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대신문 논란 속의 한-미 FTA, 무엇이 문제인가?

논란 속의 한-미 FTA, 무엇이 문제인가?

장상환(경상대 경제학과 교수, 진보정치연구소장)

지난 2월 2일 한국과 미국 정부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개시를 선언하면서 논란이 뜨겁다. 노무현 대통령은 남은 2년 임기동안 양극화 해소와 함께 한미 FTA 타결에 전력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쇄국해서 성공한 경우는 한 번도 없다”, “국내 이해단체의 저항 때문에 (한미 FTA에) 못가는 일은 절대 없도록 하고”라고 말하는 노 대통령의 의지는 확고하다. 미국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이후 최대의 FTA 협상이라면서 큰 기대를 걸고 있다. 한편 전농, 민주노총, 시민단체, 영화인대책위 등은 ‘한미 FTA 저지 국민운동본부’ 결성을 비롯한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한미 FTA가 한국경제와 정치에 미칠 영향을 따져보고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살펴보기로 한다.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은 “한·미 FTA는 ‘개방과 경쟁’을 통해 국가 경쟁력을 강화하고 일류 국가로 도약하자는 승부수”라고 주장한다. 후발국들의 추격으로 한국의 미국시장 점유율이 1988년 4.6%에서 2005년 2.6%로 계속 하락하고 있는데 한미 FTA로 미국시장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이를 토대로 동북아 허브 달성과 경제시스템선진화로 산업경쟁력을 강화하여 1인당 GDP 3만 달러시대를 앞당기게 될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안보 리스크가 저하돼 국가신인도가 높아지고 외국인투자가 증대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과연 그럴까?  

  

첫째, 한미 FTA는 국내의 취약한 산업에 치명적 영향을 미치고 양극화를 심화시킬 것이다. 제조업 상품 수출이 크게 늘어날 가능성은 적다. 미국의 공산품 관세율이 현재도 별로 높지 않기 때문이다. 반면 미국이 절대적으로 강한 농업과 서비스산업의 개방으로 한국 농업과 서비스산업은 큰 어려움에 처할 것이다. 이미 정부는 FTA 협상개시 전제조건인 미국의 요구를 수용하여 많은 개방을 약속했다. 1월 13일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재개하기로 했고 1월 26일에는 스크린쿼터를 현재의 절반수준인 73일로 줄여 7월부터 실시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물론 정부는 「농업․농촌 종합대책」의 119조원 투자계획을 전면 재조정하고, 영화산업에 대해서는 5년간 4천억원 규모의 한국영화발전기금을 조성하여 한미 FTA 체결에 따르는 불이익에 대해 보상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과거의 경험에서 보듯이 사후 약방문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또 FTA 속에 양자투자협정(BIT)과 같은 내용이 들어가서 투자가 자유화되면 이미 문제가 드러난 외국자본의 국민경제 지배가 강화되고 양극화는 심화될 것이다.  

둘째, 한미 FTA는 교육, 의료, 법률, 금융, 회계, 통신, 공공조달 등 공공성이 높은 분야에 대해서 미국식 기준을 강요하여 공공성을 위협하게 될 것이다. 정부는 이미 지난해 10월 한미 FTA와 연동하여 약값 인하를 위한 ‘약값 재평가 개정안’을 철회하기로 약속했다. 미국정부와 의회는 국민건강 보호를 위한 담배광고 규제, 국제무역수지 개선을 위한 환율변동에 대한 정부의 개입 등을 모두 불공정 무역행위로 지목하여 완화, 철폐하라고 요구한다. 기간통신 사업자에 대한 외국인 지분 제한 49%도 풀라고 한다. 반면 미국은 FTA에도 불구하고 자국의 법률은 바꾸려고 하지 않는다. 모두 강대국의 힘을 바탕으로 한 노동권, 식량주권, 건강권, 교육권, 환경권의 침해다.  

셋째, 한미 FTA는 WTO 협상에서 한국의 위치를 어렵게 할 것이다. 농업부문에서 다양한 예외를 인정받고 개도국 지위를 유지하여 관세 및 보조금 감축을 점진적으로 하겠다는 것인데 한미 FTA는 이 전략을 실질적으로 무력화시키는 것이다.  

넷째, 한미 FTA는 민주주의를 위협한다. 정부는 미국 의회가 미국정부에 위임한 신속협상권한(TPA)이 2007년 7월에 끝나므로 그 이전에 협상을 끝내야 한다고 서두른다. 이미 FTA 개시를 위한 양보 결정들이 미국과의 물밑 교섭을 통해 이루어졌고, 국회는 물론이고 이해당사자로서 직접적 타격을 입게 될 축산업 농민들과 영화산업 종사자들은 철저히 배제되었다. 본 협상도 이렇게 서두르면 마찬가지가 될 것이다. 또한 한미 FTA가 체결되면 국민들의 요구에 근거한 정부와 지방정부의 다양한 보건 환경규제조치들도 미국 다국적 기업들의 제소에 의해 협정 위배로 무력화될 수 있다. 풀뿌리 민주주의가 부정되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한미 FTA는 한국경제와 사회에 엄청난 위협이 될 것이므로 농업과 서비스산업 무역 및 투자의 자유화는 예외로 하거나 보호를 유지하면서 추진하는 것이 타당하다. 그리고 전농, 민주노총, 영화인대책위 등과 민주노동당이 공동으로 마련한 「통상절차법」을 빨리 제정하여 국민들이 충분한 정보를 제공받고 참여하는 속에서 협상을 진행해야 할 것이다.

「경상대신문」 2006. 3.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