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 인권위원도 평택 “피바다였다” 증언
[노컷뉴스 2006-05-05 08:42:35]
평택의 강제철거 현장을 지켜본 경찰청 인권위원조차 “모멸감을 느낄 상황”으로 현장은 “파바다”였다고 상황을 전하면서 “참여정부 치욕의 날”로 기록될 것이라고 성토했다. 4일 CBS 라디오 ‘시사자키 오늘과 내일’(진행:신율 저녁 7:05-9:00) 프로그램과 인터뷰한 박순희 경찰청 인권위원은 “1만 5천명의 인원이 곤봉을 휘두르고 방패로 찍으면서 들어왔다”며 “많은 사람들이 곤봉에 머리가 터지고, 방패로 찍히는 바람에 코뼈가 내려앉고, 안면부상을 무척 많이 당했다. 피바다였다”고 말했다. 부상이 주로 안면과 머리가 많았다는 점이 과격진압이 이뤄졌다는 증거라는 것이다.
박순희 위원은 특히 “인권위원의 한 사람으로서 소리를 지르고 야단을 쳤다”며 인권위원들이 보는 앞에서 이런 진압이 이뤄졌다는 점을 증언했다. 박위원은 “이렇게 곤봉으로 패고, 무슨 문제가 있으면 경찰들은 자기는 안 그러려고 했는데 어쩔 수 없었다”고 말하지만 그렇게 해서는 인권경찰로 거듭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위원은 또 국가인권위원회가 이런 현장은 나중에 최종사진으로만 확인할 게 아니라 현장에서 말려야 했다면서 아쉬움을 토로했다. 박위원은 현장 상황이 전쟁보다 참혹했다며 “전쟁은 명분이라도 있지, 어떻게 미군기지를 만들어주기 위해 국민을 상대로 전쟁을 방불케하는 폭력진압을 할 수 있는 건지 용납”할 수 없다며 “70년대 박정희 군사 정권 때도 이런 무지무지한 경찰 폭력이나 군까지 개입시킨 일은 체험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 점에서 5월 4일은 “ 참여정부의 씻을 수 없는 치욕의 날이며, 역사에 기록될 날”로 “현장을 보면서 광주에서 시민들이 5.18 항쟁을 일으킬 수밖에 없었던 마음을 통감했다”고까지 말했다. 평택 사태를 계기로 참여정부에 우호적이었던 세력마저 등을 돌릴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라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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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행 : 신율 (CBS 시사자키 오늘과 내일)
▶ 출연 : 박순희 경찰청 인권위원
- 현장 상황을 정리해달라.
우리나라가 어떻게 이런 일을 겪어야 하는지 모르겠다. 평화로운 땅, 간척을 해서 일구어온 땅에서 농사를 천직으로 알고 살아온 농민들을 상대로 어떻게 공권력으로 폭력진압 할 수가 있는지. 그것도 미군기지와 전쟁기지로 사용하겠다는 걸 반대하는 농민들에게 군인과 경찰이 합동으로 1만 5천명이나 되는 인원을 투입했다. 군인들 3천여 명이 들어와서 논에 갈아놓은 볍씨를 다 뒤집어 엎고, 철조망을 치고, 거기다 천막까지 치고, 지금 대추 초등학교가 허물어지고 있다. 그런 모습을 보며 경찰청 인권위원의 한 사람으로서 모멸감을 느낄 정도다.
- 어느 정도의 폭력 진압이 있었나?
새벽 4시부터 경찰들이 움직이기 시작해서 여기 사람들이 초등학교에 모여 자기들의 입장을 강력하게 호소했다. 1만 5천명의 인원이 곤봉을 들고 진압해서 들어왔는데 마늘과 파, 콩 등 농작물이 다 뭉개졌는데도 그런 건 아랑곳하지 않고 곤봉을 휘두르고 방패로 찍으면서 들어왔다. 그래서 내가 인권위원의 한 사람으로서 소리를 지르고 야단을 쳤는데도… 국가인권위원회에서 나온 사람들에게 이건 나중에 최종사진으로만 확인할 게 아니라 현장에서 말려야 한다고 해서 물러서기도 했는데, 그런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이 곤봉에 머리가 터지고, 방패로 찍히는 바람에 코뼈가 내려앉고, 안면부상을 무척 많이 당했다. 피바다였다. 너무 가슴 아프다.
