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손형 민간보험’ 활성화, 복지부-재경부 찬반 공방
“건강보험 뿌리 흔들” “의료보장 위해 필요”
“먼저 건강보험부터 튼튼히 해야 합니다.” “의료서비스 높이려면 실손형 민간의료보험을 활성화해야 합니다.”
‘실손형 민간의료보험’ 활성화에 대해 뚜렷한 시각 차이를 보여 온 재정경제부, 보건복지부, 학계 등이 처음으로 만나 공개토론회를 열었다. 현재 이를 적극 추진하고 있는 재경부는 의료서비스 향상을 위해서는 실손형 보험을 확대·보급해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복지부와 시민단체 등은 건강보험의 뿌리를 흔들 수 있다고 반박하는 등 뜨거운 공방을 벌였다. 실손형 민간의료보험은 진단이나 입원 때 미리 정해진 금액을 지급하는 기존 정액형 보험과 달리 건강보험이 보장하지 못하고 있는 질환이나 특진 등에 대해서도 실제 들어간 의료비 전부를 보장하는 보험을 말한다.
2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건강보험과 민간보험의 발전방안 모색’이란 이름의 이번 공청회에는 국회 보건복지위 소속 강기정 의원이 마련했으며, 이석현 보건복지위 위원장과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이 참석했다.
이진석 충북대 의대 교수는 이날 주제발표에서 “출시를 앞둔 실손형 보험은 경제적 부담이 큰 신 의료기술에 대해 보장을 해 주는 것이 아니라, 법정 본인부담금 보상 등으로 오히려 의료 이용을 부추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특히 “기존 정액형 민간보험을 보면 과다한 사업비로 보험료 수입 대비 보험금 지급 비율이 60%대로 미국, 영국, 프랑스 등의 평균 80%대에 비해 매우 낮아 가입자들이 제대로 혜택을 받을지도 매우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그는 “따라서 민간보험 상품을 소비자가 쉽게 알 수 있도록 표준화하고, 최소지급률을 의무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간보험의 관리 역시 미국처럼 복지부로 이관하든지 재경부와 공동 관리할 것을 주장했다.
이에 대해 재정경제부, 보험업계는 건강보험과 민간보험이 제대로 된 영역분담을 할 때 국민이 충분한 의료보장을 받을 수 있다며 활성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조원동 재경부 경제정책국장은 “특정 질병만 보상해 주는 정액형 민간보험은 지나치게 기형적으로 성장했다”며 “실손형 보험이 의료비 급증에 대한 제동장치가 될 수 있고 이를 위해 건강보험 통계가 공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영수 보험개발원 보험연구소장은 “환자가 실제로 치료받은 부분에 대해 보상을 해주는 실손형 보험이 현재의 ‘정액형 보험’보다 과다한 의료이용 등의 도덕적 해이를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상용 복지부 보험연금정책본부장은 “민간보험에서 공격하는 우리나라 건강보험은 미국 및 유럽 국가들도 부러워하고 있다”며 “이런 건강보험의 보장성 강화를 통해 국민들이 기본적인 의료서비스를 누구나 누릴 수 있도록 방향을 잡아야 한다”고 반박했다. 김창보 건강세상네트워크 사무국장도 “정부가 건강 불평등을 비롯해 사회양극화를 해결해 나가겠다고 하면서 의료 영역에서 민간보험 활성화, 영리법인 도입 등을 논의하는 것은 자기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김 국장은 또 “건강보험의 개인의 질병 정보는 건보공단도 함부로 사용할 수 없는 개인의 인권 보호 영역으로 민간보험회사가 이를 공유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김양중 기자 himtrai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