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병원 노사갈등 장기화
2006-02-01 17:27
중단된 노사교섭, 감정만 남아
단체협약 해지로 사태악화 우려
부천 세종병원 노사갈등이 장기화되면서 노사관계가 파행으로 치닫고 있다. 특히 이 병원 노사가 체결한 단체협약이 1일부터 사실상 해지돼 노사관계를 규율하는 기준이 없어지면서 이번 사태가 더욱 악화될 전망이다.
노동부 등에 따르면 노사는 지난해 6월부터 임금 및 단체협상을 벌여오다 12월말 18차례에 걸친 교섭 끝에 핵심쟁점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교섭이 결렬됐다.
이후 노조는 지난달 18일 이후 김상현 노조지부장이 병원현관에서 쇠사슬로 온몸을 묶은 채 단식농성에 돌입했으며, 노조원 30여명이 이에 동조해 파업에 들어갔다.
이근선 보건의료노조 부위원장은 “병원측이 노동조합을 근본적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며 “노조활동을 원천적으로 부정하는 병원측이 이번 사태의 원인을 제공했다”고 말했다.
이 부위원장은 최근 병원측이 노조 전임자와 노조사무실을 없애려고 하는 것 등이 이러한 노조탄압의 일환이라고 주장했다.
병원쪽도 노조에 대한 불신이 팽배하기는 마찬가지다. 병원측 한 관계자는 “노조간부가 교섭석상에서 과격한 행위를 하는 등 감정을 자극했다”며 “과격행위에 대한 사과와 재발방지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실질적인 교섭은 어렵다”고 말했다.
노조전임자를 없애려고 하는 것과 관련해서는 “전체 병원직원 500여명 가운데 노조원이 35명임을 고려할 때 기존 2명의 전임자가 많기 때문에 이를 줄이자는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결국 이번 노사간 갈등의 이면에는 노조활동을 둘러싼 양측의 자존심을 건 싸움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부천지방노동사무소 관계자는 “노사가 전임자 수를 어떻게 할 것인지가 이번 분규의 근본적 원인이다”며 “이 문제가 해결되면 다른 쟁점은 자연스럽게 해결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이 관계자는 이와 관련 이번 노사갈등이 민주노총 선거가 있는 10일을 전후해서 분수령을 이룰 것으로 전망했다.
민주노총과 보건의료노조 등 상급단체는 이번 세종병원 노사분규에 대해서 노조탄압의 대표적인 사례로 규정하고 향후 조직역량을 집중해 사회문제화한다는 계획이어서 병원측의 대응이 주목된다.
한편 노조는 병원측에 상여금 인상, 주40시간제에 따른 인력충원,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노조전임자 수 유지 등을 주장하고 있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