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는 의료비와 약값 폭등으로 이어질 것”
보건의료단체 반대 대열 동참…”국민 건강권 침해 용납 못해”
2006-03-09 오후 5:25:33
보건의료 관련 시민사회단체들도 일제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반대하며 공동행동을 결의했다. 이들은 한미 FTA가 의료비 및 약값 폭등을 불러와 사회 양극화를 심화시킬 것이라며 한 목소리로 반대의 뜻을 명확히 했다.
”한미 FTA 의료비 폭등, 약값 폭등으로 이어질 것”
건강세상네트워크, 보건의료단체연합, 전국보건의료노동조합 등 보건의료 관련 시민사회단체들은 9일 오전 서울 안국동 느티나무 까페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한미 FTA 반대운동에 동참할 뜻을 밝혔다.
이들 단체들은 “보건의료 관련 한미 FTA는 한국의 의료제도를 전면적으로 상업화하고 미국의 의료제도를 강요하는 영리병원 허용, 국민건강보험 축소, 약값 폭등으로 이어질 의약품 특허 연장 등을 포함하고 있다”며 “이런 조치들은 의료비 폭등, 약값 폭등 등을 초래해 국민들의 삶을 더욱 더 피폐하게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특히 한미 FTA 사전협상으로 재개된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대해 큰 우려를 표명했다. 이들은 “이런 조치는 이른바 ‘인간 광우병’이라 불리는 ‘변형 크로이츠펠트야콥병(vCJD)’의 위험성에 전 국민을 노출시키는 위험천만한 행위”라며 “미국산 쇠고기의 안정성에 대한 아무런 확증의 근거도 없이 정말로 용감하게 수입재개를 결정한 우리 정부의 처신에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안될 말…미국 제약사 약값 깎으려는 노력도 포기”
이들 단체는 우선 이번 한미 FTA로 미국 제약회사의 특허권이 대폭 강화돼 의약품 가격 폭등과 국민건강보험 재정 고갈을 초래할 것으로 우려했다. 한미 FTA를 계기로 신약 약가 책정, 약가 재평가 제도 등 약가정책 전반에 걸친 대수술이 불가피하다는 것.
특히 보건복지부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미국 의회조사국(CSR)은 “한미 FTA 협상의 전제조건으로 한국 정부가 당분간 새로운 보험약가 정책을 도입하지 않고 신약 검사를 할 때도 미국 제약회사에 요구하는 자료를 축소할 것을 미국 정부에 합의해줬다”고 보고한 사실이 최근 알려졌다. 미국 의회조사국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사실상 정부가 미국의 의약품을 구매하면서 약값을 깎으려는 노력을 포기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들 단체는 “우리나라는 1년 국민건강보험 재정 18조 원 중 30%인 약 5조7000억 원이 약값 비용으로 지출되며 이중 30~50%가 초국적 제약회사로 들어가는 상황”이라며 “이런 현실에서 새로운 약가정책을 도입하는 것은 미국 정부와 논의할 문제가 아니라 국민의 뜻에 따라 결정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들 단체들은 또 “더구나 한미 FTA 협정은 지적재산권 분야에서 미국의 의약품 특허권를 대폭 강화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며 “바로 몇 해 전 한국에서 만성 백혈병 환자들이 고가의 글리벡 약값 인하를 요구하며 거리에서 제약회사와 싸웠던 것처럼 이런 특허권 강화는 치료약을 두고도 돈이 없어 죽어야만 하는 현재의 상황을 더욱 극대화하는 조치”라고 지적했다.
”전 국민 14%가 보험 혜택 못 받는 미국되길 원하나”
한미 FTA로 한국 보건의료체계의 상업화를 가속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됐다. 병원 영리법인화, 민간의료보험 확대 등이 불가피해진다는 것.
이들 단체는 “한미 FTA는 병원의 영리법인화를 가속화해 의료 상업화 조치가 전면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병원들은 환자 치료보다는 이윤 추구에 신경을 쓰면서 불필요한 진료가 증가하고 병실료가 인상하는 등 의료비 수입을 대폭 늘리고자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조치는 국민들의 의료비 부담의 폭등을 낳으며, 결국 국민건강보험 재정 고갈로 귀결될 것이라는 게 이들의 경고다.
국민건강보험은 흔들리는 대신 민간의료보험 시장이 확대되면 그 혜택은 고스란히 미국의 보험회사들이 볼 가능성이 높다. 이들 단체는 “이렇게 되면 국내 총생산(GDP)의 15%를 의료비에 쓰면서도 전 국민의 14%인 4900만 명이 아무런 의료보험 혜택도 받지 못하는 미국식 의료제도가 한국에 이식되는 결과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들 단체들은 마지막으로 “한미 FTA는 심각한 사회 양극화 현상을 초래해 국민의 건강권을 침해할 것”이라며 “국민의 건강권을 안중에 두지 않는 한미 FTA 저지를 위한 투쟁에 함께할 것”이라고 노동계, 농업계, 영화계 등의 반대운동에 동참할 것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강양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