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디앙 노대통령 조급증이 한미FTA 강행, 정태인 전 청와대 비서관 인터뷰① 한미 FTA 막후 비밀

노대통령 조급증이 한미FTA 강행  
[정태인 전 청와대 비서관 인터뷰①]한미 FTA 막후 비밀

<편집자주>
<레디앙>은 참여정부에서 국민경제 비서관을 지낸 정태인씨와 인터뷰를 가졌다. 정 전 비서관은 개혁적 성향의 경제평론가 출신으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경제분과 인수위원으로 참여한 이후 약 2년 반 동안 노무현 대통령의 지근거리에서 경제 관련 정책을 보좌했다.

정 전 비서관은 지난해 6월 행담도 개발과 관련한 직권남용 혐의로 청와대 국민경제비서관 직에서 물러났으며, 이에 대해서는 지난 2월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레디앙>과의 인터뷰에서 정 전 비서관은 한미FTA의 숨겨진 내막에 대해 격정적으로 토로했다. 정부 내 개혁파와 보수파의 권력 투쟁에 대해서도 가감 없이 털어놓았다. 인터뷰 전문을 5회에 걸쳐 연재한다.

미국에 먼저 구걸…미, “4개 선결조건 해결하면 해주지”

- 사람들이 가장 궁금해 하고 또 이해 못하는 것이 노무현 대통령이 그리 급하게 한미FTA를 밀어붙이는  이유가 뭐냐는 것입니다.

= 대연정 때부터 조급증이 있는 것 같아요. 뭔가 하나 남겨야겠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는 것 같아요. 대연정은 여야가 손을 잡고 국내 개혁을 하자는 얘기였거든요. 결국 그게 실패하니까 외부 쇼크로 국내 개혁을 하겠다는 생각을 하신 것 같아요. 한미FTA는 그런 개혁 조급증에서 나온 것이다, 그렇게 설명할 수밖에 없어요.

거기다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이 농간을 좀 부린 것 같고요. 김현종 본부장이 졸릭 미 국무부 부장관에게 프리젠테이션을 잘 했대요. 당초 미국은 한국을 거들떠보지도 않았는데 4가지 선결조건을 해결하는 국내 조정능력을 보여주면 한미FTA를 시작하겠다고 그랬대요.

그걸 9월 대통령이 해외 순방할 때 보고했고, 또 10월에도 한덕수 경제부총리, 김현종 본부장, 정문수 청와대 경제보좌관 등이 대통령에게 보고를 했는데, 여기서 만장일치로 합의했다고 해요.

그 다음부터 대통령이 드라이브를 걸었죠. 4대 선결조건이 10월, 11월, 1월에 다 해결된 겁니다. 이게 말이 안 되는 거예요. 재경부가 계속 몰아붙이는 걸 부처들이 계속 버텨왔던 건데 4개월 만에 4가지를 다 풀어준 거예요. 정부가 한미FTA에 목을 매달았다는 증거죠.

- 김종훈 한미FTA 수석부대표는 최근 한겨레 기자에게 미국 요구로 협상이 시작됐다고 밝혔습니다. 우리가 캐나다와 FTA를 체결하려 하니까 미국이 급하게 끼어들었다는 거죠.

= 다 거짓말이에요

“FTA 협상 자체가 법적 하자 있다”

- 지난 2월 정부는 군사작전 하듯이 협상개시 선언을 했는데요. 절차적 하자는 없습니까.

= 협상 시작 자체가 민주적이지 못했어요. 대통령 훈령 제121조 FTA절차 규정 위반입니다. 공청회를 실시하도록 되어있는데, 공청회라고 하는 것의 취지는 앞으로 협상을 어떻게 하겠다는 것을 국민들에게 충분히 알리고 국민들의 뜻을 또 충분히 듣겠다는 거잖아요. 그런데 자기들 하고 싶은 얘기만 하고 농민 시위를 핑계로 20분 만에 끝내버렸어요. 법률적 하자가 있어요. 행정소송 붙으면 걸릴 수 있습니다.

    
서울에서 외교통상부 주최로 지난 2월 2일 열린 ‘한미 FTA 공청회’에서 공청회 연기를 주장하는 시위자들이 연단에 올라가 반(反) FTA 플랜카드를 들고 있다. (REUTERS/연합뉴스)

미국하고 비교해볼까요? USTR(미 무역대표부)는 협상 개시 전 3개월 동안 의회에 꼬박꼬박 보고하게 되어 있어요. 공청회 자료도 두툼해요. 그것도 우리처럼 정부 대표가 뭐뭐 하겠다고 발표하는 게 아니라 업계 대표가 전부 다 발표합니다.

USTR이 이걸 다 듣고 정리해서 의회에 보내는 거예요. 의회에 우리는 어떻게 협상하겠다, 마지노선이 뭐다 다 보내는 거죠. 근데 우리는 그런 거 하나도 안했어요.

