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시안 밀려오는 한미FTA 파고…4말~5초 협상 개시될듯

밀려오는 한미FTA 파고…4말~5초 협상 개시될듯  
  정부, 다음달 2일 ‘공청회’ 등 수순밟기 나서

  2006-01-20 오후 6:32:14      

  

  
  한국과 미국의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이르면 오는 4월 말에서 5월 초 사이에 개시될 것으로 보인다.
  
  19일 외교통상부는 미국과의 FTA 추진과 관련해 전문가 의견 및 국민 여론을 수렴하기 위해 다음달 2일 ‘한미 FTA 추진 관련 공청회’를 개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FTA 협상의 개시를 선언하기 전에 반드시 공청회를 열도록 한 현행 FTA 절차 규정을 감안하면, 정부는 이번 공청회 개최를 통해 한미 간 FTA 체결을 위한 움직임을 본격화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이날 미국 무역대표부(USTR)의 롭 포트먼 대표도 오만과의 FTA 협정에 서명하는 자리에서 “미국은 앞으로 2주 내에 다른 한 나라와의 협상을 발표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며 “그 나라를 오늘 내가 언급하지 않겠지만 여러분도 그게 어디인지 알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미국은 올 한 해 한국과의 FTA 체결에 전념하겠다는 입장을 이미 여러 차례 피력한 바 있다.
  
  한미 FTA 체결의 최대 걸림돌 중 하나로 여겨졌던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 협상이 지난 13일 서둘러 타결됐고, 나머지 쟁점인 스크린쿼터 문제에 대해서도 우리 정부와 미국 정부는 물밑 교섭을 통해 상당 부분 의견접근을 이룬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이르면 4월 말~5월 초에 한미 양국이 FTA 협상 개시를 공식 선언하게 될 것으로 관측된다. 미국 정부의 경우 의회가 행정부에 부여한 무역촉진권한(TPA)을 이용한다 해도 FTA 협상 개시 선언 3개월 전에 이를 의회에 보고해야 하는 의무조항을 따라야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노무현 대통령이 다음달 25일 ‘미래 국정 구상’에서 한미 FTA 협상의 개시를 선언하면 한덕수 경제부총리가 대외경제장관회의를 통해 이를 공식화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저기서 ‘한미 FTA 밀어주기’ 작전
  
  이렇게 한미 FTA 협상이 급물살을 타고 있는 가운데 정재계에서는 한미 간 FTA의 당위성을 주장하는 내용의 발언들과 보고서들이 연일 쏟아져 나오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연초 신년연설에서 “우리 경제의 미래를 위해 미국과 자유무역협정을 맺어야 한다”며 “조율이 되는 대로 협상을 시작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권태신 재정경제부 제2차관은 20일 ‘CEO네트워크’가 주최한 조찬포럼에 참석해 “김대중 대통령 시절 국산 영화의 점유율이 40%를 넘으면 스크린쿼터를 줄이겠다는 이야기가 있었는데, 지금 우리 영화의 시장점유율은 59%까지 올라간 상황”이라며 “우리 사회에 만연한 집단이기주의가 스크린쿼터에도 있다”고 비판했다.
  
  정부의 고위 관료가 스크린쿼터와 관련해 영화계를 직접 비판한 것은 이례적인 일로, 이는 미국과의 FTA 협상 체결에 걸림돌이 되는 스크린쿼터 문제에 대해 어떻게든 영화계의 양보를 받아내고 말겠다는 정부의 의지로 풀이된다.
  
  한편 전국경제인연합회도 16일 ‘한미 FTA 쟁점사항과 대응과제’라는 보고서를 통해 “미국 측이 FTA 협상의 사전 조건으로 제시하고 있는 통상현안(스크린쿼터의 폐지 또는 축소)을 적극 해결해야 한다”며 “한미 간 FTA는 우리나라가 FTA를 다른 나라들로 확산시키는 데 중요한 사항으로, 가능한 한 빨리 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도 19일 ‘한미 FTA의 필요성과 경제적 효과’라는 보고서를 발표하고 “한미 자유무역협정이 체결되면 중장기적으로 우리나라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1.99% 증가하고 일자리도 10만여 개 늘어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또 한미 양국간 외교·안보 관계도 강화될 것”이라고 한미 FTA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미 FTA 체결되면 국내 농축산업계 망한다”
  
  이처럼 한미 FTA 협상이 정재계의 탄력을 받아 곧 개시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한편에서는 한미 FTA를 성급하게 추진하면 국내 산업, 특히 농축산업 분야의 근간이 무너질 것이라는 경고 또한 계속 나오고 있다.
  
  농협조사연구소는 최근 발표한 ‘한미 FTA 체결시 국내 농업부문의 영향’이란 보고서에서 “한미 FTA가 체결되면 국내 농산물 생산액이 2조~8조8000억 원까지 감소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는 한-아세안(ASEAN) FTA 체결에 따른 국내 생산감소액 1170억~1295억 원, 한-캐나다 FTA 체결에 의한 국내 생산감소액 648억~1122억 원의 수십 배에 달하는 규모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02~3004년의 3년 간 국산 농축산물의 도매가격과 미국산 농축산물의 평균 수입가격을 비교해본 결과 대부분의 품목에서 미국산 가격이 국산 가격의 절반도 채 안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산 쌀 가격은 국산 쌀 도매가의 22.%에 불과하고 옥수수, 맥주보리, 콩, 삼겹살 등의 수입가격도 각각 국내산의 33.7%, 23%, 8.8%, 26.7%인 것으로 조사됐다. 따라서 한미 FTA 체결 후 미국 농축산물의 국내시장 잠식이 불 보듯 뻔하다는 것이 이 보고서의 지적이다.
  
  이에 대해 삼성경제연구소(SERI)는 지난해 12월 발표한 ‘세계 무역체제의 변화와 한국의 대응’이라는 보고서에서 “무역자유화는 한국경제 전체에 효율성의 증가와 후생 증가를 가져오지만 일부분의 고통도 수반해야 한다”며 “FTA 체결로 타격을 입은 농민들과 어민들에게 기술교육 및 현금보조를 제공하는 미국의 무역조정지원 프로그램(TAA)과 같은 보상체계의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국내 농민단체와 관련 전문가들은 한미 FTA의 체결이 국내 농업의 존립기반을 위태롭게 할 수 있다며 협상 착수에 앞서 FTA 체결이 국내 농업에 미칠 영향을 분석하고 국내 농가에 대한 대책부터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11일 전국농민회총연맹은 성명을 내고 “쌀 개방에 이어 농민 의견을 배제한 채 추진되는 한미 FTA를 반대한다”는 입장을 발표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