하지 않으면 대형 할인마트에 잠식당하는 동네 슈퍼마켓과 같은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열린우리당 김춘진 의원은 “법인약국의 잇점이 뭐냐”고 복지부에 질의한 뒤 “이미 대형약국은 체인망을 형성하는 등 일반약국이 동업형태로 대형약국을 운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비영리법인 약국의 ‘실효성’ 논란
법안심사소위에서는 약국의 비영리법인 전환에 대한 실효성 문제가 불거지기도 했다.
한나라당 박재완 의원은 “법안이 원안대로 통과된다고 해도 비영리법인으로 전환할 약국이 거의 없을 것”이라며 열린우리당 정성호 의원이 발의한 법안에 대한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박 의원은 그러면서도 “비영리법인이든 영리법인이든 일장일단이 있어 계속 결론이 나고 있지 않다”고 지적한 뒤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이날 회의에 배석한 장기태 수석전문위원도 박 의원과 같은 의견을 제시했다.
장 위원은 “비영리법인화 법안은 무늬만 약국법인이지 속내용은 법인활동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영리법인화를 주장했다.
장 위원은 “비영리법인은 이익금을 분배할 수 없고, 월급형식으로 받아갈 수 밖에 없다”면서 “특히 영리활동을 하고 있는 동네약국과의 형평성을 감안하면, 영리법인화가 바람직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복지부 “비영리법인 전환, 별문제 없어”
복지부는 비영리법인도 약국의 대형화를 유도할 가능성이 있지만, 별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송 차관은 “약국은 조제와 전문약에 대해 정부의 통제를 받는 등 비영리성을 가지고 있고, 일반약에 대해서는 스스로 가격을 결정할 수 있는 영리성도 가지고 있다”면서 “어느 방향으로 가든 이론상으로는 어긋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송 차관은 “의료법인을 비영리로 한 것은 비영리성이 전제된 때문”이라며 “최근 의료기관의 영리화와 맞물려 약사회에서도 일단 비영리로 전환한 뒤 향후 영리법인으로 단계적인 전환을 하려는 구상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송 차관과 함께 배석한 복지부 관계자는 “법률적으로는 영리법인이 타당하다고 판단된다”면서도 “최근 논의 과정에서 약사회가 비영리법인도 가능하다고 통보해왔다”고 답변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정부에서는 비영리법인도 별 문제될 것은 없다는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또다른 관계자는 “법인 전환으로 인한 동네약국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법안 조항이 바로 비영리법인과 1법인 1약국”이라고 말했다.
국회 “법인전환 관련 자료 준비 후 재논의”
이날 회의에서 비영리법인으로 가닥이 잡히는 듯 했으나, 복지부의 연구자료 부족으로 장기표류됐다고 할 수 있다.
김춘진 의원은 “법인 전환 전후의 차별화된 내용이 무엇인지 복지부는 연구자료를 내놓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 약국의 법인화에 대해 집중 추궁했다.
다른 의원들도 “법인 전환으로 인한 영향과 장단점, 객관적인 의견을 수렴한 자료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이에 대해 복지부는 “법안을 정부에서 준비했다면 충분한 근거자료를 마련했겠지만, 그렇지 못해 자료가 없다”고 답변했다.
그러자, 여야 의원들은 보건사회연구원 등에 연구용역을 맡겨, 객관적인 자료를 놓고 재논의하자고 입을 모았다.
복지부는 “연구용역이 나오려면 적어도 3∼4개월은 소요된다”면서 “자료를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문 의원은 “약국 법인화 문제는 상당히 중요한 사안인 만큼 복지부의 연구용역 결과를 보고받은 뒤 다시 논의하자”며 일단 논의를 매듭지었다.
이로써 지난 2월 발의된 법안은 꼬박 1년을 국회에서 표류하다 내년 봄께나 돼야 재논의될 전망이다.
한편 약사회는 내부적으로 올해 연말까지 약국 법인허용 문제를 매듭지을 방침이었으나, 법안이 장기표류함으로써 당초 계획에 차질을 빚게 됐다.
데일리팜 홍대업기자 (hongup7@dreamdru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