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타민 음료수 ‘벤젠 쇼크’…유명 제품서 발암물질 검출
비타민C와 방부제 결합 ‘벤젠 형성’…미국, 유럽도 ‘난리’
2006-03-29 오후 12:02:08
2005년 방부제 첨가 논란으로 곤욕을 치렀던 비타민 음료수에서 이번에는 대표적인 발암물질 벤젠이 검출됐다. 시중에서 유통되는 10개 제품 중 무려 5개 제품에서 벤젠이 검출됐고 먹는 물 기준치를 넘는 것도 있었다.
시중 5개 비타민 음료수에서 발암물질 벤젠 검출돼
여성환경연대는 29일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비타민C를 함유한 10개 제품 가운데 5개 제품에서 벤젠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여성환경연대는 최근 미국, 영국에서 비타민C를 함유한 각종 음료수에서 벤젠이 검출됐다는 조사 결과를 접한 뒤 국내 제품을 수거해 벤젠 검출 시험을 의뢰했다.
특히 이번 조사에서 벤젠이 검출된 5개 제품은 모두 미국의 먹는 물 기준 5ppb(0.005㎎/ℓ)을 초과했으며, 그 중 2개 제품은 우리나라 먹는 물 기준 10ppb(0.01㎎/ℓ)도 초과했다. 이들 5개 제품은 판매원 기준으로 동화약품 ‘생생톤’(17ppb), 대상welLife ‘아스파골드’(16ppb), 롯데쇼핑 ‘와이즐렉더블비타’(7ppb), 현대약품 ‘헬씨올리고’(7ppb)·’미에로화이바’(6ppb) 등이다.
벤젠은 국제암연구센터(IARC), 세계보건기구(WHO)에서 규정한 대표적인 발암물질이다. 벤젠은 암 외에도 빈혈, 혈소판 감소 등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인위적 투입을 원천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15년 전 세계적인 생수업체 에비앙의 제품에서 벤젠이 검출돼 전 세계의 1억6000만 병의 제품이 전량 회수된 적도 있다.
”비타민 음료수 속에서 비타민C와 방부제가 결합해 벤젠 형성”
이번 여성환경연대의 조사 결과는 미국 식품의약품안전청(FDA)의 조사 결과와 일치한다.
지난 2월 미국 FDA는 비타민 음료수에 들어가는 비타민C(아스코르브산ㆍAscorbic Acid)와 안식향산나트륨(안식향산방부제ㆍSodium Benzoate)이 혼합될 경우 벤젠을 형성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확인하기 위해 시중의 비타민 음료수를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결과 대부분의 제품에서 벤젠이 검출돼 FDA는 기업들에게 이들 두 성분의 조합을 사용하지 말 것을 권고했다.
이런 미국 FDA의 조사 이후 영국 당국도 시중의 비타민 음료수 제품을 대상으로 같은 조사를 실시해 동일한 결과를 얻었다. 최근에는 덴마크, 독일, 벨기에 등에서도 같은 내용의 조사를 진행해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비타민C와 안식향산나트륨이 반응해 벤젠이 형성될 수 있다’는 연구는 1990년대 초부터 발표됐으나 미국 FDA는 그간 이런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리지 않았었다.
여성환경연대는 “이번 조사 결과는 비타민C와 안식향산나트륨에 의한 벤젠이 형성 가능성이 확인된 미국의 조사 결과와 상응한다”며 “이는 비타민C만 함유한 광동제약의 B제품이나 안식향산나트륨만 함유한 한국야쿠르트의 C제품에서 벤젠이 검출되지 않은 것으로도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해당기업, 관련제품 전량 회수해야…비타민C 음료수 골라 마셔야”
여성환경연대는 “식품의약품안전청은 국민의 안전과 건강을 위해 비타민C와 안식향산나트륨에 의한 벤젠의 형성 과정을 명확히 규명해야 할 것”이라며 “벤젠 형성에 영향을 미치는 조건을 더 정확히 알기 위해 비타민C와 안식향산나트륨의 함유량, 유통기간, 보관온도, 자외선과 열에 의한 노출 정도 등을 세부적으로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단체는 또 “각 기업들도 사실 규명을 위한 자체 조사에 착수하고 벤젠 형성 가능성이 높은 비타민C와 안식향산나트륨을 동시에 사용한 제품을 전량 회수하고 판매 중단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단체는 또 “소비자들도 비타민C와 안식향산나트륨의 동시 사용 여부를 확인하고 관련 제품을 섭취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강양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