한미FTA는 원래 한나라당의 정체성에 맞는 것이고 또 한나라당이 추진해야 어울려요. 그걸 열린우리당이 추진하고 있는 거예요. 제가 걱정하는 건 열린우리당이 밀어붙이고 한나라당이 찬성하면 10개월 만에 졸속으로 추진해도 국회에서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는 거죠. 물론 한나라당이 세부 내용을 가지고 대선에 이용하기 위해 물고 늘어질 수는 있는데, 기본적인 내용에 있어서는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이 손을 잡은 거나 마찬가지예요. 이건 경제에서의 대연정입니다.

“재경부는 삼성 로비에 놀아나는 집단”

- 경제에서의 대연정은 계속 있어왔죠

= 그렇죠. 왜냐면 청와대가 재경부에 둘러싸여 있고 또 재경부라는 건 삼성의 로비에 놀아나는 집단이니까.

- 협상 기간도 굉장히 짧죠.

= 10개월 내에 협상을 끝낸다는 건 불가능해요. 국내법에 따라 5월 이후에야 본 협상이 시작되고, TPA(미 무역촉진권한)가 내년 7월 1일로 끝나는데 그 3개월 전에는 미 의회에 제출해야 하니까, 결국 내년 3월까지 협상을 끝내야 한다는 건데요. 미국 같은 나라하고 제도나 규범을 바꾸는 것까지를 포함하는 FTA를 10개월 만에 한다는 건 불가능해요.

법안 하나 만드는 것도 몇 개월씩 걸리는데. 이건 법안 수십 개를 만드는 거나 마찬가지거든요. 국내법 고치는데도 1년은 걸릴걸요. 미국 요구대로 국내법 고치는 것도 말이죠. 불가능한 일을 한다고 하고 있으니까 더 문제죠.

미국식 제도는 미국에서나 가능

- 한덕수 부총리는 협상 과정에 걸림돌이 된다면 국내 제도 다 뜯어고치겠다는 말을 했습니다.

= 미국식 제도를 이식하겠다는 거예요. 그러나 미국식 제도는 미국에서만 가능합니다. 글로벌스탠다드가 될 수 없어요. 미국은 달러라고 하는 기축통화를 갖고 있어요.

    
서울 세종로 외교부청사에서  지난 달 6일 오후 열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위한 양국간 1차 예비협의에 앞서 양국 수석대표인 김종훈(좌) 대사와 웬디 커틀러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보가 좌석으로 향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사실 미국과 같은 무역수지와 재정수지 적자를 갖고 있다면 위기에 들어가도 엄청난 위기에 들어가야 하는데, 오히려 한국, 중국, 일본이 재정적자를 메워주고 있잖아요. 그건 미국이 달러를 찍어내기 때문에 그런 거예요. 또 무슨 이유에선지 모르지만 세계의 인재가 다 모이는 곳이잖아요. 그래서 가능한거죠. 그게 안 되는 나라에서 하면 큰일 나는 겁니다.

- IMF 이후 미국식 제도가 도입된 것처럼 말이지요.

= 이렇게 보시면 돼요. IMF 관리체제는 주로 금융 부문에서만 왔잖아요. FTA는 서비스를 포함한 전 부문에 걸쳐 IMF 관리체제가 도입되는 거라고 생각하면 돼요. 제조업은 덜하겠지만 서비스업은 엄청난 위기가 올 거예요.

“FTA 2-3년 준비했다는 거 다 거짓말”

- 대통령이나 경제 관료들은 한국 제조업의 성장성 한계를 보는 것 같아요.

= 중국 위협론이죠. 머지않아 제조업은 우리가 중국한테 다 먹히고 말 거다, 이런 겁을 주는 건데요. 그런데 언제 우리가 일본 따라잡았습니까? 아무리 저임금 해도 일본 따라잡지 못하잖아요. 제조업은 그렇게 쉽게 따라잡을 수 없는 거예요.

한미FTA는 중국 대신 미국을 데려오겠다는 거예요. 이건 외교 안보정책상으로도 엄청난 실패 케이스예요. 그나마도 조용히 했으면 모르겠는데 안보 동맹을 위해 경제동맹을 했다, 이런 식으로 관료들이 떠들어댔어요. 김종훈 수석 부대표는 “한미간에 상호방위조약이 있다. FTA 체결은 경제동맹이다. 한국은 이번 FTA를 체결함으로써 동북아에서 중심 국가로 발돋움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말을 했어요. 이건 굉장히 위험한 말이에요. 탄핵감이죠. 저 같으면 탄핵했어요. 중국 정부 차원의 공식 논평은 없지만 중국 언론은 미국이 한국을 시켜 중국을 포위를 하는 것이라고 보도하고 있어요.

- 지난 3월 22일 닝쿠푸이 주한 중국 대사가 “주한미군이 제3국을 상대로 활동한다면 관심을 돌리지 않을 수 없다”고 경고하기도 했죠.

= 중국입장에서는 중국 포위론으로 볼 수밖에 없어요. 그렇게 되면 중국은 아세안하고 중국하고 러시아, 북한을 잇는 선을 만들어서 대응할 테니까 남북관계에도 좋을 게 없죠.

- 한미동맹을 공고히 한다는 전략전술이 바탕에 깔려 있는 건가요?

