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보건복지장관’에 반대하는 세 가지 이유
시민사회단체 반대…’비개혁적’-'무능력’-'오락가락’
2006-01-04 오후 3:22:52
당-청 갈등에도 불구하고 4일 노무현 대통령이 유시민 의원의 보건복지부 장관 임명을 강행한 가운데 보건의료 관련 단체들이 유시민 의원의 보건복지부 장관 임명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혀 주목된다.
”유 의원은 복지부 장관을 맡을 ‘자격’이 안 되는 정치인”
건강세상네트워크, 보건의료단체연합, 민중의료연합 등 보건의료 관련 단체들은 4일 성명을 내고 유 의원의 복지부 장관 임명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들은 “유 의원은 ‘반대파’가 많거나 ‘독단적’이어서가 아니다”며 “그는 복지부 장관을 맡기에는 개혁적이지도 못하고 일관된 정치적 견해를 보여주지도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들 단체들은 우선 유 의원이 사회정책의 주요 부문을 관장하는 복지부를 이끌 만큼 개혁성을 보여준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국가의 좌파’로 기능해야 할 복지부의 수장을 맡기에는 한계가 명백하다는 것. 이들은 유 의원의 그간의 ‘보수적’인 행보를 일일이 열거했다.
유 의원은 청년실업에 대한 정부의 역할에 대해 “취업에 관한 책임은 각자가 지는 것이며 정부가 실업 해결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정보의 제공뿐”이라고 말해 큰 반발을 산 적이 있다. 빈곤 문제에 대해서도 그 책임을 빈곤층 유권자 탓으로 돌리며 정부의 책임을 회피하는 발언을 해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이런 점을 염두에 둘 때 유 의원은 장관이 되면 최근 쟁점이 되고 있는 영리병원 허용, 민간의료보험 활성화 등을 더욱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이들은 “지금 시점에서 요구되는 복지부 장관은 경제 정책에 종속되지 않는 사회 정책의 원칙에 근거한 보건복지 정책을 펼칠 수 있는 인사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 의원은 복지부 장관 맡기에 ‘무능력’
유 의원이 지난 2년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활동하면서 제대로 능력을 보여주지 못한 것도 반대 이유로 제시됐다.
이 단체들은 “유 의원의 임명 근거로 (청와대가) 보건복지위원회 경험을 거론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그는 보건복지위원회 위원으로서의 활동은 사실상 전무했다”고 지적했다. 수많은 보건복지위원회 현안 중에서 그가 책임지고 발의하거나 처리한 사안이 하나도 없었다는 것.
이들은 “그가 정치적으로 활동적인 의원이었는지 모르겠으나 ‘보건복지위원 유시민’는 적극적이지도 전문적이지도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한 시민단체 간부는 “시민단체에서 내놓은 개혁 법안들 가운데 유 의원 때문에 가로막힌 게 한두 개가 아니다”고 사정을 전했다.
’오락가락’ 정치인이 일관된 보건복지 정책 펼 수 있나
이들 단체들은 마지막으로 “유 의원은 정치인으로서의 행보를 볼 때도 과연 일관성 있는 정책을 펼칠 인사인지 의문시 된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유 의원은 시기에 따라 소신을 아주 자주 바꾸는 정치인”이라며 “파병 반대 입장을 파병 찬성으로 바꾸거나 국가보안법 폐지를 강력하게 주장하다가 ‘폐지 입장을 당론으로 정하는 것은 무리’라고 주장해 온 정치인이 바로 유 의원이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최근 황우석 사태에 대해서도 유 의원은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을 좇아서 〈PD수첩〉의 진실규명 노력에 대해 ‘참여정부 들어서 언론의 자유가 너무 만발해 냄새가 날 정도’라며 ‘부당한 방식으로 과학자를 조지니까 방송국이 흔들흔들한다’고 발언하기도 했다”며 “이제 진실이 다 드러나면 이번 사태에 대해 또 무슨 말을 할지 궁금하다”고 반문했다.
이들은 “유 의원이 복지부 장관이 되면 처음에 다뤄야 할 문제가 황우석 연구의 난자 제공 의혹 문제와 ‘황우석 마피아’로 일컬어지는 ‘의료산업선진화위원회’를 어떻게 할 것이냐일 텐데 과연 이 문제를 제대로 해결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유 복지 장관으로 ‘양극화 해소’ 안 된다
이들 단체들은 “보건의료의 공공적 성격에 대한 최소한의 이해가 있는 사람이 복지부 장관이 돼야 한다”며 “이번 유 의원의 장관 임명은 노무현 정부의 의료 산업화 정책에 적극적으로 동조하는 인사라는 점에서 추진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근태 전 장관은 노무현 정부의 의료 산업화 정책에 소극적이라는 평가를 받아 왔다.
이들은 “보건의료와 사회복지는 결코 시장주의에 입각해 정책을 펼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며 “심화된 사회 양극화 해소와 건강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유 의원은 매우 부적격한 인물”이라고 덧붙였다. 대통령은 3일 ‘양극화 해소’를 새해의 가장 중요한 국정과제로 제시했다.
강양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