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러난 미국측 ‘한·미FTA 협정문 초안’
예상대로 ‘초강수’
우리나라와 미국은 지난 20일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협정문 초안을 교환했다. 하지만 우리 측 협정문 초안의 주요 내용이 일부 공개된 것과는 달리 미국 측 내용은 아직 베일에 가려져 있다. 이와 관련, 농업계 관계자들은 “정부가 공개를 미루고 있는 것은 초안의 일부 내용이 워낙 민감해 자칫 한·미 FTA 체결 반대 여론을 확산시킬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 아니겠느냐”고 지적하고 있다.
◆미국 측 초안 어떤 내용일까=정부 관계자들이 기자간담회 등을 통해 암시하는 내용을 토대로 추정해 볼 수밖에 없다. 배종하 농림부 국제농업국장은 25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미국이 보내온 초안에는 대체로 우리가 예상했던 내용들이 담겨져 있지만 SSG(특별긴급관세)·TRQ(저율관세할당제도)·SPS(위생 및 검역조치) 문제 등은 양국 간 차이가 두드러진다”고 말했다.
우선 농산물 수입가격이 크게 떨어지거나 수입물량이 급증할 경우 발동하는 SSG와 관련, 배국장은 “우리는 대상 품목과 발동요건에 대해서는 세세한 규정을 두지 말고 광범위하게 적용하자는 입장이지만, 미국은 호주와의 FTA에서 SSG에 대한 구체적 품목과 발동요건을 명시했었다”고 밝혀 미국 측 초안에 SSG 발동 범위를 최소화하는 내용이 들어 있을 가능성을 내비쳤다.
또 일정 수입물량에 대해서만 저율관세를 물리는 TRQ에 대해 배국장은 “TRQ 운용의 재량폭을 넓히기 위해 원칙적인 조건만 제시한 우리와 달리 미국은 자국 농산물의 안정적인 수출확대를 위해 상세한 규정을 제시했다”고 말해 현재 콩 등을 들여올 때 적용하는 국영무역방식의 변화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와 함께 배국장은 “우리는 양국 간 SPS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단순한 접촉창구를 두자고 제안했지만, 미국은 SPS위원회를 만들어 정기적으로 현안을 논의하자는 입장”이라며 “일단 위원회를 구성하지 않는 게 우리의 협상 목표”라고 강조했다.
◆새롭게 제기된 현안들=최근 일부 농업전문가들 사이에서 “우리나라보다 상대적으로 많은 수출 및 국내 보조금을 받는 미국산 농산물의 보조금 감축 문제를 적극 제기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 배국장은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미국의 수출보조금은 생각보다 많지 않고, 더욱이 우리는 개도국에게만 인정되는 포장비 등 수출 물류비를 사용하고 있다”면서 “따라서 수출보조금을 줄이면 우리도 피해를 볼 수 있기 때문에 일단 우리 측 협정문 초안에는 관련 내용을 넣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국내보조금의 경우 미국은 실제 지급하고 있는 보조금이 사용할 수 있는 보조금보다 훨씬 적어 보조금 한도를 축소하더라도 보조금 지급액이 지금과 큰 차이가 없지만, 우리는 상황이 다르다”며 “이 같은 상황에서 양국이 보조금을 똑같은 비율로 줄일 경우 오히려 우리에게 불리할 수 있는 만큼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향후 협상일정=한국 정부는 농업·금융서비스 등 모두 22개 장으로 구성된 우리 측 협정문 초안을 지난 20일 미국 측과 교환했다. 정부는 미국 측 협정문 초안의 개괄적 내용과 협상단의 향후 협상 방향을 조만간 국회와 농민단체 등에 설명할 예정이다. 이어 김종훈 대사를 수석대표로 한 협상대표단 130명은 6월3일 워싱턴으로 출발, 5~9일 FTA 1차 본협상을 진행할 계획이다.
한·미 양국은 또 7월10~14일 서울에서 2차 협상을 열어 개방 대상품목 및 품목별 관세인하 수준 등 양허안과 관련된 내용을 논의하고, 3~5차 협상은 9·10·12월에 양국에서 번갈아 개최할 방침이다.
최준호·김상영 기자 jhchoi@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