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식 중인 지율 스님, 생명 위독한 상태
동생이 전언…”부서질 듯 야위어 안을 수도 없다”
2005-12-30 오후 5:31:23
지율 스님의 생명이 위독하다. 경부고속철도 천성산 터널 공사에 반대하며 지난 9월부터 다시 단식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지율 스님의 건강상태가 ‘최악’인 것으로 확인됐다.
”지율 스님, 언제 삶을 놓을지 모르는 상황”
지율 스님의 동생 조경자(36) 씨는 30일 〈프레시안〉과의 전화통화에서 “어제 경상북도 모처에 기거하고 있는 지율 스님을 만나고 왔다”며 “몸이 마비가 오는 등 언제 삶을 놓을지 모르는 상황”이라고 지율 스님의 상태를 전했다.
그는 “억지로 곡기를 취하려 해도 몸에서 받지를 못한다”며 “강제입원이라도 시키고 싶은데 그 과정에서 큰일이라도 생길까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그는 “오늘내일이라도 당장 큰일이 있을 것 같아서 걱정스럽다”고 덧붙였다.
그는 “지율 스님이 그 동안 도와주신 분들도 아주 많았는데 걱정만 끼치고 감사하다는 인사를 제대로 못한 것을 아쉬워했다”며 “‘도롱뇽의 친구들’을 비롯해 함께 해준 분들에게 고맙다는 이야기를 대신 전해달라고 했다”고 밝혔다.
조경자 씨는 앞서 30일 오전 ‘초록의 공명’ 회원들에게 ‘생명을 건 약속’이라는 제목의 이메일을 보내 이와 같은 소식을 전하기도 했다. 이메일에서 그는 “지율 스님은 30㎏ 남짓한 메마른 몸으로 부서질 듯 야위어 차마 안아볼 수도 없다”며 “이제는 기운이 쇠진해져 몸은 마비가 오고 눈은 침침하지만 ‘틈틈이 정신을 가다듬고 기도정진하며 보내는 이 시간들이 4년 간 천성산을 지키며 살아온 시간 중에 가장 호강스러운 하루하루’라는 말에 가슴이 미어지듯 아팠다”고 말했다.
9월부터 단식 시작…개발주의에 ‘경종’ 울리는 목숨 건 단식
신륵사에서 단식을 하던 지율스님의 모습. ⓒ용인시민신문
지율 스님은 지난 9월부터 외부에 알리지 않고 단식에 들어갔으며, 경기도 신륵사에서 단식을 하다가 12월 9일경 언론을 통해 이같은 사실이 알려진 뒤 경북의 모처로 거처를 옮겼다.
지율 스님은 2003년부터 지금까지 총 5차례에 걸쳐 단식을 해왔다. 특히 2004년 10월 27일부터 2005년 2월 3일까지 100일 간의 4차 단식은 천성산 터널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재조사하는 성과를 얻어냈다.
하지만 조사에 합의한 뒤에도 한국철도시설공단 등은 지율 스님에 대한 ‘일방적인 매도’를 멈추지 않았다. 자료집을 내 공공기관, 언론사에 뿌리는 것과 동시에 인터넷 게시판 등에서는 조직적으로 ‘안티 지율’ 여론을 조성하기도 했다. 최근 조사가 끝나지도 않은 시점에 일부 언론이 “‘터널 공사가 환경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다”는 한국철도시설공단 관계자의 주장을 보도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지율 스님은 ‘천성산을 지킬 수 없다’는 깊은 절망에 빠진 것으로 보인다. 평소 천성산으로 대표되는 자연산천과 자신이 ‘한 몸’이라고 강조해온 지율 스님은 이제 자신의 삶을 놓음으로써 터널로 상징되는 한국 사회의 개발주의에 ‘경종’을 울리려고 하는 것이다.
강양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