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회참가 농민 9일뒤 뇌출혈 사망
부검참관 의사 “외부 충격으로 머리 금가”
농민단체 “경찰구타 때문” 강경대응키로
박주희 기자 이본영 기자
15일 서울 여의도 농민집회에 참가한 뒤 “경찰 방패에 머리를 맞았다”고 호소했던 충남 보령농민회 주교면 지회장 전용철(43)씨가 두 차례의 뇌수술 끝에 24일 아침 6시께 숨졌다.
농민단체 쪽은 여의도 집회 당시 경찰의 구타로 추정되는 충격 때문이라며 강경대응에 나설 방침이라고 밝혔다.
집회 현장에서 전씨를 봤다는 임나영(22·여)씨는 24일 “진압이 있은 뒤 전씨가 손을 뒷머리로 가져가며 ‘전경들한테 맞아서 아프다’고 했다”고 말했다. 전씨의 농민회 동료들은 “15일 집회 뒤 귀향버스에 오르지 않는 전씨를 30분 만에 찾아냈을 때, 옷이 찢어진 채 눈 부위에 타박상을 입고 횡설수설하고 있었다”며 “전씨는 버스에 타서는 ‘전경들에게 맞으니 별이 핑핑 돌더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주교면 농민회 이병훈(41)씨는 “전씨는 ‘앞쪽 머리와 오른쪽 눈을 방패에 찍혔다’고 했고, 몸에는 곤봉으로 맞은 것 같은 멍들이 군데군데 있었다”고 말했다.
보령으로 돌아온 전씨는 다음날부터 음식을 토하고 두통을 호소했다. 17일 전씨 집을 찾은 한 농민회 회원이 전씨가 제대로 앉지 못하고 몸이 한쪽으로 기우는 증세를 보이자, 전씨를 보령 시내 병원으로 옮겼다. 전씨는 컴퓨터단층촬영 결과, 뇌출혈 판정을 받았다. 전씨는 대전 충남대병원으로 다시 옮겨져 뇌수술을 받고 어느 정도 호전되는 듯했지만, 23일 밤 상태가 악화돼 재수술을 받은 뒤 생존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판정을 받았다. 전씨는 24일 다시 보령으로 옮겨지던 중 숨졌다.
전씨를 수술한 충남대병원 의사는 “전씨는 뇌출혈과 뇌부종, 뇌가 한쪽으로 쏠리는 상태를 보였다”고 말했고, 보령아산병원 관계자는 “전씨 사인은 외상에 의한 뇌출혈”이라고 밝혔다. 이날 밤 보령아산병원에서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전씨 부검을 참관한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소속 의사 원진호씨는 “전씨는 뇌 손상에 의해 사망했는데, 왼쪽 뒷머리 윗부분이 외부 충격에 의해 금간 게 확인됐다”고 밝혔다.
유족과 농민회는 이날 오후 전씨 주검을 서울로 옮기려다 “부검을 거쳐야 한다”며 막는 경찰과 서해안고속도로 대천휴게소에서 대치하기도 했다. 전농은 “전씨 사망이나 농민 분신은 노무현 정권의 살농정책을 보여주고 있다”며 시민사회단체들과 연대해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고 서울로 전씨의 주검을 옮겨 장례를 치르는 등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한 활동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전농은 26일 서울 광화문에서 촛불집회를 열고 다음달 1일에는 대규모 농민집회도 열기로 했다.
전씨는 철도청 기능직으로 일하다 1994년 귀농해 느타리버섯을 재배했으며, 농민회 활동에 열성적이었다고 주변 농민들은 전했다.
집회 뒤의 전씨 행적을 조사하고 있는 경찰은 부검 결과를 종합해 곧 조사 결과를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보령/박주희, 이본영 기자 hope@hani.co.kr
기사등록 : 2005-11-24 오후 08:20:24기사수정 : 2005-11-25 오전 00:36: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