- 박 의원이 경찰청 인권위원으로서 현장에서 신분을 밝히고 말렸음에도 불구하고 말을 듣지 않았나?
그렇다. 그리고 여의도 농민 사건 때도 그렇고, 평택 평화대행진이 있을 때도 그렇고 인권위원들이 현장에 와서 봐야 한다, 현장에서 직접 실천으로 이어져야만 경찰이 인권경찰로 거듭나지, 그렇지 않고는 인권경찰로 거듭날 수 없다는 얘기를 내가 수없이 해왔다. 그래야만 국민들이 경찰을 믿고, 경찰이 민중의 지팡이가 될 수 있다는 기대를 갖게 되는 거지, 이렇게 곤봉으로 패고, 무슨 문제가 있으면 ‘자기들은 안 그러려고 했는데 어쩔 수 없었다’고 해선 안된다.
- 지금 특공대 투입 얘기도 나오고 있는데?
특공대인지는 잘 모르겠는데, 일단 공병대 5중대가 투입됐다. 경찰이 폭력적으로 진압했고, 285만평 논밭이 있는 곳에는 경찰과 군 병력이 들어와 철조망을 치고 자기네들 텐트를 쳐놓았다.
- 군과 주민들의 직접적 대치는 없었나?
거기에 섞였다는 얘기가 있다. 주민들 얘기는 현장에서 부딪힌 건 경찰이었는데, 지휘는 군이 했다고 한다. 그리고 용역 깡패 사람들이 무지막지하게 하면서 물건을 끌어냈고다고 한다. 주민들은 모든 지휘는 군이 했다고 알고 있다.
- 70년대 노동운동을 경험한 입장에서 어떤 생각이 드나?
70년대 박정희 군사 정권 때도 이런 무지무지한 경찰 폭력이나 군까지 개입시킨 일은 체험하지 못했다. 참여정부의 씻을 수 없는 치욕의 날이며, 역사에 기록될 날이다. 현장을 보면서 광주에서 시민들이 5.18 항쟁을 일으킬 수밖에 없었던 마음을 통감했다.
- 이 사태에 대한 책임은 누구에게 물어야 할까?
여기 싸움이 3년이 넘었고 5월 3일로 촛불집회만 해도 610회째였다. 어제 주민들이 인천 5.3사태나 87년의 6.10항쟁이 문득 떠오른다는 얘기를 했다. 이 수순을 밟기 위해 윤광웅 국방부 장관은 대화하는 척 했다. 명분을 갖기 위해 한 거지, 610회 촛불집회 동안 한번도 대화 요청을 안했다. 그리고 대화를 하는 척 하다가 이렇게 국민을 대상으로 전쟁을 한 거다. 전쟁 현장보다 비참한 현장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나마 전쟁은 전쟁이라는 명분이라도 있지, 어떻게 국민을 상대로 해서 이런 일을 할 수가 있나. 공권력이 뭔가. 힘없는 국민을 도와주고 그들의 권리를 보장해주는 게 공권력인데, 어떻게 미군기지를 만들어주기 위해 국민을 상대로 전쟁을 방불케하는 폭력진압을 할 수 있는 건지 용납이 안된다.
- 경찰청 인권위원으로서 윤광웅 국방부 장관에게 어떻게 책임을 물을 것인가?
내가 경찰청 인권위원들에게 이 현장에 나와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경찰청 인권위원 중 나 혼자만 나온 것 같다. 그런 부분도 따져물을 것이다. 경찰청 인권위원회가 거듭나지 않으면 허수아비에 불과하다.
▶진행:신율
▶CBS 시사자키 오늘과 내일(월~토 오후 7시~9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