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CBS “외자유치 위해 필수” vs “의료 양극화 주범” 찬반 논란

부산에 최고급 美병원 유치 “된다, 안된다?”
“외자유치 위해 필수” vs “의료 양극화 주범” 찬반 논란

“부산진해 경제자유구역청에 외국인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서는 외국계 병원이 꼭 있어야 합니다.”

“외국계 영리병원이 들어서면 서민들 의료비 부담만 높아져서 안 됩니다.”

부산 경제자유구역 안에 세계 최고의 미국 암 전문 병원을 유치하겠다는 경제자유구역청의 계획에 찬반이 엇갈리고 있다.

지난 5일 오전 부산진해 경제자유구역청 앞에서 집회를 연 사회보험 노조와 인도주의 실천 의사회 등 10여 개 보건의료단체들은 미국병원 유치에 대해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정부가 외국병원을 내국인도 이용할 수 있도록 허용할 방침이어서 외국병원이 들어서면 비싼 진료비를 낼 수 있는 사람에게 의료 혜택이 집중되는 의료 양극화 현상이 심각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외국 영리병원이 들어서면 현재 수익금을 영리목적으로 이용할 수 없도록 돼 있는 국내병원들도 영리병원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정부에 압력을 가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들은 이렇게 되면, 현재 우리나라의 공공의료보험 체계가 무너지고 민간 의료보험으로 대체돼 의료비 부담이 폭발적으로 늘 것이라고 경고했다.

인도주의실천 의사회 정운용 사무국장은 “병원들이 영리병원화 하고 보험도 민간보험형태로 전환되면 의료보험 부담이 여섯배나 늘어난다”며. “이는 결과적으로 가난한 사람들의 진료기회를 제약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보건의료단체들은 대신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 외국인 대상 의료기관을 설립한다는 대안을 내놨다.

하지만 경제자유구역청은 외국인 투자유치를 위해서는 외국계 병원이 꼭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장수만 경제자유구역 청장은 “외국학교나 병원이 들어서야 외국 제조업체나 물류업체, 다국적기업의 지역본부 등이 따라 들어올 것”이라며 미국 병원유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또 미국 암 전문병원을 유치할 경우 치료 목적으로 외국으로 나가는 내국인 환자들을 유치할 수 있어 국부유출 방지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경제자유구역청은 이미 우리은행, 원자력 병원 등과 협약을 맺고 미국 암 전문병원의 유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미국 측에서도 병원 설치에 긍정적인 의사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보건의료단체들은 경제자유구역청이 병원유치에 계속 나설 경우 대규모 반대투쟁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해 앞으로 이를 둘러싼 마찰이 우려되고 있다.

부산CBS 장규석 기자  hahoi@c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