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억원 날린 세계줄기세포허브, 서울대병원 측이 책임져야”
[프레시안 2006-06-02 12:18]
[프레시안 강양구/기자] 뒤늦게 시민·사회단체에서 ‘황우석 사태’의 제대로 된 정리를 위해 발 벗고 나섰다. 특히 이들은 서울대병원(원장 성상철) 경영진이 48억 원을 날리고 폐쇄된 세계줄기세포허브에 대한 책임을 질 것을 주장했다.
”세계줄기세포허브에 48억 날리고도 책임지는 사람 없어”
민주노동당, 보건의료단체연합, 생명공학감시연대, 전국과학기술노동조합 등 시민·사회단체들은 2일 오전 서울대병원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황우석 사태가 제대로 해결되기 위해서는 황우석 씨 개인뿐만 아니라 이 사기 행각에 적극적으로 공모하거나 이를 활용한 청와대·정부, 언론, 기업, 과학·의학계 관계자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들 단체는 특히 서울대병원의 세계줄기세포허브 처리 문제를 거론했다. 이들은 “서울대병원은 2005년 10월 노무현 대통령 등이 참여한 가운데 세계줄기세포허브의 개소식을 한 뒤 자체 예산 65억 원 중에서 48억 원을 이미 집행했다”며 “하지만 세계줄기세포허브가 완전히 허황된 것으로 드러난 지금도 성상철 원장을 비롯한 서울대병원 경영진 누구도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 단체는 “서울대병원은 이미 ‘첨단세포·유전자치료센터’라는 것을 설립해 세계줄기세포허브를 위해 준비된 시설을 활용하겠다고 밝히고 있다”며 “하지만 세계줄기세포허브 설립의 진상을 규명하고 그 과정에서 어떻게 잘못된 결정이 내려지게 됐는가를 밝히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세계줄기세포허브 시설을 어떻게 활용할지는 그 다음 문제라는 것.
”서울대병원 경영진 총사퇴해야…환자들에 대한 피해 보상도 시급해”
특히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서울대병원이 세계줄기세포허브를 시작할 때 환자들을 상대로 벌인 비윤리적 행동이 도마에 올랐다.
이들 단체는 “서울대병원은 세계줄기세포허브를 개설한 후 12월까지 2만 명이 넘는 환자들의 등록을 받았다”며 “존재하지도 않은 연구 성과를 가지고 환자를 기만해 헛된 꿈을 꾸게 만든 것은 법적 문제를 떠나 윤리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들 단체는 “한국을 대표하는 병원으로서 서울대병원이 명예를 되찾기 위해서는 성상철 원장을 비롯한 경영진의 총사퇴와 진심어린 사과가 있어야 할 것”이라며 “환자들에게 정신적·물질적 피해를 입힌 부분에 대해서도 서울대병원은 책임을 지고 보상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울대병원은 지난 12월 23일 “인류의 난치병 치료를 하루빨리 앞당기기 위해 세계줄기세포허브를 출범시켰으나 결과적으로 환자와 가족들에게 실망을 안겨드려 진심으로 사과 한다”고 사과했으나 세계줄기세포허브는 계속 운영할 뜻을 밝혔었다. 하지만 서울대병원은 1월에 세계줄기세포허브를 사실상 폐쇄한 데 이어 3월에는 ‘첨단세포·유전자치료센터’로 대체했다.
”황우석 사태 정리 제대로 안 돼…강도 높은 국정조사 필요해”
한편 이들 단체는 “검찰 수사, 감사원 조사 등에서 황우석 사태를 둘러싼 청와대·정부, 언론, 기업 및 과학·의학계의 공모·묵인·방조에 대한 철저한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빠져 있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들 단체는 “정부 차원의 감사는 물론이고 국회의 강도 높은 국정조사가 필요하다”며 “국정조사가 부실할 경우 오는 정기국회의 국정감사에서 황우석 사태와 관련된 여러 가지 문제점들을 적극 거론해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이뤄지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들 단체는 이와 별도로 서울대병원이 세계줄기세포허브의 환자 등록을 유도하기 위해 환자를 상대로 과장·기만한 일은 없었는지, 또 처리 과정에서 부당 행위는 없었는지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세계줄기세포허브 환자피해신고센터’를 개설해 환자들의 자발적 제보를 받을 계획이다. 환자들의 제보는 국가인권위원회 고발, 민·형사상 소송 등을 위한 기초 자료로 활용될 예정이다.
강양구/기자