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시안 철도노조, 인권위에 긴급구제 요청, “강제연행은 인권탄압”… 인권위 “즉각 현장조사 착수”

철도노조, 인권위에 긴급구제 요청  
  ”강제연행은 인권탄압”… 인권위 “즉각 현장조사 착수”

  2006-03-03 오후 5:15:44      
  
  3일로 사흘째인 한국철도공사 노조(철도노조)의 파업이 결정적인 고비를 맞고 있다. 사측이 파업 조합원들에 대해 대규모 직위해제 조처를 취하는 등 초강경 대응에 나서고 있으며, 경찰은 산개투쟁 중인 철도노조 조합원들에 대해 대대적인 연행에 나선 상황이다.
  
  전국 곳곳에서 철도 노조원과 경찰 대치
  
  경찰이 지난 2일 밤부터 파업 노조원 연행에 나선 가운데 곳곳에서 노조원들과 경찰의 대치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일부 지역에서는 노조원들이 찜질방에서 고립되거나 산 속에서 포위되는 상황까지 발생하고 있다.
  
  이에 철도노조는 국가인권위원회에 긴급구제조치를 요청하는 등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철도노조에 따르면 3일 오전 경북 영주, 경기도 안산, 대전, 경기도 부곡 등에 산개해 있던 조합원 중 모두 400여 명이 연행됐다. 특히 안산에서는 안산열차지부 조합원 97명이 경찰에 일단 연행됐다가 호송버스로 이송되던 도중에 탈출해 다시 산개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광주에서는 한 찜질방에 머물러 있던 순천지역 철도 노조원 250여 명이 이날 오전부터 경찰 5개 중대에 포위된 채 장시간 대치하고 있다. 또 KTX 여승무원들과 서울열차승무지부 조합원 360여 명이 머물고 있던 경기도 양동 소재 VIP레저타운에서도 이날 오전부터 경찰과의 장시간 대치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순천지역에서는 120여 명의 조합원들이 경찰을 피해 내장산에 고립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철도노조, 경찰의 강제연행을 인권위에 제소…인권위 즉각 조사 착수
  
  이에 대해 철도노조와 민주노총은 “경찰의 강제연행은 명백한 인권탄압”이라며 국가인권위원회에 긴급구제조치를 신청했다.
  
  철도노조는 “어떠한 위력의 요소도 존재하지 않는, 단지 일을 하지 않는 행위에 업무방해죄를 적용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그러한 행위가 형사처벌의 대상이 된다면 국제사회의 보편 규범인 강제노동 금지 협약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국가인권위원회는 바로 조사관들을 파견해 현장 기초조사에 들어가기로 결정했다. 이명재 홍보협력팀장은 “보통 진정사건의 경우 긴급상임위를 거쳐 기초조사 여부를 결정하나 이번 사안이 급박하고 심각성이 높다는 판단에 따라 바로 기초조사에 들어가기로 내부방침을 정했다”고 밝혔다.
  
  그는 “조사관들의 현장 조사활동 자체가 인권침해 행위를 어느 정도 견제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경찰은 이날 오후 용산 철도노조 사무실과 서울지방본부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는 등 철도노조 각급 사무실에 대해 압수수색을 본격화하고 있다.
  
  직위해제 387명에서 2244명으로…점점 더 강경해지는 사측
  
  이에 앞서 철도노조는 2일 오전 전국 다섯 곳의 거점에 모여 진행하던 농성을 해산하고 10여 명씩 짝을 지어 곳곳에 흩어져 파업을 계속하는 산개투쟁으로 전환했다.
  
  이어 이날 밤 이철 한국철도공사 사장은 적극적으로 파업에 참여한 조합원 387명을 직위해제한다고 발표했다. 이 사장의 기자회견은 파업 지도부의 조합원 장악력이 느슨해진 상황에서 회사 측이 곧바로 꺼낸 초강수였다. 그것은 차후 더욱 강도 높은 대응이 이어질 것임을 알리는 신호탄이기도 했다.
  
  3일 오전 철도노조는 기자회견을 통해 “대규모 징계는 파업의 장기화와 노사관계 파행의 악순환만 낳을 뿐”이라며 “파업 복귀율이나 운행률을 높이려는 욕심에서 검수원의 차량검사 없이 무리하게 철도를 운행할 경우 대형 사고가 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이철 사장은 곧바로 연 기자회견에서 “노조와 대화는 하겠지만, 협상은 하지 않겠다”고 못박았다. 더불어 1857명의 노조원들을 추가로 직위해제했다. 이로써 직위해제된 조합원은 모두 2244명으로 늘어났다. 이 사장은 또 공사의 인사규정 중 노조에 유리하게 해석될 수 있는 부분을 독소조항으로 규정하고, 이런 조항을 폐기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공권력 투입, 민주노총 총파업 철회, 흔들리는 파업 대오
  
  팽팽한 긴장이 흐르는 가운데 3일 오전부터 경찰이 곳곳에 흩어져 있는 조합원들을 연행하기 시작했다. 산개투쟁에 나선 노조원들을 불법파업에 가담한 현행범으로 지목한 것이다.
  
  지난달 27일 비정규직 관련 법안이 국회 상임위를 통과한 것을 계기로 시작된 민주노총의 총파업은 이날 오전에 중단됐다.
  
  공권력의 투입과 함께 들려온 이같은 소식이 철도노조의 일부 조합원들 마음을 흔들었다.
  
  하루 사이에 조합원들의 조업 복귀율이 10% 가량 올라갔다. 특히 열차 운행 정상화의 키를 쥐고 있는 기관사 등 운전 분야 노조원들의 복귀율이 갑자기 높아지면서 파업은 고비를 맞았다.
  
  사측에 따르면 3일 정오 현재 파업 참가자 중 현업에 복귀한 조합원의 비율은 26.9%로 집계됐다. 이에 대해 노조의 백남희 언론담당은 “회사측은 경찰에 연행된 노조원들을 모두 회사 복귀자로 합산해 복귀율을 부풀리고 있다”며 “실제 복귀율은 사측이 주장하는 수치보다 훨씬 낮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모든 수단을 동원해 철도 운행 정상화하겠다”
  
  이날 정부는 이해찬 국무총리 주재로 철도노조 파업에 대한 대응책 논의를 위해 노동관계장관 회의를 열었다.
  
  이 회의에서 정부는 해고자 복직과 같은 문제들이 불법파업으로 해결되는 전례를 만들지 않겠다는 입장을 확인했다. 이를 위해 정부가 사용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는 방침도 세워졌다.
  
  정부는 이같은 방침을 고수하는 것을 통해 철도 운행을 곧 정상화시킬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건설교통부는 KTX의 경우 이날 밤부터 정상운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철도노조 “주먹만 휘두르지 말고, 우리의 이야기도 좀 들어달라”
  
  조연호 철도노조 선전국장은 “언론에서는 노조의 주장이 공공의 이익에 부합하는 측면은 도외시하면서 시민의 불편만 강조한다”고 불만을 털어놓았다.
  
  3월 1일 밤부터 중단된 철도 노사 간 교섭이 재개될 수 있도록 돕기보다 강경진압으로만 일관하는 정부에 대해 분노를 느낀다는 그는 “우리는 경찰력으로 포위해서 외부와 고립시켜야 할 대상도, 감정적인 분풀이의 대상도 아니다. 우리를 막다른 골목으로 내몰지 말라”고 말했다.  
  
  성현석 · 채은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