= 그것도 아닌 것 같아요. 그게 더 이상해요. 제가 좀 추적을 해봤는데, NSC가 개입한 흔적이 전혀 없어요. 김현종 본부장과 한덕수 부총리와 대통령이 결정한 겁니다. 내가 그걸 어떻게 아느냐면 정문수 보좌관과 점심 먹으면서 한미FTA가 왜 이리 급하게 가느냐고 물어본 적이 있어요. 그랬더니 작년 9월 대통령의 코스타리카 순방 때 얘기된 이후 그렇게 됐다고 하더군요.

제가 있던 작년 5월까지, 또 제가 그만 둔 다음에도 9월까지 한미FTA와 관련된 말은 전혀 나온 적이 없었어요. 한미FTA는 최후의 대상이었어요. 동북아위나 자문회의의 전략이란 건 아세안, 일본, 러시아 등과 경제 협력을 우선 확대해서 우리의 중심을 잡은 다음에 중국과 미국을 경쟁시킨다는 거였어요.

“대통령은 한일FTA 때문에 잠이 안온다고 하셨는데…”

그런데 갑자기 미국이…… 이건 전혀 계획에도 없었고 로드맵에도 없었어요. 2-3년 준비했다는 거 다 거짓말입니다. 대통령이 2월에 저를 국민경제자문회의 사무차장으로 발령하면서 당부한 게 4가지 있는 데 그 중 하나가 한일FTA였어요.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1월 25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신년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정치, 경제, 사회, 외교안보 등 각 분야 현안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한일FTA 때문에 잠이 안 온다, 그러시더라고요. 보고서는 많은 데 믿을 만한 게 없으니까 믿을 만한 보고서를 제대로 만들어 달라, 그래서 제가 8개 기관을 동원해서 10개월간 만들었죠. 그 보고서가 막 완성되는 시점에 한미FTA로 주제가 갑자기 바뀌어버린거예요.

그 이전에는 한미FTA를 검토한 적이 없습니다. 관련 보고서도 정부가 내놓은 게 3권에 민간에서 만든 거 더해도 다해서 10권밖에 안돼요. 한일FTA는 정부에서 만든 게 25권, 민간 포함하면 100권이에요. 보고서의 양으로도 10분의 1밖에 안되는데 한미FTA를 추진하고 있는 거예요. 훨씬 크고 훨씬 까다로운 나라하고, 아무 준비도 안 된 상태에서 말입니다.

“외교통상부의 반박은 거짓말입니다”

- 지난달 30일 외교통상부 북미과장이란 분이 한미FTA에 대한 선생의 비판에 대해 반박하는 글을 <프레시안>에 실었습니다. “정태인 전 비서관은 한미FTA 관련 정책결정과정에 참여한 적 없다”, “정태인 전 비서관은 한미FTA 관련 정책결정 과정을 파악할 수 있는 라인에 있지 않았다”는 것이 반박의 요지였습니다.

= 제가 FTA 관련 정책 결정과정에 참여한 적이 없다, 이건 사실입니다. 앞서도 말씀드렸듯이 제가 FTA를 담당했던 2월에서 5월까지 저는 한 번도 한미FTA 추진에 관해서 보고를 받거나 상의를 한 적이 없습니다. 또 국민경제자문회의 관계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그 이후 9월까지도 자문회의나, 그 산하 분과 중 주로 FTA 관련 업무를 맡은 대외경제위원회에서 한미 FTA는 검토된 바 없습니다. 이것 역시 앞서 말씀 드렸습니다.

정태인 전 비서관은 한미FTA 관련 정책 결정과정을 파악할 수 있는 라인에 있지 않았다, 이건 거짓말입니다. 2004년 8월 대통령께서 경제보좌관에게 FTA 업무를 총괄하라는 지시를 내렸고, 그런 맥락에서 대외경제위원회의 상위기구인 국민경제자문회의를 보좌하는 사무처의 사무차장이었던 저는 당연히 FTA 관련 업무를 담당했습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보면 됩니다. 제가 FTA 정책결정라인에 있지도 않은 사람인데 대통령이 제게 한일FTA 연구를 지시했겠어요? 그리고 제가 있는 동안에도 대외경제위원회를 개최하기 위해 수시로 통상교섭본부 및 실무기획단과 협의해온 사실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나요?

2005년 5월 27일까지만 해도 FTA 업무를 총괄하는 자문회의 사무처의 사무차장이자 대통령 1급 비서관이었던 저도 모르게, 그리고 반드시 사전협의가 되었어야 할 청와대의 여타 부서나 NSC조차도 모르게 한미FTA를 ‘철저히 준비’ 했다는 게 도대체 말이 됩니까?

백번 양보해서 대통령에게만은 사전에 꾸준히 보고했다고 칩시다. 그렇더라도 이렇게 기존의 추진체계와 역할분담을 깡그리 무시하고 진행되었다면 거기에는 심각한 절차상의 문제가 있는 거 아닌가요.

2006년 04월 02일 (일) 15:14:09 정제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