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앞장서 ‘의료 상품화’ 해서야…
지난 18일 노무현 대통령은 신년사에서 양극화 해소를 위해 사회 모든 분야가 서로 협력할 것을 호소했다. 그러나 이런 호소가 국민의 공명을 얻지 못하는 데는 양극화 해소를 위해 정부가 선도적으로 분투하는 모습을 목격하기가 쉽지 않고, 보건의료 부문에서는 오히려 양극화의 중심에 정부의 정책이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성장 동력론’을 들고 나와 외국의 고급병원을 불러들이고, 영리법인 병원 도입과 민간의료보험 활성화를 시도하며, 그것도 부족하여 의료산업펀드니 병원채권 등으로 보건의료 부문에 투기성 자본을 끌어들이려 동분서주하고 있다.
이 정책들의 핵심은 의료부문을 ‘상품화’하는 것인데, 이는 의료를 ‘필요’에 따라서가 아니라 ‘구매할 능력’에 따라 제공하는 체계로 바꾸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이런 정책들은 필연적으로 의료부문의 심각한 양극화를 낳을 수밖에 없다.
각종 비급여, 선택진료 등으로 인해 신임 보건복지부장관 내정자 스스로도 ‘진료비 할인제도’라고 명명할 만큼 부실한 건강보험과 의료사각지대에서 신음하는 300만명이 넘는 차상위 계층을 방치한 채 외치는 의료산업 ‘선진화’의 구호는 얼마나 낯 뜨거운가? 더욱이 몇몇 국가보건사업들은 중산층과 잘사는 이들만을 위한 정책으로 변질되어 오히려 건강의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있다. 여야를 막론하고 여기저기 휘날리는 양극화 해소의 정치적 구호 속에 정작 모든 국민의 건강을 보듬으려는 따뜻한 건강정책은 잘 보이지 않는다.
신영전 한양의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