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광우병 조사단’ 미국 파견…우리 정부 맞나

‘광우병 조사단’ 미국 파견…우리 정부 맞나
농림부 “치아 감별 문제없다” 수입재개 수순
시민단체 “미국 압력에 국민건강 위협” 비판

  송창석 기자  

  

▲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농축수산 비상대책위원회와 시민·사회단체회원들이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철학카페 느티나무에서 미국산 광우병 쇠고기 수입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연 가운데 김정범(가운데)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대표가 회견 취지를 밝히고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미국 농무부가 산하기관인 동식물검역소(APHIS)와 식품안전검사국(FSIS)에 대해 실시한 감사 결과는 미국이 결코 광우병의 안전지대가 아님을 잘 보여준다. 미국에서 지난 2003년과 지난해에 이어 지난달 또다시 광우병 양성반응을 보인 소가 발견된 게 결코 우연이 아님이 미국 정부의 자체 조사로 확인된 셈이다. 미국 정부는 그럼에도 쇠고기 수입을 하루 빨리 재개하라고 한국을 압박하고 있고, 우리 정부도 수입 재개 수순을 밟고 있다. 시민·사회단체들은 이를 두고 “미국의 압력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에 쫓겨 국민건강을 위협하는 짓”이라고 비판한다.
농림부는 18일 “해부학 교수 등 9명으로 꾸려진 전문가협의회를 통해 지난 17일 광우병 양성반응을 보인 소의 치아를 감별했더니 수입 재개를 중단할 사유에 해당하는, 98년 4월 이후에 태어난 소는 아닌 것으로 잠정 판단을 내렸다”고 밝혔다. 농림부는 이에 따라 전문가들을 19일 미국 앨라배마로 보내 최종 현장검사를 한 뒤 이상이 없으면 이달 말에 수입 재개 판정을 내릴 계획이다. 미 무역대표부 농업협상대표 리처드 크라우더는 지난 12일 “6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본협상에서 쇠고기 문제가 이슈화되기 전에 한국이 전면 수입 조처를 내려주기 바란다”고 요구한 바 있다.

농림부 쪽은 “광우병이 잘 걸리는 나이 든 소 대신에 30개월 미만의 소만 수입을 재개하고, 특정위험물질(SRM)과 뼈는 반입하지 않으므로 안전에 문제가 없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미국정부의 감사보고서를 보면 소의 나이 판정에 신뢰성이 떨어지고, 특정위험물질 관리도 허술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과 홍콩에서는 올해 들어 미국산 쇠고기에서 뼈가 발견돼 수입이 금지되기도 했다.

한국은 한-미 자유무역협정의 4대 선결과제 중 하나로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를 지난 1월 약속해준 바 있다. 정부는 대신 98년 4월(동물성 사료 금지 정책이 미국서 본격 시행된 시점) 이후에 태어난 소에서 광우병에 걸린 경우에는 다시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을 금지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미국은 지난달 광우병 양성반응 소 문제가 불거진 뒤 소의 이빨 사진과 수의사 소견서만을 보여주며 98년 3월 이전에 태어난 소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한동안 “치아감별은 객관적이지 않다”는 입장이었다. 정부는 또 “아쉬운 쪽은 미국이므로 우리가 미국까지 가서 나이를 판정할 필요는 없다”고 말해 왔다. 하지만 정부는 갑자기 소의 치아감별을 위해 전문가협의회를 만든 뒤 ‘잠정적으로 문제가 없는 것 같다’는 어정쩡한 결론을 내린데 이어, 19일에는 직접 확인하기 위해 미국에 전문가를 파견하기로 했다. 미국 정부의 압력에 밀려 눈치보기를 한다는 지적이 나올 만하다.

건강권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전국농민회총연맹, 한미 FTA 저지 농축산비상대책위, 환경운동연합, 환경정의 등은 이날 오전 기자회견을 열어 “우리정부가 미국정부를 대신해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를 위해 온갖 비과학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셈”이라고 비판했다. 송창석 기자 number3@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